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리비안은 '제 2의 테슬라'로 주목받았습니다. 2019년 리비안은 아마존과 2030년까지 전기 밴 10만 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했었고, 비공식이었지만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 파트너로 거론되며 업계에선 기술력을 인정받았는데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고가의 EV차량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 다가오는 미국 대선으로 인한 지원금 등의 정책적 불확실성, 하이브리드 차와의 경쟁 등의 다양한 이유로 EV시장이 위축되었고,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EV생산비용과 고금리로 인해 어려워진 자본조달 문제 등으로 리비안 주가는 2021년 상장 직후 130달러 대비 약 10%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이번 폭스바겐과의 50억 달러 규모 거래로 리비안에 약간 숨통이 트인 듯 합니다. 일단 리비안의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의심을 많이 불식시켰고, 주가는 폭스바겐 거래 이후 1주일동안 약 40% 상승햇는데요. 투자를 위해선 리비안이 얼마나 빠른 시점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리비안의 재무상태와 비용절감 현황, 향후 수익화에 대한 가능성 등에 대해서 조사된 자료들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리비안 현재 상황 이해하기
리비안의 주요 제품
▣ 픽업트럭 R1T와 SUV R1S
리비안의 주요 제품은 위 그림에 나와있는 EV 픽업트럭인 R1T와 EV SUV인 R1S입니다. 이 외에 아마존과 계약 하에 만들고 있는 상업용 전기차 밴과 2026년 1분기부터 생산예정인 테슬라 모델Y급의 R2가 있습니다만 현재로선 R1T와 R1S가 주력상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2개 제품 모두 'Adventrure Trim'이라는 고급 구성 기준(ex: 열선 및 냉방 기능이 있는 천공 가죽 시트, 오디오 시스템 등)으로 가격은 대당 약 76,000달러에서 시작됩니다. 우리 돈으로 하면 대략 1억이 넘구요. 우리가 잘 아는 SUV 대비로도 결코 싼 가격은 아닙니다.
▣ 연도 별 차량 인도실적
2021년 | 2022년 | 2023년 | 2024년 (2분기까지) | |
생산량 | 1,015대 | 24,337대 | 57,232대 | 23,592대 |
인도량 | 1,015대 | 20,332대 | 50,122대 | 27,378대 |
2022년과 2023년에는 리비안의 EV생산 및 인도량이 나름 대폭 증가했습니다만 BEP를 맞출만큼의 물량은 아니었습니다. 2024년은 1~2분기로 실적을 나누어서 살펴볼 수 있는데요. 수치는 아래와 같습니다.
- 2024년 1분기: 생산량 13,980대 / 인도량 13,588대
- 2024년 2분기: 생산량 9,612대 / 인도량 13,790대
2024년 2분기에 생산량이 저조했던 것은 4월 5일~4월 30일까지 일리노이주 노멀의 리비안 공장을 폐쇄하고 생산 라인업 업그레이드 작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생산량보다 인도량이 많았던 것은 미리 준비했던 재고를 활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리비안은 2024년 57,000대의 차량 생산목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수량은 2023년도와 비슷한 수치입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EV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하이브리드 시장이 커진 영향도 있겠습니디만, 아직까지 리비안의 차량 생산능력이 그렇게 개선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비안은 2024년 1분기 기준 미국 EV시장에서 5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건 테슬라, 현대차, 포드, GM 다음 순위입니다만, 벤츠나 쉐보레, 아우디를 제치고 올라선 결과이기도 합니다. 리비안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EV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입니다.
특히 EV SUV인 R1S는 2024년 1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 2.9%로 미국에서 4번째로 많이 팔린 전기차가 되었습니다. 신생기업 자동차가 이렇게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전기차 수요가 많이 줄었습니다만 SUV를 좋아하는 미국시장 특성도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비안의 재무 상황
▣ 손실규모 감소 중이나 전망은 밝지 않음
2023년 연간 매출액은 44.34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167%상승했습니다. 매출이 증가하면서 순손실도 줄여오고 있는데요. 위 그래프에선 순손실 감소분이 잘 보이지 않는데, 아래 차량 당 손실로 정리한 수치를 보면 순손실 감소분이 좀 더 잘 보입니다.
- 2022년 3분기: 차량 당 139,277달러 손실
- 2023년 1분기: 차량 당 67,329달러 손실
- 2024년 1분기: 차량 당 38,784달러 손실
2022년 3분기에는 EV 1대를 팔 때 무려 약 2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는데, 2024년 1분기 기준으로는 약 5천만 원까지 손실규모를 줄였습니다. 물론 이 수치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만 최근 1년 사이에 손실 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인 것은 꽤 의미있는 성과라 볼 수 있겠습니다.
