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삼성전자 주가하락이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큰 화두인데요. 7월 중순 삼성전자 주가는 9만원에 근접했다가 최근 6만원을 깨고 하락했습니다. 약 2달 기간동안 주가는 30%이상이 빠진 것이고, 해당 기간동안 외국인들이 약 2억 주를 매도했는데 6만원으로만 계산해도 10조가 넘는 자금입니다.
꽤 이상한 점들이 있습니다. 왜 지금 시점에 삼성전자에 특히 집중해서 외국인 매도가 나타났는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지만 매출 79조 원, 영업이익 9조 원의 분기 실적을 내고도 반도체 사업부장이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공지했는지 등 석연찮은 부분들이 있고 52주 최저가를 갱신한 상황이라 단기적으론 기술적 반등 가능성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삼성전자가 기술적인 선도력을 잃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건 삼성전자 경쟁력이 근본적으로 악화된다는 측면에서 관련 내용들을 제대로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최근 삼성전자의 기술적 문제점에 대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이런 문제점들이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삼성전자 2024년 3분기 실적과 주가흐름
분기 최고 매출,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감소
삼성전자가 2024년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은 79조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상승했으며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9.1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74%상승했습니다. 다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추정치보다 낮았는데요. 구체적인 사업부문별 실적을 반도체 위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반도체 사업부(DS부문) 영업이익 4.1조: 메모리 5.4조, 파운드리 -1.5조, DRAM과 NAND 영업이익은 각각 4.3조원, 1.2조원으로 추정하는데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폭이 컸습니다.
- DRAM B/G -2%, ASP +9%, NAND B/G +1%, ASP +2%로 추정: B/G는 Bit Growth의 약자로 생산량, ASP는 Average Selling Price의 약자로 평균판매가격을 의미합니다. 즉 DRAM 생산량은 줄고 판매단가는 올랐다는 뜻인데요. 예상보다 ASP가 적게 상승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인데, 관련 원인으로는 1)프리미엄 수요 부진, 2)스마트폰, PC업체의 재고증가, 3)중국제품의 공급과잉 등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이번 실적과 관련해서 나오는 악재 중 하나가 SK하이닉스 대비 영업이익률이 떨어졌다는 분석인데요. 관련 실제 수치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SK하이닉스 실적은 2024년 2분기 데이터를 사용했습니다.
- 2024년 3분기 삼성전자 DS사업부 실적: 매출 29.4조 원, 영업이익 4.1조 원, 영업이익률 14%(DRAM only 31%, DRAM+NAND 24%)
- 2024년 2분기 SK하이닉스 실적: 매출 16조 원, 영업이익 5.5조 원, 영업이익률 33%
삼성전자 영업이익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은 DS사업부 성과급 지급분이 이번 실적에 반영되었다는 점인데요. 관련 비용에 대한 시정 추정치는 1.5조~2조 원 정도가 되는데, 이를 반영하더라도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은 최근 무서운 상승세임에 반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이 점점 감소 + SK하이닉스에게 밀리고 있다는 점은 사실로 보입니다.
HBM 매출이 영업이익 성장의 핵심
위 이미지는 SK하이닉스의 분기별 영업이익인데요. 작년에는 DRAM 수요와 평균단가가 모두 약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적자를 냈지만, 2024년부터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시장에서는 HBM매출성장이 주요 이유라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2024년 2분기 SK하이닉스 매출 16조 원 중 약 66%가 DRAM매출인데, 이 중 20%인 약 2.1조 원을 HBM매출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HBM매출은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모두 세부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아 추정할 수 밖에 없는데, SK하이닉스 HBM매출은 2023년 기준 DRAM 총 매출의 10% 수준에서 2024년 2분기에는 20%이상으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2024년 2분기 HBM 매출이 전분기 대비 80% 이상, 작년 동기 대비 250% 이상 늘었다고 밝혔는데요. 그만큼 DRAM매출에서 HBM매출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Trendforce에서 예측하는 HBM시장규모는 2024년 DRAM전체 시장 기준, 생산량의 5%, 매출규모로는 20%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며, 2025년에는 생산량의 10%이상, 매출규모로는 30%이상으로 추정합니다. HBM시장규모가 워낙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위 데이터 기준으로 역산하면 2024년 HBM시장규모는 약 169억 달러 (한화로 약 23조 원)으로 추정됩니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기준 HBM시장의 53%, 삼성전자는 38% 점유율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2024년 초 HBM3시장 점유율은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2024년 SK하이닉스의 HBM매출 및 시장점유율은 작년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과 매출은 줄어들었다는 것인데요.
