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에서 몇 번이나 다뤘습니다만 달러환율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저 따위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문 딜러들도 환율을 맞추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인데요. 그럼 왜 달러환율 포스트를 이 시점에 쓰는 것이냐면...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달러환율은 내려갈거라고 기정 사실처럼 믿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론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원화는 딱히 달러 대비 강세를 가질 요인들이 없어서 더욱 원화의 미래가 걱정됩니다. 거기다 앞으로 달러환율에 영향을 줄 이벤트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금리인하가 있습니다만, 그만큼 중요한 미국대선이 있고, 이스라엘-헤즈볼라와 이란 중심의 이슬람 연합세력과의 충돌 이슈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으며, 최근 미국 의존도가 높아진 우리나라 무역경제, 그리고 우리나라 외평기금 등 너무나 많은 대형 이슈들이 존재합니다.
향후 달러환율의 방향성을 정확히 점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이벤트들이 달러환율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 다양한 가능성과 평가들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준금리 인하와 원달러환율의 관계
역사적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원화 강세
역사적으로 2000년대 이후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높였다 인하했던 것은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이후 현재 2번을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장기적으로는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초 미국 기준금리는 4.25%였고, 우리나라는 5.25%로 우리가 더 높았습니다. 물론 2008년 시점보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규모나 외환보유 등의 여러가지 경제적 차이가 있으므로 단순히 그 때와 현재의 기준금리를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 미국은 2008년 12월까지 기준금리를 0~0.25%로 급격히 낮췄으며, 우리나라도 2009년 2월까지 6번의 금리인하로 기준금리를 2%까지 낮췄습니다.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원달러환율은 2009년 3월까지 급상승하여 약 1,600원을 위협했습니다. 원화가 엄청나게 약해졌다는 의미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시기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하해도 원달러환율이 상승했던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에서 빠져나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달러와 미국 국채로 몰렸습니다. 이를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라고 합니다.이로 인해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반대로 한국 원화는 약세를 보였습니다.
-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외환보유액 감소와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외환시장에서 원화가 큰 폭으로 약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한국은 외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자본 유출이 발생하자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글로벌 수요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한국의 수출이 감소했습니다. 한국 경제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 감소는 원화의 가치를 더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실제로 2008년 당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5~4%대에서 2008년 말에는 2%까지 하락했습니다만, 2009년 초에는 다시 4% 근처로 반등하면서 미국 국채에 대한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보였습니다. 금융위기는 미국때문에 발생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기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 때문에 미국으로 다시 돈이 몰리는 특이한 현상이었습니다.
물론 2020년 이후의 원달러환율 상승현상은 2008년과 같지 않습니다. 2008년은 경기침체 위기로 금리를 급격히 인하했기 때문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미국 국채로 돈이 몰렸고,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나 경제체력도 2008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2008년 당시 원달러환율이 상승했떤 이유를 현재 시점에 대입해 보면 몇 가지 문제가 발견됩니다.
미국 장기채 금리가 상승하면 달러 강세로 연결
현재 미국의 GDP 대비 부채율은 약 120%를 초과했으며, 실제 규모는 약 35조 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4경 7천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2019년 이후 미국 국가부채가 급증한 이유는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든 정부의 다양한 경기부양정책 등)
국가든 개인이든 빚은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것인데, 2023 회계연도에 부채 서비스 비용은 약 8,790억 달러였으며 이는 총 연방 지출의 약 14%였고, 2024 회계연도에 이자 지급액이 총 8,9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2025년까지 1조 달러, 2034년까지 1조 7,000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빚을 갚는데 필요한 돈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인데요.
최근 모든 국가는 복지 및 여러가지 경제정책으로 지출해야 하는 돈이 늘어나는데, 빚 갚는데 써야 할 돈이 많아진다면 결국 국채를 발행해서 상당 부분의 빚을 돌려막아야 합니다. 특히 현재 바이든 정부는 2023~2024년에 단기채 발행량을 엄청나게 늘였기 때문에 2025년에는 어떤 형태로든 장기채 발행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렇게 장기국채 발행량이 늘어나면 장기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2024년 초기에 미국에서 발생했던 상업은행 파산이슈와 같은 금융문제 발생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사건이 2024년 초 Republic of Bank의 파산사건이었습니다. 이 시기에도 미국 정부가 유례없이 직접 사건에 개입하고 장기 국채금리를 의도적으로 낮추면서 문제를 해결했던 바 있었는데요.
물론 이렇게 극단적인 사건이 다시 발생한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만, 현재 미국의 부채규모는 확실히 향후 장기국채 금리를 상승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옐런 재무부 장관은 희대의 천재라고 하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 조정해서 아무 일 없이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2025년은 원달러환율 상승에 대한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수출감소는 원달러환율 상승 요인
최근 유진투자증권에서 흥미로운 보고서를 냈는데, 2023년부터 원달러환율과 코스피 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과거에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은 원화가 강세이면 수출로 벌어들이는 달러가 적어져서 수출이 약화되고, 반대로 원화가 약세이면 수출이 좋아진다는 것이었는데요. 이젠 반대가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이건 조금만 생각해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미수출 비중이 크게 늘면서 경제와 주식시장이 미국경제와 연동되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즉 미국경제가 좋아지면 우리나라의 미국 수출액도 늘어나서 경제도 좋아지고 주식시장도 좋아지지만 반대로 미국경제가 나빠지면 대미수출이 줄면서 경제도 나빠지고 주식시장도 침체된다는 의미입니다.
