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주가가 하루 만에 20% 폭락했습니다. 시가총액으로 치면 약 37조 원이 사라진 것인데요. 이번 주가하락이 나이키가 상장 이후 44년 역사동안 최악의 수치라고 하니, 단순 개별종목의 이슈를 넘어 주식시장 전반이나 해당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없는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이키 주가하락만큼 중요한 이벤트가 있었는데, 그건 CNN이 주최한 바이든 vs 트럼프의 1차 TV토론회였습니다. 11월 미국대선의 승자가 누굴지 윤곽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였는데, 결과는 바이든의 참패로 끝났습니다. 그냥 참패가 아니라 TV토론회의 언론 반응이 이보다 나쁠 수 없을 정도로 바이든에겐 폭망 수준이었는데요.
지구적인 이변이 없다면 트럼프 당선 가능이 매우 높아졌는데, 이건 나이키 뿐 아니라 중국 등 글로벌 매출비중이 높은 미국기업 주가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트럼드 당선을 대비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글은 나이키의 최근 분기 실적 및 주가 폭락 이유와 트럼프 당선을 전제로 한 주식투자 이슈 및 전략에 대해서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이키 주가는 왜 이렇게 폭락했을까?
최근 분기 실적 살펴보기
▣ 실적은 나쁘지 않은데?
2024년 5월 31일로 끝난 나이키 최신 분기 실적이 잘 요약된 이미지가 있어서 가져와 봤는데요. 주요 핵심적인 내용들은 아래에 중복이지만 읽기 쉽게 요약했습니다.
- 매출: 126.1억 달러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함)
- 매출총이익: 56.3억 달러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
- 순이익: 15억 달러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
- 주당 순이익(EPS): 0.99달러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 시장 기대치 이상)
위 실적을 보시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셨을 텐데요. 주가가 20%나 빠졌다고 해서 실적이 엄청 나빴나 예상하셨을텐데, 실제로 실적은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매출은 소폭 감소했습니다만 순이익과 EPS는 시장 기대치 이상으로 상승했는데요.
여기에 약간의 착시가 있습니다. 실적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은 아래와 같습니다.
- 매출은 최근 20년(펜데믹 제외)기간 중 가장 낮은 성장치를 보임 (매출 감소)
- 순이익 45% 증가는 직원 수 감축을 포함한 비용 절감 효과
▣ 진짜 주가하락 원인은 미래 실적 예상치
주가가 급락했던 더 근본적인 이유는 암울한 미래 전망 때문인데요. 아래 내용 2가지가 핵심적인 원인이었습니다.
- 회계연도 2025년 (나이키 2025년 회계연도는 6월 1일부터 시작됨)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0% 감소 전망
- 2025년 회계연도 매출은 한 자릿수 중반대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
나이키는 펜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연간 매출 뿐 아니라 분기 매출도 거의 감소한 적이 없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렇게 꺽인 나이키 매출이 회복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거라 예측하고 있는데요. 나이키 실적이 이렇게 감소한 데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원인들이 있습니다.
나이키 실적이 감소하는 이유
▣ 잘못된 비즈니스 전략이 시작됨
2020년 나이키의 CEO가 13년 만에 교체됩니다. 이전 CEO인 마크 파커는 1979년 나이키에 운동화 디자이너로 입사해서 2006년 CEO에 선임된 '평생 나이키맨'입니다. 마크 파커는 2020년까지 13년 간 나이키 CEO로 재직하면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디자인과 트랜드, 기술력을 선도하는 나이키 제품들로 연간 매출 3배, 시가총액은 10배 이상 증가시켰습니다.
이에 반해 존 도나휴는 펜데믹 직전에 나이키 CEO가 되었습니다. 존 도나휴 CEO는 과거 eBay CEO를 7년 동안 재임했으며, 이후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인 서비스 나우의 CEO가 됩니다. 일단 이력으론 나이키와 같은 신발/의류사업보단 IT기술분야 사업에 대한 베이스가 강한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존 도나휴 CEO를 선임했던 것은 나이키의 디지털 부문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목적이 강했습니다. 이것이 존 도나휴 CEO의 독자적인 판단인지, 나이키 이사회의 의지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만, 존 도나휴 CEO가 가진 큰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 나이키의 디지털 판매채널 강화: Foot Locker, DSW, Macy's와 같은 판매 파트너의 1/3을 없애고, 본사 직속 운영 매장과 지털 채널을 통한 매출을 50%까지 강화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 검증된 제품판매에 선택과 집중: 2020년부터 나이키는 100달러 이하 저가신발 및 최첨단 신발제품 개발을 멈추거나 줄이고 오래되고 인기가 검증된 고가신발제품 판매에 치중했습니다.
