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화 환율이 150엔 선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불과 한 달전엔 달러-엔화 환율은 140엔 선이었는데, 10월 초부터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150엔 선 돌파여부를 테스트하는 상황입니다. 만약 150엔 선이 돌파되면 7월처럼 달러 당 엔화가 160엔 선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 시점의 엔화-원화 환율은 860원 선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론 달러-엔화 환율이 다시 160엔 선을 터치하긴 어려울거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미국 대선이 끝나는 12월 이후로는 엔화강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올해 엔화는 S&P500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어서 미국 주식에 대한 헷지로도 투자를 검토해 볼 만 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 엔화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들을 몇 가지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엔화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일본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시장에서는 연내, 특히 12월 경 일본중앙은행이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고 (8월 물가상승률은 3.1%)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4월:2.2% > 7월 2.7% > 8월 3.1%)
이렇게 물가상승률이 점점 확대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엔화 약세입니다. 엔화 약세 때문에 인플레이셔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에너지 및 여러가지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있어서 물가상승률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수십년 동안의 디플레이션으로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았던 일본 국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니 집권 세력의 인기도는 하락할 수 밖에 없는데요. (참고로 기시다 내각의 마지막 지지율은 20% 이하였습니다.)
엔화 약세를 잡으려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7월에 일본 중앙은행이 15bp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만으로 일본 및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의 주식시장이 폭락한 경험이 있고, 저금리로 50년씩 장기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평생 빚을 갚아 나가는 일본 국민들에게 강한 반발을 얻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1월 미국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일본은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트럼프의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가 무역흑자를 만들기 위해 약달러를 만들려는 것이고, 이를 위해 주요 국가들에게 통화가치절상을 압박할 것이기 떄문입니다.
9월 말 새롭게 출범한 이시바 내각은 기존 일본의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물가 상승을 웃도는 임금 인상을 추진하여 내수를 살리고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려는 정책기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을 바라는 중앙은행과 기준금리 유지를 원하는 정부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만약 트럼프가 당선되어 엔화가치절상을 요구하고, 엔화약세로 인플레이션이 계속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면 결국 연내 (특히 미국대선이 끝나는 12월)엔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미국의 정치/경제적 정책들이 많이 동화되어 있고, 이미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매우 적극적으로 트럼프와 접촉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초에는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엔화가치가 상승하는 시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요. 개인적인 견해가 많이 포함된 의견이므로 맹목적으로 믿지 마시고 하나의 의견으로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 증시의 좋은 헷지수단
2024년 S&P500과 엔화-원화 환율 변화를 함께 표시한 그래프인데요. 엔화가 강해지면 미국증시가 하락하고 반대로 엔화가 약해지면 미국증시가 상승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즉 엔화가치와 미국증시가 역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인데요.
이건 2024년 주식시장의 가장 핫한 주제 중 하나였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영향입니다.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서 달러를 사고, 이를 수익률이 높은 미국 채권이나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엔-캐리 트레이드라고 하는데요.
엔화가치가 높아지면 수익률이 급락하고 빌린 엔화를 갚고나면 손해를 보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어서 미국주식을 매도해서 엔화를 갚기 떄문에 미국 주식시장은 하락 내지는 폭락합니다. 문제는 이 시점에 일본 주식시장도 같이 폭락했다는 점인데요.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을 무지 싫어하는데 엔-캐리 청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축소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대선이 끝난 이후 연말까진 경기부양효과와 대통령 교체로 인해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만, 내년부터는 지금까지 늘어나고 있는 미국정부 부채, 그리고 지금 끈끈하게 떨어지지 않는 인플레이션에 자칫 문제가 생기면 큰 하락장이 펼쳐질 위험이 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과 엔화환율이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 지금 엔화투자를 해두는 것이 이런 리스크에 대한 헷지방법이 될 수 있는데요. 물론 엔화투자만으로 모든 투자를 헷지할 순 없습니다. 포트폴리오 헷지는 훨씬 더 복합적이고 다양한 분석을 기반으로 정밀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라 엔화투자에만 의존해선 안된다는 것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미국 주식시장이 내년에도 하락장을 겪지 않을 가능성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에 대한 리스크 여부는 각 개인의 판단영역임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의 수혜
아시다시피 통화가치는 상대적인 것이라, 달러가 강하면 상대적으로 엔화가 약해지고 달러가 약해지면 반대로 엔화가 강해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최근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고 앞으로도 인하기조를 이어갈거라는 예상으로 엔화가치가 상대적으로 강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예상만큼 빠르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하는데, 관련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올해 9월달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50bp 인하하면서 미국 주식시장 랠리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최소 1년 이내의 기준금리 인하를 미리 반영하고 있는데요. 정책변화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2년물 국채금리는 9월 기준금리 인하시점에 3.50%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4.0%로 반등하고 있습니다. 즉, 현재 기준금리에서 1%를 추가 인하하는 것은 이미 시장에서 소화를 했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시장에서 향후 미국 기준금리가 그렇게 빠르게 인하되지 않을거란 해석을 반영하는데요.관련된 주요 근거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인플레이션은 천천히 하락하고 있습니다만 하락폭은 둔해졌고 여전히 연준의 목표보다 높습니다. 연준이 기대하는 인플레이션은 최소 2.50%이하로 알려져 있습니다.
