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전기 주가는 최근 2024년 들어 약 +80%, 최근 1년 동안 약 220% 상승했습니다. 갑자기 왠 전력기업 주가가 상승하는지 의아하실 수 있겠지만, 현재 전력주는 AI와 재생에너지, 전기차와 같이 현재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핫한 테마와 모두 연관성이 있습니다.
일진전기 주가만 오른 게 아닌데요. 같은 테마로 평가받는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제룡전기와 같은 종목들이 모두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평균 80%가 넘는 주가상승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슷한 종목들을 모두 분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일진전기를 별다른 기준 없이 골라서 현재 상황과 미래주가에 대한 개인적인 시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력설비주에 무슨 일이 있었나?
2023년 6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전력설비주
일단 어떤 설명보다 아래 그림이 현재 전력설비주들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일진전기, 제룡전기,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이 외에도 LS Electric 등 다른 종목도 더 있습니다만)은 2023년 6월초부터 한 달 사이에 주가가 약 80% 급등했습니다. 이후 특정 종목이 더 빨리 상승하긴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4개 종목이 비슷했고요. 2024년 들어 4개 종목주가는 현재까지 약 80%를 한번 더 뛰어오르고 있습니다.
2023년 7월에는 위와 같이 국내 전력장비주들이 미국발 호재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미국이 중국 디리스킹 차원에서 각종 생산설비를 현지화하는 가운데, 가장 먼저 전력 송배전 인프라 시설 확충에 나섰으며 관련기업들이 수혜를 입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얼마전에도 전력인프라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글을 썼던 적이 있는데, 한번 읽어보시면 위와 관련된 내용뿐 아니라 관련 배경을 폭넓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진전기는 뭐하는 회사인가?
일진전기는 전력 시스템을 구성하는 전력기기 등을 생산하는 종합 중전기 기업입니다. 회사의 주요 제품은 크게 전선 부문과 중전기 부문으로 나뉘는데, 중전기 부문은 주로 변압기나 GIS(발전소와 변전소 등에 설치되는 전력 설비의 주 보호장치), 보호개폐기장치 등이 있습니다.
2023년 기준 회사매출의 약 77%가 전선, 나머지 22%가 전력시스템 (변압기 등)에서 발생했습니다. 전선부문이 더 회사매출비중이 크다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회사는 2022년도에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2022년 증가율이 2023년보다 더 컸지만, 시가총액은 2023년 급등하기 시작해서 현재는 작년 대비로도 2배 이상 커졌습니다. (시가총액이 커졌으니 주가도 같이 커졌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22년보다 2023년에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위에 보시는 것은 4분기 누적 데이터인데, 2022년 3-4분기에도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이 상승했습니다만, 최근 4개 분기에서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이 급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의 원인만 알아도 주가급등이유를 대부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외수출 증가가 매출성장의 원인
부문실적에서 원인을 직관적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민트색과 노란색으로 표시된 해외 전력선과 해외 변압기 및 중전기 수주잔고가 2022년 2분기부터 증가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실 수 있는데요. 최근엔 전력시스템(변압기, 중전기등) 수주잔고가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외 수주잔고를 합치면 약 10억 달러로 한화로는 약 1조 3천억 원에 달합니다. 2024년도 총매출은 아마 작년 대비로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상하셨겠지만 영업이익률은 전선보다 전력시스템 쪽이 큽니다. 최근 영업이익이 급성장한 것은 전력시스템의 영업이익 급성장 영향이 컸습니다. 매출액 비중이 22%밖에 되지 않는 전력시스템이 전체 영업이익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역별 매출액에서는 아직 국내 비중이 가장 크고, 해외에서는 아시아/호주와 미주지역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2023년 11월 미국 에너지 전문회사와 약 4,300억 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장기 공급계약 (2026년부터 2030년, 5년간)을 체결했다는 공시자료와 기사가 있는데요. 이 매출은 아직 실적으로 잡히지 않고 수주잔고로만 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주가는 왜 3월 5일부터 급등했을까?
일진전기 주가가 올해 내내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회사 주가는 3월 4일~5일부터 갑자기 상승세를 탔는데요. 일각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2월 29일 변압기 부족을 언급한 것이 원인이라는 썰이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2월 29일 '보쉬 커넥티드 월드 콘퍼런스'에서 'AI연산능력이 6개월마다 10배씩 증가하고 있다. 1년 전에는 신경망 칩 부족이 문제였는데 이제는 변압기 부족이 예측된다'라고 언급하면서 향후 AI를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해 전력망 및 전력 관련 부품들이 부족 해질 것이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일론 머스크의 이런 말 한마디로 변압기 제공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뭔가 큰 세력들이 전력기기 관련기업 주가를 한 번에 들어 올렸다는 생각인데요.
