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에너지 혹은 재생에너지는 향후 20~30년동안 빠질 수 없는 투자 테마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와 화석연료의 고갈, 화석연료를 보유한 국가들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터질 때마다 에너지 수급의 변동성이 커져서 어떻게든 대체에너지 혹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프레임이 넘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원자력은 대체에너지 세계에서 약간 계륵같은 존재입니다. 많은 전력생산을 커버할 수 있지만 생산비용이 높고 사고위험과 폐기물의 환경오염이 너무 큰 이슈인데요. 이런 시점에 생산비용을 낮추고 폐기물 환경오염을 줄인 4세대 원전이 조용하게 개발 중이고, 중국 등 일부 지역에선 최초 상용화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향후 탄소중립시대의 메인 에너지원이 될 수 없습니다만,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준비 중인 벤치 대체선수 정도의 느낌으로 개발현황에 관심을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SMR을 모든 원자력 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법사처럼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인 의견)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왜 다시 원자력일까?
1. 전력 수요가 늘어난다
가장 큰 이유는 급증하는 전력수요입니다. 특히 중국과 인도, 개발 도상국에선 아직도 최종 에너지 소비를 전기화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고, 주거와 운송(전기차 등), 데이터 센터 부문에서 전기 사용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예정입니다.
요즘 각광받는 인공 지능은 전기를 엄청나게 사용하는데요.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관련 데이터센터, 암호화폐에 필요한 전기 수요가 2022년~2026년까지 2배 이상 증가해서 1,000TWh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건 일본 전체 전력 사용량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전기 수요는 재생에너지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IEA에 따르면 향후 2026년에는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는데요. 원자력을 통한 전력 생산량은 재생에너지에 비해 굉장히 낮은 비중입니다. 이건 현재 예측치 기반인데요. 원자력이 현재까지 클린에너지로 분류받지 못했고, 여러가지 문제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현재 예측하는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계획대로 증가할거라 보진 않습니다.)
2. 원자력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
2023년 12월 COP28 기후 변화 회의에서 글로벌 20개 이상 국가에서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3배로 늘이겠다고 공동 선언했습니다. 이제 에너지는 안보차원에서도 확보해야 할 중요한 자원인데요. 재생에너지만으론 에너지 안보를 맞추기 어려워졌고, 탄소배출 측면에서 원자력도 녹색 에너지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독일, 프랑스 등의 유럽지역에서는 그동안 러시아에 의존했던 석유, 천연가스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전기 도매 가격이 급증했습니다. 공급망 다변화와 미국의 역대급 석유 생산량 증가 등으로 가격을 낮췄지만 현재 에너지 가격은 2020년 대비로는 여전히 높고 앞으로도 높을 예정입니다. (미국이 현재처럼 석유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을거란 보장이 없습니다.)
이렇게 에너지를 기존보다 높은 단가로, 그것도 안정적인 수급을 장담할 수 없다보니 문제가 많지만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기수급이 가능했던 원자력에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원자력의 문제는 뭘까?
1. 초기구축비용이 높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COP28 기후 변화 회의에서 20개국 이상의 국가들이 의결한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량을 3배로 늘이는 것은 현재 시점에선 불가능합니다. 첫번째 이유는 원자로를 하나 건설하는데 10년 이상의 건설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2번째 이유는 원자로 생산단가입니다. 위 그래프는 각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나타내는데요. 2021년 기준으로 태양열은 1,561$/kW, 풍력은 1,428$/kW, 천연가스는 920$/kW로 대체로 kW당 2천 달러 이하로 건설이 가능합니다. (많이 알려진 발전소 건설 이후 에너지 생산단가는 원자력이 낮은 축에 속합니다.)
위 표는 원자로 하나를 건설할 때 필요한 비용을 국가별로 정리한 것인데요. 미국과 유럽이 중국과 인도 대비로 거의 2배가량 높고, 다른 재생에너지 발전소 대비로도 단가가 크게 높습니다. 단가가 저렇게 높고 다른 국가대비 미국과 유럽의 건설단가가 높은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저렇게 단가가 높으면 원자력 발전소를 원하는 수량만큼 짓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2. 환경기준에 부합하는 원자력 개발 필요
EU는 2018년부터 시작한 EU 그린택소노미로 에너지 전략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그린택소노미는 어떤 에너지원이 친환경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서, EU에서 수입하는 모든 공산품에 대해 생산 시 사용한 에너지원이 EU 그린택소노미에 부합하는지 체크하고, 부합하지 않을 경우 탄소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자체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원자력과 천연가스는 조건부로 2023년 1월부터 친환경 에너지로 포함되었는데요. 원자력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키기 위해서 아래 3가지 경제활동을 꼭 해야 합니다. (EU가 주기적으로 검증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제4세대 원자력 기술 개발: 미국 에너지성이 제시한 원자로 개념으로 Gen-IV라고 하는데요.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한 순환형(폐쇄형)핵연료주기를 갖는 신형 원자력 발전기술을 연구, 개발, 실증 및 적용해야 합니다.