미국경제가 좋아진다는 것은 해외 투자금들이 미국으로 몰린다는 의미이고 결과적으로 달러는 강세가 됩니다. 반대로 미국경제가 약해지면 달러도 약세가 된다는 의미인데요. 만약 미국이 경기침체를 대비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하해야 한다면 달러가 약세가 되면서 우리나라 대미수출과 경제상황도 나빠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달러환율은 떨어져야 하지마, 우리나라 경제와 대미수출이 약해지면서 원달러환율은 예상만큼 크게 하락하지 않거나, 오히려 반등할 수 있다는 결론이 성립할 수 있는데요. 이것도 하나의 가설입니다만, 저는 최근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미국 의존도를 엄청나게 키우고 있어서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다르게 얘기하면 원달러환율의 방향성을 예측하려면 미국경제가 좋아지는지 나빠지는지를 관찰해야 한다는 얘기가 성립합니다. 향후 단기적으론 미국 수출비중이 줄어들고 다른 국가 비중이 늘어나기 어려울거라 이 시나리오도 잘 참고해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미국대선과 원달러환율의 관계
트럼프가 당선되면 원화강세, 해리스가 당선되면 원화약세?
11월 미국대선이 다가오면서 당선자에 따라 원달러환율이 어떻게 변화할거라는 예측기사와 시장분석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모든 의견이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만 대체로 트럼프가 당선되면 원달러환율 하락, 해리스가 당선되면 원달러환율 보합 내지 상승 쪽으로 의견이 정리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실제론 반대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먼저 해리스 후보 당선 케이스를 살펴 보겠습니다. 미국에서는 해리스 후보당선 시나리오 예측이 상대적으로 쉽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론 우리나라 입장에선 훨씬 복잡한 변수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 바이든 정부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QT기반의 양적긴축 등 긴축통화정책과 동시에 정부 곡간을 열어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경제를 부양시켜 강달러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 만약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경우, 기존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을 계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인플레이션이 반등하지 않는 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고,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국가부채규모가 커져서 현재 바이든 정부처럼 미국경제를 직접적으로 부양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즉, 달러는 현재만큼 강세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합니다.
-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원화가 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장기국채 금리 상승이나 대미무역 약화로 원화강세는 그닥 크지 않은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오히려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상황도 발생 가능합니다.
그럼 트럼프 후보 당선 케이스를 살펴볼텐데요. 개인적으론 트럼프는 시장과 경제상황과 다소 무관하게 개인적인 의지로 원하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우리나라와 닮은 부분이 있네요;)
- 시티은행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약 5%정도 달러강세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건 과거 트럼프 당선시점에 달러가 5%정도 상승했고, 반대로 트럼프가 떨어졌던 2020년에는 달러가치가 5%정도 하락했다는 통계를 기반으로 합니다.
- 하지만 트럼프는 주요 공약으로 대미무역 적자규모를 줄이기 위해 약달러를 만들거라 강조하는데요. 이를 위해 주요 대미무역 흑자국가들에게 관세를 인상하고, 예전 일본처럼 통화가치를 올리라는 무대뽀(?)식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반대로 트럼프는 중앙은행이 고금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고 기준금리를 시장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중앙은행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이건 원화를 강하게 하는 요인이 되겠지만, 개인적으론 트럼프가 실제로 이렇게 실행하긴 어려울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관점에선 트럼프가 당선되면 원화가 소폭 약세로 시작해서 시간이 갈수록 강세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요. 반대로 해리스가 당선되면 원화가 어디로 튈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건 예측하는 사람마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혹시 다른 의견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외 문제들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더 문제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5년도 외평기금을 전년 대비 65조 원이나 급감한 것은 개인적으론 꽤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에 큰 변동성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어서 외평기금규모가 적으면 환율변동성이 매우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수출무역 수지는 최근 많이 개선되었습니다만,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 의존도가 높아졌고 미국대선 결과나 미국의 경기침체 여부에 따라서 향후 무역수지가 언제 또 하락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보다 더 문제인 것은 우리나라 내수시장의 침체인데요. 관련 내용은 아래 포스트에서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현재 체감 인플레이션도 너무 높고 경제상황도 변수가 많아서 우리가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서 금리를 인하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개인적으론 상상이 잘 되질 않습니다. 때문에 원달러환율이 자연스럽게 낮아질거란 막연한 기대감이 투자에 상당한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중동리스크
이스라엘과 이란, 헤즈볼라 등 이슬람 세력의 전면전 리스크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현재 바이든 정부는 대선 전까지 어떻게든 이 전쟁이 본격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이 전쟁이 민주당 재집권에 매우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대선 결과가 다시 가시화되거나 대선이 끝난 이후에는 이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대선에 가까워질수록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 예상하며, 실제로 이 문제가 터지면 달러환율이 치솟을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막연하게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원달러환율이 내려갈거라는 기대는 생각보다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달러환율이 무조건 하락하거라는 전제로 투자계획을 잡고 계신다면, 위와 같은 여러가지 요인들과 그 영향을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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