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효과로 주가가 살짝 반등했지만 하락세를 멈추진 못했습니다. 10조 규모의 자사주 매입은 국내 기업 중에선 최대 규모입니다만 지금 삼성전자가 주가 부양을 하려고 자사주 매입을 해야 하는 시점인지 약간 의아한 지점이 있습니다.
거기다 본격적인 DRAM 업황 하락 사이클이 시작되고 있고, DRAM과 HBM 둘다 기술적 견차도 벌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삼성전자 주가전망이 그렇게 밝지않아 보이는데요. 관련 내용들을 정리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아쉬운 자사주 매입계획
삼성전자는 아래와 같은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는데요.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자사주 매입계획 세부내용
- 총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 (국내 기업 중 최대 규모)
- 3개월 이내에 3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전략 소각할 예정 (2024년 11월 18일 ~ 2025년 2월 17일)
- 나머지 7조 원은 추후 이사회 논의를 통해 매입 물량, 시기, 처분 방안을 결정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을 위해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자사주 매입을 포함하여 향후 1년 간 필요한 자금은 약 42조 원(자사주매입 10조 원 + 배당금 지급 9.8조 원 + 유동성 장기부채 22.3조 원)인데 현재 현금성 보유 자산은 약 16조 6천억원 정도입니다.
향후 1년 내 삼성전자의 영업활동으로 확보가능한 최대 현금흐름은 약 8조 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즉 회사는 자사주 매입을 위해 대출이나 회사채를 발행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전자가 부채비율이 높은 회사는 아니라서 부채가 증가한다는 것 자체로는 큰 문제가 아닐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소각이 아쉬운 점
위 그래프는 애플의 4분기 누적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 시가총액의 변화추이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애플은 최근 2~3년간 매출이 그닥 상승하지 않고 유지하는 선에서 그쳤는데도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이것은 애플이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한 영향인데요.
일반적으로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면 주가는 상승합니다. 상시적으로 당연한 얘기인데, 순이익이 일정하다면 유통되는 주식수가 줄어들수록 주당 순이익이 증가하고, 배당금도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작년에 133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규모는 총 시가총액의 약 3%수준입니다. 반면 삼성전자가 이번에 진행하는 자사주 매입 3조 원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이죠.
삼성전자는 2020년 이후 주가가 최대 9만원을 넘지 못하고 계속 하락/반등/횡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오랜 주주들에게 혜택을 주려고 했다면 삼성전자가 더 빨리, 더 큰 규모로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어야 했습니다. 현재 3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는 주주들에게 큰 혜택을 줄 수 없고, 계획했던 10조 원을 한번에 진행했어도 기대보다 작은 규모라 생각합니다.
DS투자증권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보고했는데, 이번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이 오너가의 주식담보대출 마진콜을 막으려는 목적이라는 내용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관련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요.
삼성전자 오너가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주식담보대출을 받고 있습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2조200억원,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은 2,500억 원, 이서현 삼성물산 대표는 2,488억 원 등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만약 삼성전자 주가가 계속 하락하게 되면 계좌증거금이 기준 이하로 하락하여 추가 증거금을 납입해야 하는 마진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가 약 5만 8천원 밑으로 떨어지면 마진콜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마진콜 위험도 없애고 오너가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도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소각은 오너가를 위한 것?
또 하나의 문제는 삼성 오너가가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지배권을 확보하고 있는 구조에서 발생하는데요.
이재용을 비롯한 삼성 오너가는 삼성물산 주식을 36.47%보유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다시 삼성생명 19.34%와 삼성전자 5%로 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는데, 삼성생명이 다시 삼성전자의 8.5%지분을 가지고 있어서 삼성 오너가는 삼성물산 주식만 가지고 삼성전자의 최대 13~14%의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삼성생명입니다. 보험업법에 의해서 삼성생명은 총 자산의 3%(약 8.6조 원)내에서만 계열사 투자를 할 수 있는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8.5%는 시가로 환산하면 약 27조 원이나 됩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가 더 상승해서 일부 지분을 매각해야할텐데, 이 돈을 다시 삼성전자에 넘겨서 자사주 매입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 주식비중은 낮아지지만,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오너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어느 정도 보완됩니다. 삼성물산에서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가치도 높아질테니까요.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주주가치를 위한다기보단 오너가의 삼성전자 지배력 유지/강화에 있다는 것이 꽤 설득력있는 해석입니다.
삼성전자는 과거에도 상속 전후 과정에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여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고, 오너가의 기업 지배력을 높였던 전례가 있습니다.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면 주가도 상승하지만 주당 배당금도 늘어나게 되므로 오너가는 이를 통해 상속세를 낼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을 빙자한 오너가 문제해결처럼 보이는 이유입니다.
삼성전자의 근본적인 경쟁력 약화
◎ DRAM 업황하락과 뒤쳐지는 기술력
2025년 DRAM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주요원인은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 높은 재고와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 등인데요.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의 주력인 DRAM업황이 하락사이클을 시작하면 삼성전자 매출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HBM과 DRAM 모두 SK하이닉스대비 기술력에서 뒤쳐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HBM3E 제품은 아직도 엔비디아 납품이 시작되지 않았고 HBM4도 SK하이닉스보다 개발속도가 늦은 상태입니다. 더불어 DRAM 1c제품도 SK하이닉스보다 늦게 개발하여 DRAM에서 최초로 SK하이닉스에 기술력으로 밀리는 상황입니다.
현재 삼성전자의 기술력 문제점에 대해서는 아래 포스트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니 궁금한 분들은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주가는 언제쯤 회복될까?
2025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DRAM과 NAND Memory가격의 하락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만 놓고 보자면 2025년 상반기에 좋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이는데요.
주가가 실적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자사주 매입규모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만큼 삼성전자 주가가 또다시 5만원 이하로 떨어질지에 대해서는 증권사들도 다소 부정적으로 보고, 현재를 바닥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락조정하고 있다는 점은 증권사들도 삼성전자 전망을 그리 좋게 보지 않는다는 점을 반영합니다.
삼성전자 주가 반등시점에 대해서는 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시점에서 삼성전자 주가를 바닥으로 보고 장기투자를 할만한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요소들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주가가 낮아도 그만큼 가치가 있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위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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