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단기적인 변동성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금리인하 효과로 장기채 금리가 내려갈테니 결국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인데요. 요즘 생각보다 미국 장기채 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승하고 있습니다.
미국경제가 생각보다 견조하다는 좋은 이유도 있지만, 미국 부채가 너무 많아 내년에도 국채 발행량이 늘어날 거란 전망부터 미국에 큰 인플레이션이 올거란 전망까지 부정적인 원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 와중에 미국 채권 투자왕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최근 미국 국채 공매도에 포트폴리오의 15~20%를 구성한다고 밝혀 미국 국채 투자에 대해서 염려하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반면 금은 올해 30% 이상의 수익률을 보이며, 미국 국채 수익률이 계속 흔들린다면 내년에도 금 투자가 유효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아래에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 장기채 금리가 상승하는 이유
기준금리 인하 이후 수익률 하락
위 그래프는 미국 20년 이상 장기채에 투자하는 TLT ETF와 TLT의 2배 레버리지인 TMF ETF의 2024년 수익률 변화입니다. 2024년 5월부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TLT와 TMF ETF 수익률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9월 18일 금리인하 직후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한 달만에 4~5개월동안 올려왔던 수익률을 모두 반납했습니다.
채권가격과 금리는 반대이니 ETF 수익률이 하락한 것은 채권금리가 올랐다는 의미인데요.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시장에서 판단하는 채권금리 상승의 이유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미국정부의 부채규모 지속 증가
2023년 기준 미국정부 적자규모는 1.69조 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2,332조 원에 달합니다. 2021~2023년동안 미국정부 지출규모가 감소했습니다만 여전히 펜데믹 이전보다 높은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에 소속된 비당파 연방기관인 의회예산국(CBO)는 2034년 적자규모는 2.6조 달러, GDP의 6.1%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문제는 누적 부채로 인해 발생하는 순이자 지출이 계속 증가한다는 점인데요. CBO는 2034년 GDP 대비 6.1% 적자 중 순이자 지출(Net interest outlays)비중이 3.9%로 기본 적자규모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즉, 해마다 기본적자도 늘어나고 누적된 부채는 이자 지출을 늘여서 총 적자규모를 계속 키우는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미국 정부의 수입보다 지출이 크다는 것은 결국 어디선가 계속 돈을 빌려야 한다는 의미이며, 이건 국채발행량 증가로 직결됩니다. 국채도 시장원리에 따라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하락하게 되니 국채금리는 자연히 상승하게 되는데요. 이런 구조적 문제로 내년까지 기준금리가 지속 인하되어도 장기채 금리는 잘 떨어지지 않고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의 해석 중 하나입니다.
2. 예상보다 견고한 미국경제
높은 기준금리 환경에서도 미국경제는 3%가 넘는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위 그래프는 지출측면에서 실질GDP성장률을 분석한 것인데, 검정색 점선으로 보이는 실질GDP성장률은 조금씩 하락추세입니다만 기준금리가 5%가 넘었던 환경임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성장성을 보였다고 이해하시는 게 맞겠습니다.
특히 파란색으로 표시되는 튼튼한 민간소비가 실질GDP를 가장 크게 떠받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론 어떤 형태로든 정부지출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을거라 의심하고 있습니다만, 높은 기준금리 환경에서도 민간소비가 이렇게 튼튼하게 유지되는 것이 현재 미국경제가 매우 강하다는 것을 일부분 입증하는 데이터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3. 트럼프 당선확률 상승?
이제 2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대선에서 트럼프 당선확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국여론조사는 박빙이지만 어차피 미국대선은 간접선거이고 경합지역의 표가 누구에게 가는지가 중요한데, 위와 같이 모든 경합지역에서 트럼프가 해리스를 이기는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선과 관련한 상세내용은 아래 포스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트럼프 당선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최근 금리상승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트럼프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대대적인 감세 정책이며 이것이 미국 재정적자를 키울 것이란 해석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해석을 100% 신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선후보들의 공약이 당선 이후에 실천되지 않느 경우가 허다하고,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미국 재정적자에 대한 심각성을 그냥 방치하긴 어려운 상황이라 어떤 형태로든 필요한 조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대표적인 미국 장기채인 10년물 국채금리가 최근 1개월동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현재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연준이 추가적으로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최대 1%p의 금리인하 정도는 이미 시장이 예상하고 시장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금 가격은 왜 상승할까?