HBM은 DRAM 전체 생산량의 5%지만 매출규모는 20% 이상일 정도로 고가 제품이며 마진도 큽니다. SK하이닉스 실적이 계속 개선되는 것도 HBM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 상대적으로 이 시장 점유율을 놓친 삼성전자의 실적이 점점 하락하는 이유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시장이 우려하는 삼성전자의 문제
1. HBM 기술력
현재 HBM 주력기술은 엔비디아 Blackwell GPU에서 사용하는 HBM3E제품입니다. HBM제품 스펙을 구분하는 기준은 1)용량: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저장할 수 있는지 2)대역폭: 데이터를 전송하는 도로는 얼마나 넓은지 3)전력소모: 필요한 전력은 얼마나 적은지 3가지인데요.
위 이미지에서 보시는 것처럼 HBM3와 HBM3E는 용량은 24GB로 비슷하지만 대역폭은 HBM3가 6.4Gbps에서 HBM3E는 8.0Gbps로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는 업체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2곳이며, 삼성전자는 아직 납품을 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가 9월 초 엔비디아에 HBM3E 납품을 시작했다는 기사가 있었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이, 최근 1주일 전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HBM3E 공급을 위한 실사를 이제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성 기사가 나왔습니다. 사실상 아직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아 HBM3E를 납품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보는 게 팩트인데요.
이 와중에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HBM3E 12단 양산계획을 모두 밝혔습니다. HBM이 기본적으로 DRAM을 여러 겹 겹쳐서 만드는 제품이라 많이 겹칠수록 성능이 올라가는 컨셉인데요. 삼성전자도 HBM3E 12단 개발완료 기사를 내놨지만 아직 양산계획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가 늦더라도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고 HBM3E 12단도 빨리 양산하면 되는거라 생각하시면 안되는데요. 삼성전자는 보통 6개월~1년 이상 경쟁사들보다 기술적으로 나은 제품을 먼저 출시했고, 이후에 반도체 수율을 높여 생산단가를 낮추면서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반대로 출시 및 양산시기가 늦어진다는 것은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수율이 낮아 생산단가가 높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 제품을 거의 독점 소비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Blackwell GPU 생산능력을 더 높이고 있어서 삼성전자가 품질, 가격 측면에서 기준 이상의 제품만 만들어준다면 사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경쟁사 대비 출시시점이 계속 늦어져서 수율이 낮아지면 제품단가가 올라가므로 삼성전자 제품이 점점 경쟁력이 낮아져서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HBM4개발도 SK하이닉스에 뒤쳐지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예정이던 12단 HBM4 양산을 2025년으로 당기기로 발표했는데 비해, 삼성전자는 HBM4양산과 관련하여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에서야 삼성전자가 HBM4를 2025년 하반기 양산목표로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SK하이닉스보다 늦기도 했고 아직 계획단계이므로 향후 어떻게 일정이 조정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물론 삼성전자 개발능력이 SK하이닉스에 아직 뒤쳐지지 않으므로 HBM4에서 시장점유율이나 기술력을 역전할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2. DRAM 기술력도 문제
HBM은 AI데이터센터 위주로 사용되는 특수한 반도체라 단가와 마진이 높지만 사용처가 협소합니다. 더불어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HBM은 기본적으로 DRAM을 여러 겹 쌓아서 하나로 만드는 개념이라, 더 좋은 DRAM 개발기술을 가진 업체가 앞으로 더 좋은 HBM을 만들 가능성도 높아지는데요.
현재 DRAM시장의 주력제품은 DDR5 1b제품이며,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DDR5 1b제품의 수율은 아직 50%이하로 목표치인 80~90%에 많이 미치지 못한 상태인데요.
2024년 9월 SK하이닉스가 10나노 6세대 DDRAM인 DDR5 1c개발에 성공했으며 수율도 60%에 달한다고 알려졌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DDR5 1c제품을 개발했으나 아직 수율은 한자리수에 머물고 있다고 알려져 DRAM에서 처음으로 기술력으로 경쟁사에세 밀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TrendForce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2.9%로 1위였으며 SK하이닉스(34.5%)와 마이크론(19.6%)순서였는데요. 만약 내년에 SK하이닉스가 DDR5 1c제품 양산을 먼저 진행하고 수율도 현재 알려진 60%대가 나오게 된다면 DRAM 시장점유율 1위를 SK하이닉스에 천천히 내어줄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습니다.
