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국채 시장이 큰 이슈가 있었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바이든 정권의 재집권을 목적으로 1년 미만 단기채 발행을 대폭 늘이고 장기채를 줄여서 국채 시장을 왜곡했다는 주장인데요. 진정한 속내까진 알 수 없으나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일반 주식처럼 변동성이 심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민주당 관련인사 및 호의적인 언론들이 이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만, 작년부터 미국 단기채 발행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런 작업들이 미래의 미국 장기채 금리변화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점인데요.
9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현재 미국 국채시장과 재무부의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미국 장기채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대해서는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 국채시장 개입설의 주요내용
옐런 재무부 장관의 국채시장 개입설
▣ 미국 장기채 금리의 중요성
최근 1년 간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그래프입니다. 작년 11월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최고점인 4.92%를 찍은 이후 금리는 3개월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3.86%까지 하락했습니다. 이후에도 10년물 국채금리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급등/급락을 반복하면서 상승하다가 올해 5월에 연중 최고점을 찍었고 이후에 작년과 비슷하게 지그재그로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장기채 금리 중에서도 10년물 국채금리는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요. 알아두시면 좋을 내용들만 간략하게 아래에 정리했습니다.
- 벤치마크 이자율
- 10년 국채 수익률은 모기지, 기업 채권 및 기타 대출을 포함한 광범위한 이자율의 벤치마크 역할
- 10년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 일반적으로 경제 전반의 차입 비용도 증가함. 이는 주택 및 자동차와 같은 고가 품목에 대한 소비자 지출과 신규 프로젝트 및 확장에 대한 기업 투자에 영향을 미침
- 반대로 수익률이 하락하면 차입 비용이 낮아지고 경제 활동을 자극할 수 있음
- 경제 건강지표
- 10년 국채 수익률은 경제의 미래 건강에 대한 투자자 심리의 핵심 지표
- 수익률 상승은 투자자들이 더 강력한 경제 성장과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기대한다는 것을 시사하며, 이는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요구하게 함
- 수익률이 하락한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이는 예상되는 경기 침체 또는 디플레이션의 신호일 수 있음
-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 10년 국채 수익률은 일반적으로 미래 수익과 현금 흐름을 평가하는 모델에서 할인율로 사용됨
- 수익률이 낮으면 미래 수익의 현재 가치가 더 높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수 있음
- 반대로, 수익률이 높으면 자본 비용이 증가하여 주식 가치가 낮아질 수 있으며, 이는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음
- 부동산 시장
- 10년 국채 수익률은 모기지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
- 수익률이 높으면 모기지 금리가 높아져 주택 시장의 수요가 줄어듦
- 반대로 수익률이 낮으면 모기지 금리가 낮아져 수요가 자극되고 잠재적으로 주택 시장이 활성화됨
우리나라도 그렇습니다만, 대선국면에서 주가가 상승하고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는 것이 집권당에게 유리하다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현재 정부가 국정을 잘 운영해서 주가도 오르고 집값도 오르니 한번 더 찍어주자라는 심리가 생긴다고 생각해보시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논리인데요.
위에 보시는 것처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를 조절하여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때문에 만약 공화당의 주장대로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어떤 의도로든 미국 장기채 금리를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면, 그건 현재 정권의 재선을 돕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자연스럽게 의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 옐런 장관의 국채시장 개입설 보고서
최근 Hudson Bay Capital이란 곳에서 '적극적 국채발행과 통화정책을 둘러싼 줄다리기'라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보고서 원문은 텍스트 링크로 확인하실 수 있는데, 32페이지가 되는 장문의 보고서라 직접 보시기엔 곤란할 수 있는데요.
보고서의 핵심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ATI의 정의와 메커니즘 : ATI(Activist Treasury Issuance)는 재무부가 단기 채권을 더 많이 발행하고 장기 채권을 덜 발행하여 시장의 이자율 위험을 줄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방법은 QE(양적완화)와 비슷하게 작동하는데, QE는 Fed가 장기 증권을 매수하여 장기 이자율을 낮추고 경제를 자극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 쉽게 설명하자면, 미국 재무부는 정부의 각종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세금과 국채발행 등으로 국고를 확보하는데요. 단기채 발행을 줄이고 장기채 발행을 늘여서 장기채 금리를 하락시켰다는 주장입니다. 장기채 발행량이 줄어들면 시장에 유통되는 장기채 물량이 줄어들어서 채권가격은 상승하고 채권금리는 하락합니다. 대신 단기채 금리는 올라가겠죠(발행량이 많아지니까 채권가격이 하락하는 대신 채권금리는 올라감)
- 수익률 및 경제 상황에 미치는 영향 : 이 문서에서는 ATI가 10년 수익률을 약 0.25% 인하했다고 추정하는데, 이는 기준금리를 1.0%p 인하한 것과 같습니다. 이는 상당한 경제적 자극을 제공하여 Fed의 통화 정책 강화 노력에 대응하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강력한 명목 성장에 기여했습니다.