▣ 디지털 채널 매출감소
나이키와 같은 신발 및 스포츠 의류제품들은 나이키 독립 매장이 아니어도 백화점이나 스포츠의류 쇼핑몰 등 다양한 오프라인 채널에서 자주 접하면서 구매욕구가 생기는 제품인데요. 펜데믹으로 디지털 매출이 잠시 반짝 상승했습니다만, 나이키와 같이 결코 싸지 않은 제품을 모바일 앱이나 독립 매장을 통해서 판매 강화하려던 전략은 그닥 효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2020년 빠르게 성장했던 앱과 웹사이트 매출은 2021년부터 성장세가 무너지면서 최근에는 역성장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나이키와 같은 고가의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 앱과 웹사이트에서만 판매하려던 전략은 이 업계에 문외한인 제 생각에서도 다소 무리한 전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최첨단 신발제조업체 명성을 잃음
나이키는 1)신발, 2)의류(Apparel) 3)스포츠장비(ex: 축구공, 농구공 등, Equipment) 4)글로벌 브랜드 부문 (나이키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 5)컨버스 (Converse)의 5가지 사업부문을 운영하는데요. 신발사업이 전체 매출의 65~70%를 차지하는 가장 주력 사업입니다.
이건 가장 최근 분기 나이키 실적을 사업부문으로 나눠서 표시한 것인데요. Footwear 매출이 전년 대비 4%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Footwear매출이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나이키의 신발이 예전만큼 매력적이지 않아 많이 팔리지 않는다는 의미인데요.
나이키는 CEO교체 이후 2020년부터 검증된 고가 신발제품 판매에 집중하면서 저가제품 및 새로운 디자인과 신기술을 포함한 신규신발제품 개발을 줄였습니다. 이건 작년부터 효과가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나이키는 펜데믹 이후부터 시작된 러닝 붐을 놓쳤고 이 시장을 뉴밸런스, Hoka, On, 아디다스와 같은 경쟁업체에게 내줬습니다. 이 기간동안 나이키는 어이없게 스니커즈 개발에 집중했었죠;
존 도나휴CEO는 올해 4월 인터뷰에서 나이키가 신발 신규제품 개발에 투자를 줄였고 시장점유율을 잃었으며 현재 다시 재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신발개발이 약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라, 나이키가 신발 비즈니스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물론 다른 요인들도 살펴봐야겠습니다만 나이키가 Footwear 사업에서 경쟁력과 매출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영광과 성장률을 되찾는 것은 꽤 힘들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괜찮은 분기실적을 보고했고 연간매출 감소는 그렇게 큰 수치가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주가가 빠졌을까요? 전 다른 이유도 포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관점도 살펴보기
▣ 11월 미국대선에서 트럼프가 유리해짐
현재 주식시장이 경제보단 정치적 논리로 움직이고 있어서 올해 11월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지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만큼이나 중요한 이슈인데요. (개인적으론 현재 시점에선 어떤 이슈도 이보다 중요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에 열렸던 바이든과 트럼프의 1차 TV토론회 결과를 가장 잘 표현한 이미지가 있어서 인용해 보았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바이든의 완패입니다. 그냥 트럼프가 압승했고, 1차 TV토론회 이후로 후보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죠. 이 이미지가 실린 기사의 제목에 'God Help Us'라는 말이 포함될 정도입니다;;
▣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위험하다
트럼프는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정책에 반대되는 입장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본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모든 해외 국가에 무조건 10% 관세를 매기고 중국에는 60%를 매기겠다는 공략을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다니는데요 (이번 TV토론에서도 얘기했었죠) 저는 이게 이번 나이키 주가 하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키 매출을 지역별로 나눠서 살펴본 것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나이키 매출의 50% 이상이 북미지역 외 해외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나이키 지역별 매출은 아래와 같습니다.
- 북미지역: 44%
-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28%
- 중국: 15%
- 아시아 및 라틴 아메리카: 13%
트럼프가 공약처럼 모든 해외국가들에게 10% 관세를 매기게 되면, 나이키와 같이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당장 보복관세 등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성장성에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시장에선 이미 현재 대선구도에선 바이든이 트럼프를 이기지 못할거라 확신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나이키 주가 하락의 배경 중 하나는 트럼프 당선이 유력해짐에 따라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게 주식시장이 리스크를 반영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향후 주식시장 전망
조정장을 대비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하는 시점
▣ 조정장이 찾아오고 있음
최근 1개월 S&P500 지수흐름이 뭔가 위태롭습니다. 최고점을 계속 갱신하던 S&P500이 2번 이상 최고점 갱신을 실패하고 횡보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선 약 1~2개월 내에 조정장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만약 조정장이 찾아온다면 1)나이키의 선례처럼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과 2)바이든 정권에서 정책적인 수혜를 입었던 기업들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큰 조정을 받을거라 생각합니다. 신재생에너지 쪽이나 소비재 주식 중에서도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꽤 타격이 있겠죠 (물론 탄탄한 실적전망을 가진 기업들은 예외입니다.)
▣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한다면?
일단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1)해외매출 비중이 높고 매출성장전망이 불투명한 기업 2)신재생 에너지 관련으로 정책적인 지원과 정책적인 수혜를 입었던 기업주식들을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전기차 관련 기업주가도 흔들릴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테슬라, 리비안 등의 미국기업들이 있겠네요.
우리나라 기업주식은 대부분 좋지 않습니다; 정권이 바뀐 이후 중국 무역수지를 줄이고 미국 무역수지를 늘이고 있는 추세였는데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그동안 수혜를 입었던 2차전지, 자동차, 전력망 관련 기업주가가 많이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이므로 100% 신뢰하지 마시고, 본인 입장에서 다시 검토해 보시고 신중하게 평가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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