대만의 전력기기 회사인 Fortune Electric(화청전기)가 최근 1년동안 텐베거가 되었습니다. 이 회사는 매출의 70%가 변압기이며, 2019년부터 500kV 초고압 변압기를 만들 수 있는 동남아 최대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2023년 미국 변압기 부족현상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기업으로 평가됩니다.
미국은 현재 ①노후화된 전력인프라 교체 및 ②AI개발과 관련된 데이터센터의 전력부족 ③재생에너지에 필요한 장거리 송배전망 건설 등으로 변압기 수요가 크게 폭발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국은 이런 변압기 수요의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주요 대만과 동남아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진전기는 2021년부터 500kV 초고압 변압기를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했으니 화청전기보다 1~2년 정도 늦었는데요. 화청전기가 일진전기와 시가총액이 비슷했던 규모라 일진전기를 비롯한 국내 전력장비업체들이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변압기 수출을 하기 시작했다면 국내에서도 전력인프라 테마로 화청전기 급으로 주가를 올려볼 수 있겠다는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
일진전기 주가는 앞으로도 잘 오를까?
결국 변압기쪽 실적이 중요할 듯
전선 쪽이 꾸준한 캐시카우이긴 하나 마진이 너무 적어, 회사주가가 계속 성장하려면 마진율이 좋은 변압기 실적이 늘어나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회사는 작년 9월에 682억 원을 투자하여 초고압변압기 공장 증설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완공예정시점은 2024년 10월 말인데요. 정상적으로 완공된다면 북미 위주로 증가하고 있는 변압기 수요를 좀 더 받아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SK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변압기 등의 중전기기 사업 고객은 대부분 전력 유틸리티 업체나 국가 전력청이 대부분이라 연말에 매출액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변압기 관련 매출은 4분기에 몰려서 성장하는 형태로 표현될 수 있고 일진전기가 현재 준비 중인 공장건설이 잘 이루어진다면 변압기 매출을 당분간 더 끌어올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일진전기는 작년 말 유상증자로 1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는데요. 최대주주인 일진홀딩스가 250억 원 정도를 참여했고, 일반청약 경쟁률도 거의 400대 1 수준으로 무난하게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부채규모나 현금흐름 등에서도 회사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여, 현재로서는 생산능력만 잘 확보된다면 2024년뿐 아니라 향후 1~2년 정도는 주가가 좀 더 상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이며, 주식시장 전체 분위기나 금리변화 등에 따라서 주가는 언제든 바뀔 수 있으므로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리스크는 없을까?
그럴 리는 없습니다. 여러가지 리스크가 존재하는데요. 우선 2가지 정도만 언급해 보겠습니다.
1) 원자재(특히 구리)가격 상승
변압기에 들어가는 주요 원자재로는 전기강판, 강철, 구리, 절연지 등이 있는데 구리는 생산비용의 25~40%를 차지합니다. 최근 구리가격은 최대 생산국인 칠레의 생산량 감소와 재생 에너지 관련 수요증가로 205년까지 75%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원자재를 미리 확보해 둘 수 있겠지만, 향후 구리 외에도 다른 원자재 가격이 급변할 수 있고 마진율이 전체적으로 낮은 전력장비업체에겐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은 투자에 앞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2) 미국 수출수요가 계속 이어질지
미국이 변압기 수요를 70%이상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앞으로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더구나 자국우선주의 정책이 강화되고 있고 올해 11월 대선결과에 따라서 정치적인 문제로도 미국 관련 매출에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기술력인데, 일단 초고압 변압기 쪽에서는 나름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진입장벽의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보이는데요. 향후 중국이나 인도 등의 후발업체가 기술력을 빠르게 따라잡거나 가격경쟁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단 전력장비테마는 기본적으로 북미지역 수출 급증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일진전기 외에 다른 전기장비업체들도 실적과 해외수주현황을 살펴보시고 투자여부를 검토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하며, 이미 1년 내 2~3배가 올라버린 가격으로 투자를 진입하는 것도 충분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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