- 미래의 의미 : ATI를 통해 발행된 단기 국채규모를 약 1조 달러로 추정하는데요. 이를 장기채로 풀었다면 10년 수익률을 일시적으로 0.50%p, 영구적으로 약 0.30%p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기준금리를 2%p 인상하는 것과 비슷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 정책 및 시장 효과 : 미국 재무부가 ATI를 실행하면서 미국 경제와 인플레이션이 왜곡되었습니다. Fed가 단기간에 기준금리 5.5%라는 강력한 긴축 조치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경제가 강력하게 성장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 시절 재무부 장관이었던 므누신의 경제고문인 스티브 미란과 경제학자 누리엘 누비니 교수란 점인데요. 작성자가 트럼프 후보의 측근들이라 보고서 내용을 정치적 발언으로 몰아가면서 메신저를 공격하는 언론플레이가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건 뭐 우리나라도 흔한 일이죠)
▣ 2024년 하반기 혹은 내년에 장기채 금리는 어떻게 될까?
텐베거 블로그에서 가져온 미국 2024년 회계년도 국채 순발행액입니다. 먼저 용어를 좀 설명하겠습니다.
- Bills: T-Bills로 1년 이내 만기가 되는 단기 증권입니다. 일반적으로 T-Bills는 주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하지 않으며 대신, 액면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며, 매수 가격과 만기 시 액면가의 차이가 발생한 이자입니다.
- Notes: 만기가 2년에서 10년까지인 중기 증권입니다. 고정 금리로 반기 이자(쿠폰)를 지급하며, 원금은 만기 시 반환됩니다.
- Bonds: 만기가 20년 또는 30년인 장기 증권입니다. 고정금리로 반기별 이자를 지급하고 원금은 만기일에 상환됩니다.
보시는 것처럼 2023년 4분기~2024년 1분기까지 1년 미만 단기채를 무지막지하게 발행했습니다. 재무부도 단기채, 장기채 물량을 마음대로 발행할 수 없는데요. 단기채는 전체 부채의 15~20%롤 유지하는 것이 가이드인데, 현재 단기채 비중은 22%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나마 2024년 2분기에는 단기채를 많이 상환하고 중기/장기채 발행을 늘였습니다. 단기채는 빨리 돌아오는 부메랑과 같습니다. 올해 급전으로 단기채를 끌어쓰면, 내년의 내가 그 빚을 원금까지 갚아야 합니다. 국가의 빚이니까 정부 예산을 써서 갚는 것인데, 단기채 비중이 늘수록 다음 해 정부가 받는 부담이 커지게 되겠죠. 결국은 장기채 비중을 늘여야 합니다. (이건 이해를 돕기 위해 아주 단순하게 설명한 논리이며, 실제로는 이렇게 작동하진 않습니다.)복잡한 숫자계산을 빼고 단순히 생각해봐도 앞으로 장기채 발행량이 어느 시점에는 급격히 증가해야 합니다. 관련해서 발생하는 문제는 크게 2가지입니다.
- 누가 많은 미국 장기채를 사줄까: 미국 채권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입니다. 대부분 국가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미국 국채를 사주고 있습니다만,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면 장기채가 팔리지 않으면서 금리는 더 올라가게 될 겁니다.
- 가지고 있던 미국 장기채를 팔려는 나라도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이 있습니다. 현재 일본은 심각한 엔저현상으로 국가 경제가 큰 혼란을 겪고 있는데요. 반면 일본은 미국 장기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이기도 합니다. 만약 어느 시점에 일본이 환율방어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장기채를 매도한다면 장기채 금리는 또 한번 폭등하게 될 겁니다.
2가지 이벤트가 언제 발생할지 알 수 없으며, 또 2가지 이벤트가 중복해서 발생할 가능성도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일부 시장에서는 2025년 상반기에 미국 장기채(보통 10년물 금리)가 6%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는데요. 물론 이렇게 될때까지 미국이 가만 있지 않겠습니다만 10년물 국채금리가 5%이상으로 급등할 가능성은 개인적으로 꽤 높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장기채 투자, 지금 해도 괜찮을까?
미국 대선 이후가 분기점
▣ 옐런 장관은 바이든 정부 편
보고서 내용의 맞고 틀림을 떠나 옐런 장관은 잘 알려진 바이든 정부 편입니다. 때문에 옐런 장관은 11월 미국 대선 이전까지 현재 정권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쓸 것이고, 현재의 주식 조정장은 8월 말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차기 대선후보가 확정되는 시점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아주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11월 미국 대선 이전까진 3.8%~4.2%정도의 범위에서 움직이도록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숫자적 배경들은 이 포스트에서 다 언급하기 어려워 생략했는데, 이 또한 개인적인 의견임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18%이니 대선 이전까지 잘 투자하면 10% 정도의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레버리지를 쓴다면 더 높을 수 있음) 문제는 대선 이전에도 미국 장기채 금리가 반등을 시작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국채 금리라는 게 워낙 복잡한 변수들이 많고, 그 중엔 미국 정부조차도 제어할 수 없는 것들도 있으므로 예상 수익률은 더 낮게 잡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장기채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제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진리가 되었는데요. 투자에선 모든 사람이 진리로 믿는 현상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런 지점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론 현재 미국 장기채에 투자 중이라면 3.8% 근처로 10년물 국채금리가 하락했을 때 일부 수익을 현금화하고, 내년 상반기까진 장기채 투자에 큰 비중을 가져가지 않고 조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이건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투자에 참고한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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