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었던 건 여러가지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한 노력의 결과인데요. 리비안은 비용 절감을 위해 아래와 같은 여러가지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 배터리 제조에서 100단계 제거
- 차체공장에서 장비 52개 제거
- R1T 및 R1S 디자인에서 500개 이상 부품 제거
- 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공급 업체와의 재계약으로 2024년 1분기 대비 4분기 리튬 원자재 비용은 20% 감소 예상
- 리비안의 다음 차량인 R2는 R1 대비 재료 비용을 45% 추가 절감할 예정
리비안의 EV는 기술력이나 완성도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만, 구조가 복잡하고 원자재 가격이 높아서 수익성이 떨어졌습니다. 때문에 리비안은 전체적으로 제품 디자인과 구조를 단순화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제품원가를 절감하려는 노력을 1년 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리비안은 절대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회사는 원래 2024년 1분기부터 순이익을 낼 수 있을거라 전망했습니다만, 실제로는 약 14.5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회사는 다시 2024년 4분기 내지는 2025년 1분기부터 순이익을 낼 수 있을거라 재전망했습니다만 EV시장 성장성은 계속 둔화 중이고,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기존 각종 EV지원금과 정책적인 혜택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돈은 떨어지는데 생산능력은 한계가 보임
리비안은 2021년 상장하면서 약 180억 달러의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2년 만에 현금성 자산은 약 절반인 93억 달러로 줄었고, 2024년 1분기 종료시점에는 약 15억 달러가 줄어든 78억 달러(우리 돈으론 약 10.8조 원)가 남은 상황입니다.
10조 원이 적은 돈은 결코 아닙니다만, 리비안은 앞으로도 원가 절감을 위한 프로세스 개선과 차량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추가 공장 건설 등 돈 들어갈 곳이 매우 많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 일리노이주 노멀에 있는 리비안 공장은 현재 연간 15만 대의 차량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만, 아직 약 30%수준인 5~6만 대밖에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 리비안의 저가형 모델인 R2는 2026년 상반기 일리노이주 노멀 공장에서 시작될 예정이며, 연간 생산 규모를 215,000대로 늘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선 생산라인 증설 및 프로세스 개선 등에 막대한 돈이 필요합니다.
- 리비안은 전기차 수요증가 대비를 위해 2021년 12월에 조지아 주에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정확한 완공 날짜를 명시하진 않았습니다만 약 50억 달러의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리비안은 공장 건설을 위해 2023년 2번의 채권 발행으로 약 30억 달러 이상을 모금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회사가 수익을 내고 성장하려면 제품을 많이 만들고 많이 팔아야 합니다. 아직 리비안 일리노이주 공장은 생산능력의 30%수준밖에 가동하지 못하고 상황에서, 회사는 조지아 주 추가 공장까지 건설하느라 양쪽으로 돈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했던 상황인데요.
설상가상 EV시장 성장까지 둔화되자 리비안은 결국 올해 5월에 조지아공장 건설을 연기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짓겠지만 현재 시점에서 리비안의 최대 차량생산능력은 일리노이주 노멀 공장의 연간 21만 5천 대가 최대치이며 회사 성장도 저 숫자만큼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리비안은 지금 투자가치가 있을까?
결국 현금능력싸움이 될 듯
▣ 폭스바겐 제휴로 한 숨을 돌리다
리비안과 폭스바겐의 50억 달러 규모 계약 건이 발표되면서 회사 주가가 하루 만에 20% 뛰어 올랐습니다. 이 계약은 2가지 관점에서 의미가 있는데, 첫번째로 리비안의 EV기술력이 폭스바겐이란 자동차 대기업을 통해 인정받은 것이고, 두번째로는 리비안에게 가장 시급한 현금지원 문제가 일부 해결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계약 건의 세부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리비안과 폭스바겐은 양사가 동등하게 통제 및 소유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이 합작회사 설립은 규제 승인을 거쳐 2024년 4분기까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 합작회사의 목표는 첨단 소프트웨어를 갖춘 차세대 배터리로 구동되는 차량을 개발하는 것이며, 이 차량은 2030년 이전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 폭스바겐은 이 계약을 위해 초기 10억 달러를 전환사채 형태로 투자하여 리비안의 지분을 확보합니다. (이 전환사채는 2024년 말까지 리비안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폭스바겐은 리비안의 EV 소프트웨어에 즉각적으로 접근하여 자사 차량에 기술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 리비안과 폭스바겐의 합작회사에 대한 투자는 2024년 20억 달러, 2026년에는 최대 50억 달러 규모로 진행됩니다.
