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ETF를 분석하다가 눈에 들어온 리노공업에 대한 간략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일단 어떤 회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영업이익률 40%, 순이익률 30~35%대를 꾸준히 유지하는 회사라는 점이었습니다.
아주 짧은 조사지만, 이 회사를 매력적으로 느낀 점은 ①반도체 분야에서 가격 결정력까지 보유한 글로벌 1위 제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②회사주가는 반도체 경기와 같이 움직이고 있으며 ③회사는 매우 주주친화적인 배당정책을 가지고 있다는 3가지였습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얘기해 볼게요.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리노공업은 어떤 회사인가?
반도체 검사용 반도체 핀과 소켓을 만드는 회사
리노공업은 부산에 위치한 반도체 검사용 소켓과 의료기기 부품을 제조 및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1978년에 설립, 2001년에 코스닥에 상장되었으며, 직원수는 600여 명에 달합니다. 신용등급은 AA로 상위 0.5%에 속하는 우량회사입니다.
회사매출의 90%는 리노핀과 IC Test 소켓류에서 발생하며, 약 75%의 매출이 해외에서 발생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리노핀은 반도체 칩 결함여부를 검사하는 Prove Card에 들어가는 Prove Pin입니다.
반도체가 점점 발전하면서 Prove Card 한 장에 들어가는 Prove Pin은 약 2만~8만 개가 된다고 합니다. 이것도 2년 전 이야기이니, 지금은 아마도 더 많이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리노핀이나 IC Test 소켓(리노 핀을 이용해서 만든 반도체 테스트 판 같은 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다면 아래 4분짜리 동영상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리노 핀(Leeno Pin)은 이 Prove Pin 제품브랜드명인데, 이 회사가 독자적으로 만든 자체브랜드입니다. 찾아보니 이 씨와 노 씨가 같이 만들어서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 하는데, 아무튼 자체 브랜드를 쓸 만큼 반도체 업계에선 제품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핀이 무슨 장사가 되겠냐 싶겠지만, 핀의 종류는 약 3만 개가 넘으며 리노 핀의 반도체 핀 시장 점유율은 70%가 넘습니다.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라면 리노 핀을 사용하지 않는 회사가 없다고 보시면 되며, 머리카락보다 가는 핀을 만들기 위해 자체적인 공구를 제작할 만큼 독자적인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회사 주가가 고평가 되었다고?
회사에 대한 평가를 찾아보면 PER이 23배나 되고, PBR도 4배나 되어서 고평가 되었다는 내용들이 있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2015년 1,000억 원에서 2020년 2,000억 원으로 2배 상승했으며, 2022년에는 3,000억 원으로 크게 뛰었습니다. 2023년은 아마도 연간 매출액이 3천억 원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건 2021~2022년이 반도체 업계에선 너무 좋았던 해이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작년 말부터 감산 중이고, PC 및 모바일 시장도 2023년은 작년에 비해 침체입니다. 올해 반도체 시장이 침체인 것은 다들 아실 거라 회사 주가는 올해 하락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분기 별 영업이익이 2022년 하반기부터 확실히 감소하는 추세입니다만, 영업이익률은 크게 하락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40%대의 영업이익률 자체가 경이로운 수준이라, 회사주가가 PER 22배로 거래되는 것은 크게 이상해 보이지 않습니다.
회사주가는 2020년 이후로는 PER 22배에서 크게 하락한 적이 없습니다. 모든 주가가 폭락했던 2022년 9월과 올해 초 미국의 은행파산 위기를 제외하면 회사주식은 대부분 PER 22배 위에서 거래되었습니다.
또한 이 기업은 기업유보금이 적고 배당성장성이 높습니다. 기업의 수익성이 높을수록, 기업의 배당성향과 성장성이 높을수록 PER과 PBR은 높아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리노공업의 배당금은 거의 연 매출성장률과 동일한 수준으로 매년 증가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2015년 주 당 1천 원에 미치지 못했던 배당금이, 2022년에는 3천 원까지 올랐습니다. 그동안 회사주가도 많이 올라 배당률이 2% 근방입니다만, 2015년부터 꾸준히 주주였다면 이 회사는 주가와 배당 2가지로 주주에게 큰 이익을 안겨주는 효자종목이었을 겁니다. (찾아보니 2015년부터 주가도 3배, 배당도 3배가 올랐네요)
또한 가치투자에서 중요하게 보는 ROIC(투하자본순이익률)이 40~50%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ROIC는 세후자본이익(영업이익)을 영업투하자본으로 나눈 값인데요. 제품생산/판매과정에 100원을 넣으면 50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인데 굉장히 탁월한 수치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럼 리노공업, 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
기본적인 성장성은 나쁘지 않음
일단 현재까지로 보면, 리노공업의 실적은 반도체 경기와 같이 갈 가능성이 높은데요. 회사의 사업보고서에서도 언급되었듯, 향후 반도체 애플리케이션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2배로 성장 예정입니다.
반도체는 점점 더 정교하고 복잡해질 거라 회사매출은 시장 성장성 이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회사가 보유한 제품의 경쟁력이 우월하므로, 기본적인 성장성은 어느 정도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회사였다면 지금보다 주가는 더 올랐을 테고 투자의견도 훨씬 많았을 텐데요.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정리했습니다.
신제품 부재, 절대적인 대주주 지분, 무차입 경영
우선 가장 먼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신제품의 부재입니다. 회사가 반도체 핀 시장에서 독보적인 제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만, 이 제품라인 하나로는 회사의 외형적 규모를 확장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회사 반기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모두 살펴보았습니다만, 이렇데 할 신제품 개발 및 준비소식이 없습니다. 최근 회사 매출의 7~8%를 차지하는 의료기기 부문도 반도체 핀 기술의 응용 수준이며 매출성장성도 크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회사의 무차입 경영과 절대적인 대표지분 구조입니다. 회사는 오랫동안 무차입 경영을 지향하고 있으며, 대표이사의 주식지분이 약 35%에 달하고 있습니다.
ROIC가 50%, ROE가 20%나 되는 회사라면 당연히 어느 정도는 공격적인 차입으로 제품생산력을 보강하거나, 신제품 개발에 자본을 쏟아 회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건강한 회사의 모습인데요. 전체적으론 기존 제품라인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 다소 아쉽습니다.
그리고 35%에 달하는 대표이사 지분도 좀 걱정됩니다. 찾아보니 대표이사는 70대의 고령으로 곧 회사의 경영진이 교체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있습니다. 아쉽지만, 이 회사도 대표이사를 가족에게 넘겨주려는 작업들이 나오고 있고, 현재 높은 배당금 지급과 유보금을 최소화하는 것도 이런 과정을 목적으로 하는 작업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회사의 주주 친화적인 배당정책이 가족회사를 만들려는 목적이 아니길 바라며, 보다 능력 있는 경영진이 회사를 크게 키워줬으면 좋겠습니다.
마무리
조금은 지켜봐야 할 시기
아직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시그널이 보이지 않고, 회사는 경영진이 교체되는 중요한 시기라 2023년 내에는 투자보단 상황을 지켜보거나, 아주 일부 비중으로 투자여부를 점검하는 기간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
회사가 현재까진 좋은 제품라인과 높은 이익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좋은 타이밍에 투자한다면 최소 5년 정도는 손실 없이 이익을 낼 수 있는 투자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2023년 영업실적은 작년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되며, 여러 가지 중요한 환경변화가 있을 것이므로 신중하게 투자여부를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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