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달러는 반대로 움직인다는 경제상식이 깨지고 있습니다. 보통 금값은 금리가 하락할 때 상승하고, 반대로 금리가 상승할 때 하락하는데요. 화폐가치가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금과 같은 원자재 가격이 싸 보이므로 금값이 상승하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최근 달러환율이 1,350원을 돌파했는데 금값도 온스 당 2,319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습니다. 우리가 이제껏 알고 있던 경제상식이 무너지는 세상인데요. 앞으로 금값은 어떻게 될지, 그리고 달러환율은 언제쯤 떨어질지에 대한 정보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해 주세요.
달러환율이 상승한 이유
결론적으론 경제가 좋아져서 금리인하 기대치가 낮아졌기 때문
4월 2일 원/달러 환율이 작년 말 이후 다시 1,350원을 돌파했습니다. 아래 한국은행 자료처럼 시장에서는 '미 경제지표 호조에 따른 미 국채금리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발표된 미국 ISM 제조업 PIM지수가 16개월 만에 '경제확장'으로 돌아섰습니다. 특히 총지수가 '50'선을 넘어선 것은 꽤 상징적입니다. 이렇게 높은 고금리 상황에서도 경기침체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고, 그래서 기준금리 인하도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제조업 PMI와 관련된 세부지표를 몇 가지만 언급하겠습니다.
- New Orders는 현재 업황을 잘 보여주는 지표로서 51.4로 확장 국면에 진입
- 반면 고용 선행지표인 Employment는 전월 대비 상승했으나 아직 50 이하로 확장추세라 볼 수 없음
- 물가의 선행지표인 Prices는 55.8로 3개월째 크게 상승 (속도도 빠름)
- 종합적인 경제상황은 47개월째 확장국면을 유지 중
전체적으로 매우 제조업 PMI가 매우 좋게 나왔습니다만, Price지표가 빠르고 크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포인트입니다. 제조업 물가상승은 전체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연준은 경기침체보다 인플레이션 대응력이 훨씬 낮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경기침체보다 훨씬 무섭습니다.
제조업PMI가 발표된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크게 상승합니다. 시장기대보다 기준금리 인하가 더 늦어지거나 강도가 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10년물 금리만 높아진 게 아니라 2-3년물 단기물 금리도 같이 높아졌습니다. 달러인덱스도 같이 상승하면서 달러가치를 높입니다.
1,300~1,350원대를 유지하던 달러환율은 약 1년 만에 1,350원을 돌파했습니다. 최근 원/달러환율은 특별히 우리나라만 튀는 것이 아니고 달러인덱스 변화와 방향과 속도가 비슷합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다면, 달러환율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시점 기대감과 미국국채 금리에 연동해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연준은 장기국채 금리 상승을 두려워함
저는 개인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진 못할 것이고, 7월 이전까진 1,300~1,350원 선을 유지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유는 연준이 장기국채 금리상승을 매우 경계하기 때문입니다.
제조업 PMI발표 이후 10년물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파월 의장은 바로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비둘기성 발언을 했습니다. 파월의장이 이렇게 '말만 하는 정책'에도 10년물 국채금리가 반응하면서 소폭 하락했습니다.
사실 ①최근 1,2월 미국 CPI지수가 예상보다 높았고 ②제조업 PMI지수 중에서도 물가 선행지표인 Price지표가 급등하고 있어서 기준금리 인하시점을 늦추거나 현재금리 장기화 등의 매파적 발언이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요.
오히려 파월 의장은 최근 노동시장이 예전보단 약화될 징후가 보인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연내 금리인하를 시작하는 기조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는데요. 사실 이 말은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별로 크게 의미부여를 하지 않습니다.
10년물 장기 국채금리가 작년처럼 4.5%를 넘어가는 상황이 다시 발생하면 주식 및 금융시장에 큰 발작이 일어날 테고, 올해 11월 대선을 치르기 위해 현금총알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 미국정부는 지금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은 절대 만들지 않을 겁니다. (개인적인 생각)
달러환율은 언제 하락할까?
첫 번째 가능성. 6월 금리인하 시점
시장에선 여전히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 p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내 총 금리인하가 3번, 총 0.75% p까지 이뤄질 거란 기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요.
원/달러환율은 결국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차이로 인해 크게 발생했으므로, 6월에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이 시점에는 달러인덱스가 하락하면서 원/달러환율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시점과 폭이 너무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된 정보라 큰 폭의 변화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 가능성. 7월 우리나라 외환시장 개방 이후
현재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폐쇄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데요. 현재 ①원화는 뉴욕, 런던, 싱가포르 등의 역외 금융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고 ②국내 시장에서도 국내 금융기관만 참여가능하며 ③거래시간도 오전 9시~오후 3시 30분까지만 가능합니다.
2024년 7월부터 국내 외환시장이 개방/경쟁적 구조로 변환될 예정입니다. ①일정요건을 갖춘 해외금융기관(RFI)이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되고 ②외환시장 개장시간이 영국 런던시장에 맞춰 오전 9시~다음날 오전 2시로 연장됩니다.
외환시장이 개방된다고 해서 원/달러환율이 무조건 떨어질 거라 보긴 논리가 부족해 보이는데요. 실제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는 비슷한 시점에 한국국채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국채지수(WGBI)란 세계 23개 주요국 구채들이 편입된 지수로, 이 지수에 따라 움직이는 추종 자금 규모가 약 2조 5천억 달러에 달합니다. WGBI에 편입되려면 ①국채 발행잔액 500억 달러 이상 ②신용등급 S&P A-이상 ③외국인 투자자 시장 접근성 확보 3가지를 충족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WGBI편입을 준비했는데, 위에서 말씀드린 3번 외국인 투자자 시장 접근성을 확보하지 못해서 계속 편입되지 못했습니다. 3번에 해당하는 2가지 조건이 1) 외국인 채권투자 비과세와 2) 외환시장 개방확대인데요.
위 이미지는 오래전에 제작된 것이라 편입시기는 2024년 9월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보시는 것처럼 지수편입으로 인해 채권발행금리가 내려가고 외화가 유입되는 효과가 있어서 달러환율 하락에 제법 큰 영향을 줄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금가격은 왜 상승했을까?
높은 금리유지 + 중국수요 + 지정학적 리스크
온스 당 금값은 3월 26일부터 상승했습니다. 최근 금리인하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달러인덱스가 상승한 것과 같은 현상인데요. 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은, 유가 등의 원자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보입니다. (올해 은값은 12.5% 상승, 유가는 20.6% 상승했습니다.)
두 번째는 중국의 금 수요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달러기반 국제금융거래가 막히는 걸 본 중국이 지속적으로 금 보유량을 늘이고 있습니다. 시장통계에 따르면 작년에만 225톤의 금을 순매수했다고 하는데요. 관련내용은 아래 글도 참고해 주세요.
세 번째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입니다. 어쨌든 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가치는 세상이 어지러울 때 상승하는데요.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뿐 아니라 이스라엘-하마스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중동지역 리스크, 그리고 대만 중심의 미중갈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계속해서 금가격이 상승하리라 보긴 어렵습니다만, 연준이 금리인하를 시작하기 전까진 큰 하락 없이 약한 상승세나 보합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2,300달러가 대부분 기관들의 목표치를 초과한 상황이라, 지금부터 금을 안전자산으로 투자하는 것에는 개인적으론 큰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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