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2024년 2분기 13F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번 13F 보고서에서 가자 주목받는 것은 역시 뷰티 소매업체인 Ulta Beauty와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을 영위하는 HEICO Corporation을 신규 포지션으로 추가했다는 점인데요. 이 두 종목에 대한 이야기는 별도 포스트로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신규 포지션보다 더욱 관심을 가졌던 것은 옥시덴탈 페트롤리움(TIcker: OXY)비중을 지속적으로 늘여가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전에도 관련 포스트를 작성했던 적이 있습니다만, 오늘은 이와 관련된 추가적인 내용들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워런 버핏이 최근 역대 최고치로 현금비중을 늘이고 옥시덴탈과 같은 석유회사 포지션 비중을 늘이는 것은 확실히 방어적이고 보수적인 목적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청정/재생 에너지를 이야기하고 전기차에 투자할 때 워런 버핏은 어떤 의도로 석유 회사 중에서도 옥시덴탈 투자비중을 늘였는지에 대해서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워런 버핏은 왜 옥시덴탈 투자비중을 높였을까?
2024년 2분기 13F 보고서 살펴보기
▣ Top5 매수/매도종목
이번 2024년 2분기 버크셔 해서웨이 13F 보고서에서 가장 관심받은 변화는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뷰티 소매업체인 Ulta Beauty와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을 영위하는 HEICO Corp의 신규 포지션 구축입니다. 현금비중을 늘이고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워런 버핏이 소매업과 항공우주업 관련 기업에 신규 포지션을 추가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버핏은 시장의 공포를 사라는 격언으로 유명하며, 2개 신규 포지션 회사들도 살펴보면 꽤나 흥미로운 비지니스와 재무상태를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각 기업을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별도 포스트를 작성할 생각인데요.
개인적으론 석유회사인 옥시덴탈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여가는 것이 가장 흥미롭습니다. 이번 거래로 워런 버핏은 옥시덴탈 주식 720만 주를 추가하여 총 2억 5,500만주로 보유 포지션을 늘렸고, 옥시덴탈은 버핏의 포트폴리오에서 6번째로 높은 비중을 가진 주식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워런 버핏이 석유산업 전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워런 버핏은 최근 쉐브론 보유비중을 줄이고 있으며, 2024년 2분기에도 아래 그림처럼 쉐브론 포지션을 줄이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크게 비중을 줄인 것은 Apple로 이를 통해 큰 현금을 확보했으며, 아직까진 옥시덴탈보다 쉐브론 주식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업가치나 매출, 배당규모 등으로 볼 때 쉐브론은 옥시덴탈보다 훨씬 크고 안정적인 기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시덴탈 매수를 늘이고 있는 것에는 의미있는 배경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옥시덴탈(OXY) 투자배경
▣ 석유 퍼펙트스톰을 대비
더스쿠프에서 개재된 '워런 버핏이 애플 대신 미국 석유회사를 선택한 까닭'이란 기사에서 워런 버핏이 옥시덴탈에 투자하는 이유를 나름 합리적으로 분석/정리하고 있습니다. 위 텍스트에 기사를 링크했습니다만, 핵심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 3가지 사건으로 발생할 수 있는 석유 퍼펙트스톰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정리할 수 있는데요. 3가지 사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 중동 확전: 이스라엘과 이란 중심의 이슬람 세력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최고지도자 하니예와 헤즈볼라 지도자를 암살했다는 것이 거의 사실로 굳어지면서 이스라엘 vs 이슬람 연합세력의 중동전쟁 발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대선에서 여론이 불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전쟁을 막고 있습니다만, 사실 상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국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의견)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이 본격화되면 유가가최대 11배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 트럼프 당선: 트럼프는 미국의 석유생산 규제를 완화하고 생산량을 늘여 글로벌 석유공급을 주도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트럼프와 해리스의 지지율이 박빙입니다만, 샤이 트럼프 지지율 4%를 고려하면 아직까지 트럼프 당선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데요. 만약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 중심의 석유 생산업체인 옥시덴탈의 주가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모멘텀을 얻게 됩니다.
- 러시아의 복귀: 마찬가지로 트럼프 당선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현재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거나 중단시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 승리로 이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만약 러시아가 석유생산국으로 복귀할 경우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1,2위 석유생산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원유생산량을 늘이면 당장 유가가 하락할 수 있으나, 글로벌 석유생산 의존도가 커질수록 생산량을 조절하여 유가를 급등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옥시덴탈은 미국 셰일오일 생산 특화업체입니다. 옥시덴탈이 보유하고 있는 원유자산 포트폴리오는 멕시코 지역에도 있지만 퍼미안 분지의 셰일오일을 가장 많이 보유한 업체입니다. 만약 미국이 원유생산량을 늘여 글로벌 원유공급을 주도하는 지위로 상승한다면 미국 셰일오일 가격상승으로 옥시덴탈 실적에 매우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 생각하는데요.