-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매우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4년 3분기 미국 GDP는 3.1% 상승을 예상하며 이것은 기존 예측치보다 상향된 수치입니다.
- 연준은 아직 금리인하와 별개로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기 위한 양적긴축 프로그램을 종료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연준이 아직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데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 9월 미국 일자리 보고서는 예상치보다 훨씬 많은 25만 4천개의 일자리를 추가했습니다. 더불어 실업률은 전월 4.2%에서 4.1%로 감소했는데요. 현재와 같은 고금리환경에서 고용에 문제가 없다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이유가 적어집니다.
7월 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로 달러-엔화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9월 말부터 반등했는데, 이 시점에 있었던 이벤트들이 1)예상보다 좋은 미국 9월 고용지표 확인 2)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위기 심화 등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거나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달러가 강해지는 시점에는 엔화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는데요. 이건 1년 정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일시적 이벤트로 볼 수 있는거라 엔화의 장기적인 추세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할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엔화는 어떤 범위에서 움직일까?
상단은 달러 당 160엔이 1차 저항선
다시 한번 위 그래프를 가져왔습니다. 일단 7월 달 달러-엔화환율이 160엔을 돌파한 후 급락하는 지점이 있었는데요. 이 시점이 일본정부가 엔화가치를 지지하는 1차 저항선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일본도 정권에서 엔화가치 하락을 무작정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 최근에 보여준 달러 당 160엔 저항선은 매우 높은 확률로 지켜낼거라 생각합니다.
달러 당 엔화가 160엔이었을 때 엔화-원화 환율은 약 860원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엔화환율이 916원이니까 하단 지지선을 860원으로 잡고 투자를 시작해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환율은 계속 변화할거라 좀 더 낮은 가격대를 노려보는 것도 좋겠죠.
문제는 달러-엔화환율의 1차 지지선
위에 있는 달러-엔화환율 그래프를 다시 보시면 2024년 하한선은 140엔으로 잠정 설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지점에 엔화-원화 환율은 약 940~950원대로 보이는데요. 원화기준으로 엔화가치가 이 가격대보다 더 상승할 수 있을지 여부가 엔화투자여부를 결정하는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2024년 달러 당 140엔대를 계속 지지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엔-캐리 트레이드'였다고 생각합니다. 즉, 이 지점보다 더 엔화가 강해지면 엔-캐리 트레이드를 자극해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식시장에 큰 하락을 야기할 수 있고, 무엇보다 11월 미국 대선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금까진 어떻게든 140엔 선을 방어했을거라 생각하는데요.
11월 미국대선이 끝난 이후 엔화가치가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을지가 투자의 관건입니다. 만약 어떤 이유로든 140엔 선이 깨진다면 1차적으로 130엔대가 지지선이 될 것으로 보이고, 130엔을 깨고 내려가면 110~120엔대까지 엔화가 강해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걸 엔화-원화환율로 환산해보면 1차 저항선은 약 980원대, 2차 저항선은 1,000~1,050원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연내에 여기까지 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만, 내년 상반기 내에는 이렇게 엔화가 강해지는 시점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게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투자판단과 책임은 개인의 몫
현재 엔화가 미국 주식시장과 달러가치 변화를 일부 헷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여 위와 같은 논리로 투자이유를 정리해 봤습니다. 하지만, 환율변화에는 넘나 많은 요소들이 작용하고, 이런 요소들이 저같은 개인이 예측하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이 글 하나만 보시고 엔화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2024년 4분기와 내년 상반기에 미국 주식이 어떻게 움직일지, 그리고 이에 따라 어떤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지를 생각해 보시고 엔화투자여부는 기본적인 투자전략이 세워진 이후에 활용도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는데요. 모든 투자판단과 책임은 개인의 몫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시고 좋은 투자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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