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작년부터 끊이지 않는 논쟁거리 중 하나가 '경기침체'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경기침체가 확실히 오거나 이미 진행 중이라 주장합니다만, GDP와 고용지표는 너무 건실하고 주식시장은 계속 우상향 하고 있어서 경기침체 없는 소프트랜딩이 가능하다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는데요.
확실한 건 기존 거시경제학과 많은 데이터들이 너무도 확실하게 경기침체가 올 것을 예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말 이번에 경기침체가 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지금 기존 경제학적 지식들이 적용되지 않는 새로운 세계의 진입점에 있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론 '확실하지 않을 땐 보수적으로'라는 주식시장 격언을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이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유통되는 돈이 줄고 있다.
통화량은 줄었지만 통화유통속도는 빨라졌다
이게 왠 거시경제학이냐는 생각도 하시겠습니다만, 경제학을 배운 분들이라면 아마도 기억하실법한 교환방정식입니다. 화폐수량설을 설명하는 공식이기도 한데요. 왼쪽의 통화량(M)과 통화유통속도(V)를 곱한 경제 전체의 지출과 오른쪽의 물가(P)와 국민소득 GDP(Y)를 곱한 값이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제로금리와 정부지원금 등으로 급격히 늘어났던 통화량은 이후 금리인상과 긴축정책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빠르게 통화량을 줄이고 있는 시기이기도 한데요. 통화량이 이렇게 줄었는데 왜 GDP가 상승했을까요? 그건 통화유통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입니다.
화폐수량설에 의하면, 통화량이 줄었지만 보시는 것처럼 통화유통속도(Velocity of M2 Money Stock)가 급상승하면서 GDP상승을 견인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상황에선 당분간 M2통화량을 늘이진 않을거라, GDP가 상승하려면 통화유통속도가 계속 상승해야 할 텐데요. 그런데 앞으로 유통속도가 증가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줄어드는 대출규모와 강화되는 규제
통화가 유통되는 데 가장 중요한 수단은 대출입니다. 통화량 측면에서 경제가 발전하려면 1)대출이 원활하게 증가하고 2) 대출금보다 많이 사람들이 돈을 벌어야 하는데요. 일단 아래 그림을 하나 보겠습니다.
SLOOS란 미국 은행대출 규제에 대한 일종의 설문조사입니다. 수치가 높아지면 현장에서의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고, 반대는 규제가 약화된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대출규모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위 그래프를 보시면 2023년도 1~3분기까지 SLOOS수치가 대폭 증가했습니다. 과거 비슷한 수치를 보였던 기간에 대부분 큰 경기침체(회색 음영으로 표시된 부분)가 있었을 정도인데요. 당연히 규제가 강화된 이후, 주황색의 대출규모가 급감했습니다. 시중에 돈이 잘 유통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렇게 대출규제가 강화된 것에 상업용 부동산들의 실적약화 문제가 상당 부분 연관되어 있으며, 이렇게 대출규모가 줄고 규제가 강화되어도 2023년 4분기 미국 GDP가 잘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코로나 시기에 받았던 지원금으로 소비자들의 은행잔고가 두둑했던 상황이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국민소득 대비 순저축 비율은 최근 급감하여 마이너스가 되었습니다. 과거에 이렇게 순저축 비율이 감소했던 시기에 대부분 경기침체가 있었다는 것도 같이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지금 잘 나오고 있는 CPI와 고용지표는 모두 틀렸다.
실제 고용자 수와 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있음
미국 고용자 수 조사는 가계조사와 기업조사가 2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단어처럼 기업조사는 기업 기준으로, 가계조사는 직접 가정에 방문해서 취업자 수를 조사하는 것인데요. 2가지 지표의 트렌드가 조금 다릅니다.