관련 내용들을 위에 링크한 포스트에서 자세히 설명해 두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내용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유럽지역 석유수출량 지속 증가
글로벌 여러 국가 중에서 자국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자국 내에서 100% 커버할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중동 국가들이 석유를 많이 생산하고 미국은 석유를 수입할거라 생각하지만, 미국은 최근 5년 이상 글로벌 1위 석유수출국이었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석유를 일부러 생산하지 않고 수입하던 시기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미국이 적극적인 글로벌 석유수출국이 되었는데요.
특히 유럽지역으로 수출하는 미국 석유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crude oil의 유럽 수출량은 2022년 약 150만 배럴/일에서 2023년 약 180만 배럴/일로 크게 늘었습니다. 2022년 기준 미국 전체 석유수출량의 약 12%가 유럽으로 수출되었느데,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는 약 34.6%가 유럽으로 수출됩니다.
이렇게 미국 원유가 유럽으로 수출되는 양이 급증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 우선 미국 석유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최근 미국 석유 생산량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생산국과 맞먹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를 많이 사용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거나 수입량이 감소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여러가지 정치적/이념적 갈등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없게 되었는데요. 미국 석유는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입니다.
- 미국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 격차 커져 미국산 원유 경쟁력이 강화되었습니다. 브렌트유는 글로벌 석유 거래의 2/3를 차지하는 글로벌 벤치마크로 바다에서 주로 생산되고 글로벌 운송이 편합니다. 반면, 미국 유전지에서 생산되는 WTI(미국 텍사스 중질유)는 내륙에서 생산되어 운송이 상대적으로 어려운데요. 때문에 WTI유가 브랜트유보다 비쌌지만, 2011년부터 미국의 원유생산량 증가와 운송 인프라 개선으로 WTI유가 브랜트유보다 저렴하게 거래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우려하고 있는 중동 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OPEC은 원유 가격조정을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한 유럽은 계속해서 에너지 부족현상을 겪게 됩니다. 만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념적/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담보하지 못하는 러시아산 원유를 유럽이 다시 수입비중을 늘이는 데에는 여러가지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현재 미국 셰일오일 생산에 특화된 옥시덴탈(OXY)의 매출은 향후에도 당분간 안정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옥시덴탈의 지역별 매출비중을 알 수 있는 데이터를 구하지 못했습니다만, 이렇게 미국산 원유에 대한 유럽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옥시덴탈도 분명 수혜주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 석유는 중요한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
여러분들도 이제 한번 쯤 들어보셨을거라 생각하는 인플레이션은 결국 다른 말로 '물가'인데요.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소에는 수없이 많은 것들이 있지만, 대부분 나라에서 물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통 요소는 바로 '에너지 가격'입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에너지 가격 (특히 원유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석유회사의 이익과 수익도 이에 따라 상승합니다. 워런 버핏이 당장 미국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거라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남아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글로벌하게 청정 에너지와 재생 에너지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만, 워런 버핏은 석유에 대한 지속적인 강력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전반적인 가격 수준이 상승하는 가운데도 석유회사의 가격과 수익을 뒷받침할 것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아직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높은 기준금리로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있습니다만, 단기 국채 발행량을 늘여서 시중에 공급한 유동성이 어마어마해서 인플레이션은 쉽게 잡히지 않습니다. 최근 경기침체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서 미국도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이게 다시 인플레이션에 방아쇠를 당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것은 인플레이션이 재상승하는데 올인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다만,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이 재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기에 대한 대응투자수단을 갖춰두는게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래서 지금 옥시덴탈에 투자해도 될까?
나름 합리적인 가격
▣ 버핏이 투자한 가격과 비슷 혹은 낮은 가격
최근 옥시덴탈 주가는 57~58달러로 형성되어 있으며, PER은 14.1배, 그리고 Fwd 12month PER은 13.2배로 추정하고 잇습니다. 일단 에너지 기업들의 평균 PER보다 소폭 낮은 상황이며, 향후 매출 및 순이익 성장성도 긍정적인 평가입니다.
워런 버핏이 옥시덴탈을 평균 얼마의 가격으로 매수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13F 보고서에 따르면 대략 58~60달러 수준에서 옥시덴탈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주가가 워런 버핏의 매수단가보다 낮아, 버핏이 정확하게 기업가치를 평가했다면 우리같은 개미 투자자들도 버핏의 선택을 차용해 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워런 버핏이 선택했고, 버핏이 매수한 주가단가보다 낮다고 해서 미래에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투자에도 리스크가 있으며, 버핏은 초장기 관점으로 에너지 산업에 대한 주식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여러가지 다른 자산에 대한 포지션과도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단편적으로 버핏의 투자 종목을 쫓아서 매매하는 것이 결코 수익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얘기인데요.
투자종목을 선택할 때에는 개개인의 투자 포트폴리오와 다른 자산에 대한 노출, 현재 거시경제 상황 등을 종합하여 판단/결정해야 합니다. 혹시 옥시덴탈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위와 같은 내용들을 종합 검토하셔서 적절한 투자로 이어지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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