금 가격은 실질금리와 반비례
일반적으로 금 가격은 금리가 상승하면 낮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로는 실질 금리와 훨씬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며, 실질금리가 떨어지면 매우 높은 확률로 금 가격이 상승합니다. 실질금리란 명목금리 - 인플레이션율을 한 값으로 현재 시점의 실질적인 화폐에 대한 이자율이라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위 그래프는 2024년 금 가격 변화추이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3월~4월 중순, 그리고 7월 이후부터 현재까지 2번의 금 가격 상승구간이 있었습니다. 이 기간의 실질금리는 아래와 같이 움직였는데요.
Fred에서 확인할 수 있는 1년 실질금리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금 가격이 상승했던 2개 구간에 정확히 실질금리가 하락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화폐에 대한 실질 이자율이 하락했으니, 그만큼 상대적으로 금의 가치가 상승했다고 직관적으로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실질금리는 약 2%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3월과 7월에는 각각 어떤 이유로 실질 금리가 하락했을까요? 2024년에 인플레이션율이 지속 하락하긴 했습니다만 감소 추세가 그렇게 빠르지 않았고 3월과 7월 인플레이션은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명목 금리 영향이 훨씬 컸을거라 추측할 수 있는데요. 3월과 7월 각각 명목금리가 하락했던 원인은 아래와 같이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 3월에는 높은 기준금리로 자산가치가 떨어진 일부 은행들의 파산 이슈가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하조치가 있을거라 예상하면서 명목금리가 하락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 7월에는 실업률 증가 및 GDP성장률 하락 등으로 향후 경기침체가 올거란 불안감이 시장에 커졌습니다. 때문에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면서 명목금리가 하락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2024년 금 가격이 상승했던 주요 원인은 미국에 경기침체가 올거란 불안감으로 명목금리가 하락했던 영향이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를 기반으로 2025년 금 가격이 어떻게 될지 러프하게라도 예측해 볼 수 있겠습니다.
2025년 금 투자 전망
2025년 금 가격은 어떻게 될까?
정확히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여러가지 가능한 시나리오와 그 가능성을 예측해 보는 것은 가능할텐데요. 2025년 금 가격과 관련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아래와 같습니다.
- 실제로 경기침체가 왔을 때: GDP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되면, 기준금리를 급격히 낮춰서 경기활성화를 유도하려고 할 겁니다. 경기침체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확대될 가능성은 낮으므로 실질 금리는 하락하게 되어 금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 경제지표는 괜찮지만 인플레이션이 재확대될 때: 경제체력이 좋은 상황이라 연준이 가장 두려워하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을 다시 고려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금 투자가 좋지만 금리인상 얘기가 나오는 시점부터 점점 불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 미국정부의 적자규모 확대로 국채발행량이 늘면서 장기채 금리가 상승할 때: 장기적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계속 상승할거란 전망이 우세해지면 명목금리가 상승하면서 실질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져 금 투자는 불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7월만 해도 시장에서는 내년에 미국에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경제가 예상보다 튼튼하다는 해석이 우세해지면서 인플레이션 재확대를 걱정하는 의견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3번째 시나리오는 적자규모때문에 갑자기 급격히 국채 발행량을 늘일 가능성은 낮아 보여서 개인적으론 2번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요.
2번 시나리오로 인해 기준금리가 재상승하면 장기채 금리가 상승하는 3번 시나리오로 연결될 가능성도 존재하는데, 결론적으론 2025년 1분기 정도까진 금 투자가 계속 좋을 수 있으나, 장기적인 금 투자는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무조건 믿는 건 금물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비슷한 시나리오로 미국 국채 숏배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드러켄밀러는 미국 국채 숏배팅이 성과를 내는 데 최소 6개월에서 최대 6년까지 장기적 관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런 투자 시나리오에는 기간 변수도 있고 리스크도 상당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현재 금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갱신한 시점이라 투자를 시작하는 것도 다소 부담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만약 금 투자를 진지하게 고려하신다면 실제 수익 가능성과 필요한 기간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하시고 실행하시길 권합니다. 또한, 현재 미국 장기채 투자가 그렇게 무조건 수익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리스크를 줄이려면 단기채 투자 위주로 운영하시는 게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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