3. 파운드리 사업은 계속 적자
2019년도에 삼성전자는 미래 먹거리로 5년 내에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1위를 하겠다고 목표를 세운 바 있는데요. 이후 TSMC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증가한 반면, 삼성전자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글로벌하게 5나노미터 이하 정밀도로 파운드리 공정을 할 수 있는 회사는 TSMC와 삼성 2곳밖에 없습니다. 애플은 아예 별도 회사에서 자사 제품을 독자 생산하고 있으므로 이를 제외하면, 삼성전자가 기술력과 제품단가만 맞출 수 있다면 파운드리 사업에서 실적 및 시장점유율을 개선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데요.
그럼에도 현재 엔비디아 모든 제품은 TSMC가 100% 생산하고 있으며, 과거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이용했던 퀄컴도 2022년부터 TSMC에 파운드리를 의뢰하고 있습니다. 이건 아주 극명하게 삼성전자와 TSMC의 기술력 차이를 보여주는 결과라 생각합니다. 관련해서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는 아래와 같습니다.
- 삼성의 4nm 공정은 이전에 퀄컴 스냅드래곤 8 Gen 1에 사용되었는데, 수율이 약 30%에 불과했습니다.
- TSMC의 4nm 공정은 수율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에서는 수율이 약 70%에 달한다고 합니다.
- SMC에서 제조한 Snapdragon 8+ Gen 1은 상당한 개선을 보였는데, 퀄컴은 동일 주파수에서 GPU와 CPU 전력 효율이 모두 30% 향상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DRAM이나 HBM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경쟁사 대비 낮은 기술력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5년동안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했던 삼성전자로서는 굉장히 뼈아픈 현실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기술경쟁력이 떨어졌을까?
기술 초격차와 품질을 우선하던 삼성전자가 이렇게 수 년만에 기술력에서 경쟁사에게 뒤쳐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시장에서는 비슷한 분석결과를 내고 있는데요. 그건 수년동안 삼성이 기술투자보다 경영효율화로 단가를 낮추고 매출효율성을 높이려는 작업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여러 매체 및 삼성전자 관련자들의 발언을 토대로 삼성전자는 수년동안 기술투자 및 기술개발자들의 자율성을 줄이고, 단가하락 등 경영효율성에 집중했고 불필요한 보고 등 업무 프로세스도 비대해져 회사가 빠르게 신기술 발전을 쫓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현재 이재용 체제에선 과거 이건희 회장때처럼 과감한 기술투자 및 목표설정 등의 적절한 경영적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때마침 AI와 같은 급격한 기술변화가 겹쳐져 삼성전자가 순식간에 기술경쟁력에서 뒤쳐지는 회사가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장의 평가입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으로 한정하더라도 HBM, DRAM, 파운드리 사업 모두에서 기술력이 뒤쳐지고 있는데,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나 인력 리소스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만약 지금 모든 사업에 투자하여 경쟁력을 높이려는 계획이라면 어쩌면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1위를 잡지 못할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술적인 문제상황을 기반으로 최근에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반도체 부문장이 사과문을 올린 것을 보면 일부분 그 배경이 이해되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삼성전자의 반성 및 미래에 대한 의지가 회장이 아닌 DS부문장 레벨에서 나오는 게 맞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의 문제가 DS부문만의 문제라 생각한다면 앞으로 문제를 개선하는 과정이 꽤 멀고 험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건 개인적인 견해이므로 참고만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2025년을 조심해야 할 듯
모건스탠리는 2025년 DRAM 평균 판매 가격이 7.7% 감소, 2026년에는 25.0%의 더 큰 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면서, 한국의 반도체 기업 및 시장에 겨울이 올거라 예측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는 스마트폰과 PC 판매부진, AI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을 들었는데요.
모건스탠리는 10대 기술 기업의 AI 투자 성장률이 올해 52%에서 내년에는 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에 반해 HBM공급은 크게 늘어서 공급과잉상태가 될 수 있고, DRAM 시장은 2024년 4분기에 정점을 찍고 2025~2026년에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보고서에 대한 여러가지 반박이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최근 깜짝 실적을 내면서 DRAM시장이 아직 건재함을 밝혔고, 엔비디아는 블랙웰 칩이 향후 1년치 공급계약이 끝났다고 밝히면서 AI칩 시장이 아직 성장 중임을 알렸는데요.
어느 쪽 의견이 맞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미국 대선이 끝나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2025년 상반기에는 글로벌한 경제위기 발생가능성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과거에는 그 위기가 경기침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지만, 최근에는 인플레이션의 재반등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암튼 가장 취약한 곳 중 하나가 한국 주식시장이라 생각하는데요. 외국투자자 입장에서 한국은 반도체에 매우 집중된 특수한 시장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전면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현재 SK하이닉스가 기술적으로 앞섰다고 해서 삼성전자보다 조금 더 투자가치가 높을 수 있지만 2025년 상반기에는 둘 다 투자를 조금 조심하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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