- 신규 원전 건설은 제3+세대 원전으로 건설: 신규로 건설하는 원전은 전기 또는 열생산을 위해 현존하는 최상의 기술인 제3+세대 원전으로 거설해야 하며, 2045년까지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함
- 기존 원자력 시설의 수명 연장을 위한 시설 개선작업: 2040년까지 승인을 획득해야 함
위 3가지 경제활동을 인정받으려면 다양한 기술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아래 2가지 안전요건을 필수적으로 충족해야 합니다.
-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운영계획: 2050년 내에 운영할 수 있는 문서화된 계획을 보유해야 함
- 신규원전와 기존원전에서 2025년 이후 사고저항성 핵연료(ATF)기술을 필수적용
기본적으로 4세대 원자로는 2030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하는 기술로서 안전성, 폐기물 최소화, 경제성, 핵물질을 무기나 테러형태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등 글로벌 14개 국가에서 4세대 원자로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중국이 2023년 12월 첫번째 상용화를 성공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4세대 원자력과 SMR에 대해서
4세대 원자력과 SMR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4세대 원자로는 2030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기술인데요. 4세대 원자로의 가장 큰 특징은 '냉각재'로 3세대처럼 물을 사용하지 않고, 액체금속, 가스, 소금 등 다양한 물질을 냉각재로 사용는 비경수로형 원자로입니다.
4세대 원자로는 사용하는 냉각제를 기준으로 아래 6가지 타입으로 분류되는데요. 중국은 VHTR(초고온가스로)에 집중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SFR(소듐냉각고속로)와 VHTR(초고온가스로) 2가지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럼 SMR은 또 무엇이냐? SMR은 Small Modular Reactor의 약자로 출력이 300MWe이하인 원자로를 의미합니다. SMR은 4세대 원자로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며, 3세대 원자로에도 적용이 가능한데요. 4세대 원자로에는 대부분 적용이 가능하나 현재 우리라나는 SFR와 VHTR 기반 SMR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원자력 발전투자를 검토하실 때, SMR만 쫓아서는 정확한 기술 및 투자흐름을 알 수 없고 4세대 원자로 개발현황까지 같이 보셔야 정확한 흐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외 기업들의 원자력 투자동향
우선 해외흐름부터 살펴보고, 국내상황을 정리하겠습니다.
아마존은 최근 (2024년 3월)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통해 탈렌 에너지(Talen Energy)의 960MW규모의 데이터 센터 캠퍼스를 매수(6억 5천만 달러)했습니다. 이것은 아마존이 원자력 시설을 매수한 최초의 계약이며, 아마존은 2040년까지 탄소 제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하에 원자력 발전소를 매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OpenAI로 유명한 샘 알트먼도 2023년 8월경에 SMR을 개발하는 원자력 스타트업 오클로(Oklo)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요. 이 결정은 나중에 취소되었다고 합니다만, 샘 알트먼이 AI개발에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SMR과 같은 차세대 원자력 기술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2023년 핵융합 회사인 헬리온(Helion)과 2028년까지 초기 기술인 핵융합 발전기술 구매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핵융합은 원자력 발전과는 또 다른 결의 기술입니다만 샘 알트먼도 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 SK, 현대건설 3개 업체가 차세대 SMR기술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선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의 SMR 설계기업인 뉴스케이파워와 미국 아이다호의 발전사업자 UAMPS의 무탄소발전프로젝트(CFPP) 내 발전소에 사용될 SMR원자로 제작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뉴스케일과 만드는 SMR은 4세대 SMR은 아니며 가압경수로 방식 3+세대의 SMR로 보이는데요. 1기 당 77MW 출력을 내는 모듈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6대의 원자로를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SK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차세대 SMR 개발업체인 테라파워에 2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공동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테라파워는 위에서 말씀드린 SFR(소듐냉각가속로)기반 4세대 SMR을 개발 중이라고 하는데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서부 와이오밍 주에 345MW급 단지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현대건설은 2021년 미국 원자력기업 홀텍과 SMR개발을 위한 공동 협약을 맺고 원전 밸류체인 전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추측입니다만 여기도 3세대 기술 기반 SMR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개인적으론 지금부터 SMR 및 원자력 발전에 투자하는 것은 다소 빠른 시점이라 생각하는데요. SMR 등 원자력 기술이 미래에 꼭 필요한 필수기술이 될거라 판단하시는 분들은 국내외 관련 업체들의 동향을 계속 확인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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