가계조사와 기업조사는 기본적으로 같은 값을 가질 순 없습니다. 조사대상과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한 얘기인데요. 중요한 것은 트랜드입니다. 위 그래프처럼 기업조사의 고용자 수는 유지 및 상승되는 추세라면, 가계조사(하늘색)의 트랜드는 분명 하락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해석이 있습니다만, 캐시우드를 포함한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은 N잡러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제가 3개의 회사에서 일을 한다면, 기업 기준의 고용조사에서는 3명으로 계산되지만, 가계조사에서는 그냥 취업자 수 1명으로 계산됩니다. 최근 물가상승과 고용환경 악화로 멀티잡을 하고 있는 인력이 늘어나면서 고용지표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데이터는 평균 노동시간입니다. 위 그래프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주당 평균 노동시간을 표시한 그래프인데요. 위와 같이 최근 노동평균시간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캐시우드는 이렇게 평균노동시간이 감소하는 것이 경기침체의 신호로 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CPI를 상승시킨 주범인 주거비도 감소하고 있다
2024년 1월 CPI가 예상보다 높았던 대표적인 원인으로 주거비 상승을 언급하는데요. 사실 주거비도 하락하고 있으며 CPI 데이터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관련 근거로 아래 신규 세입자 임대료 지수를 보시기 바랍니다.
주황색으로 표시된 '신규 세입자 임대료 지수'는 매 분기 별로 해당 분기 내에서의 임대료만을 조사하여 전년 동기와 비교합니다. 그러니까, 특정기간 동안 새롭게 발생하는 임대료 트렌드가 훨씬 잘 반영된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작년 12월부터 올해 신규 임대료는 급감하는 트랜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집값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위 그래프는 미국 주택가격 중앙값을 전년 동기 대비로 표시한 그래프인데요. 2023년 말부터 현재까지 주택가격이 급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현재 경기침체가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되는 지표는 수없이 많습니다.
3. 2024년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이다.
왜 GDP와 고용지표가 좋은 걸까?
경기침체를 가르키는 어떤 지표에도 계속되는 질문은 '그럼 왜 지금 GDP와 노동지표는 잘 나오는 것인가'인데요. 위 그래프로 설명해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검정색은 금융, 파란색은 GDP, 붉은색은 노동의 사이클인데요. 3가지 사이클의 진행순서는 금융 > GDP > 노동의 순서로 진행된다는 이론입니다. 즉, 금융관점에서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고, 여러 가지 긴축정책을 펼치면, 이 효과가 GDP와 노동지표에 후행적으로 반영된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2023년부터 시작된 고금리 및 긴축정책으로 인한 경제 효과는 2024년부터 경기침체로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며, 생각보다 오랜 기간의 경기침체기가 있을 것이란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경기침체와 금리하락기가 온다면?
글을 시작할 때 적었던 것처럼, 이런 다양한 지표들에도 불구하고 미국GDP와 노동지표는 매우 건실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주식시장은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존 경제학과 경기침체를 가르키는 데이터들을 모두 무시하는 결과인데요.
위에서 언급하지 못했지만 장단기 금리역전, 미국 주요기업들의 인력구조조정, 미국 IT 및 투자거물들의 주식 현금화 등 경기침체가 올거라 생각하는 학문적/실질적 데이터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경기침체가 온다는 걸 믿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주식상승과 경제의 소프트랜딩에 몰빵 하는 것에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이 오늘 포스트의 결론입니다. 조금 더 보수적으로 내 돈을 지키는 투자방식이 좋겠다는 생각인데요 (물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2년 이상 1,000톤 이상의 금을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금 매수를 주도하며 인도, 튀르키에, 브라질과 같은 신흥국들도 매입량을 늘이고 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금은 경기침체기에 좋은 헷지자산이며, 금리인하 시기에 상대적으로 가치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경기침체나 스태그플레이션과 같은 상황이 발생해서 급하게 금리를 인하하게 된다면 금 가격은 3천 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시티은행의 보고서가 있었는데요.
경기침체 대비로 금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아래 금투자 방법에 대해서 별도 정리했던 포스트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비트코인도 현물ETF판매가 승인되면서 2023년에만 가격이 100% 이상 상승했습니다. 비트코인이 금보다 경기침체 방어효과가 더 좋다는 의견들도 있으므로 ETF를 통한 비트코인 투자도 방법을 살펴봐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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