폭스바겐 입장에선 유럽에서 테슬라와 저가 중국산 EV 점유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리비안의 EV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하여 EV시장 진출에 대한 발판을 마련했고, 리비안의 입장에선 최대 50억 달러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그런데 그 돈으로 될까?
위에서 보여드린 리비안의 단기 현금성 자산 변화추이를 보면 대략 1분기동안 10~15억 달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리비안이 빠른 시일 내에 EV판매로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계속 분기 별로 15억 달러를 소모하는 현금 괴물이 된다는 것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폭스바겐의 최대 50억 달러 투자는 절대 적지 않은 규모의 투자입니다만, 리비안 입장에서는 1년도 사용할 수 없는 규모의 자금입니다. 시장에서는 폭스바겐이 리비안에게 왜 이렇게 큰 규모 투자를 했는지 궁금해 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적어도 입증된 것은 리비안이 보유한 EV기술력이 폭스바겐이란 자동차 대기업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리비안 입장에서는 그닥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 리비안의 유동부채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성 부채) 규모는 2024년 1분기 기준으로 약 24억 달러
- 리비안의 비유동부채 (만기가 1년 이후에 도래하는 부채)규모는 약 52.6억 달러
리비안은 유동+비유동부채의 규모는 약 77억 달러에 달합니다. 그 중에서도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가 24억 달러이니 현재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약 30% 이상을 빚 갚는데에만 써야 하는 상황인데요. 거기에 차량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비용과 공장증설 및 연구개발비까지 고려하면 리비안은 그냥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자금문제로 문을 닫거나 파산하고 있습니다. 리비안은 그나마 IPO당시 확보한 현금이 워낙 많았던 편이라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중인데요. 리비안이 현재 기술력으로 월등한 차별성을 가진다고 해도, 기존 자동차 대기업들이 EV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계속하고 있고, 중국에서는 저가형 EV가 들어오고 있으니 기술적 차별성이 따라 잡히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결국 현재 리비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빠른 수익화라고 생각합니다.
리비안은 언제 수익화가 가능할까?
▣ EV시장 성장성은 축소되는데 지원정책도 위험
전기차 및 관련 산업이 갑자기 떠오른 것은 관련 기술이 발전하여 기존 기술보다 값싸고 편리해서가 아니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필수적인 조건으로 강요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글로벌한 합의이기도 합니다만 다른 말로는 강력한 정치적 선택이며, 이 산업 전체를 지속하기 위해 여러가지 정책과 보조금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 주요 선진국들은 2035년부터 모든 신차 판매를 완전 전기차(EV)로 한다는 규정을 승인했습니다. 이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전기차를 움직일 수 있는 인프라 확보가 필수적인데요. 완전 EV전환에 필요한 물리적 인프라 비용은 미국에서만 약 2조~4조 달러 규모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매우 보수적인 접근입니다.)
2023년 EV시장 성장성이 둔화된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런 인프라 부족문제가 가장 컸다고 생각합니다. 전기차를 샀는데 충전할 곳은 마땅치 않고, 보험료나 수리비 등 운영비용은 기존 ICE차량보다 더 들고, 차량 가격도 비싸죠. 이런 부담이 대수롭지 않은 얼리어댑터들은 대부분 전기차를 이미 샀고, 이젠 대상을 확대해야 할 시점인데 어려움이 많아진 상태입니다.
이렇게 예민하게 진행되고 있는 EV산업에서 보조금이나 각종 세제 혜택 등의 정부 정책이 바뀌게 되면 EV시장은 다시 한번 축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시점에서 2035년 완전 전기차 전환은 당장 정권을 잡아야 하는 사람들에겐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내 정권에 힘을 보탤 사람들은 기존 산업에서 힘을 쓰는 강자들이니까요.
테슬라는 산업 초기에 빠르게 시장을 선도했고 EV차량 생산업체 중에선 가장 먼저 BEP를 넘기면서 생존조건을 확보했습니다. 리비안도 같은 맥락에서 순이익을 확보하는 시점이 매우 중요한데, 이게 올해 말일지 내년 초일지는 아직 알기 어렵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리비안의 최대 차량 생산능력이 정말 긍정적으로 봤을 때 21.5만 대라는 점입니다. 리비안이 당장 순이익을 낸다고 해도 상한선이 걸려있는 수익성으론 주가상승에 한계가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리비안이 4분기에 BEP를 넘기는지, 그리고 조지아주 공장을 포함한 생산능력을 얼마나 빠르게 증가시킬 수 있는지를 보고 투자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참고만 하시고, 각자 개개인의 기준으로 투자여부를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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