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작년부터 많은 돈들이 채권투자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실제 역사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시기엔 채권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채권 가격을 올라 투자 수익률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2024년에도 채권보다는 주식 수익률이 좋을 거란 의견도 많은데요. 기준금리가 크게 인하되지 않고 향후 장기간 고금리가 유지될 전망이라 예상 채권투자 수익률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금리인하에 따라 위험자산인 주식 수익률이 채권보다 나을 거란 의견도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024년은 주식과 채권투자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어떤 주식과 채권에 투자할 것인가가 더 중요할거라 생각하는데요. 아래에 관련 근거들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역대급으로 채권투자에 관심이 높아짐
채권투자에 몰린 돈
2023년은 역대급으로 채권ETF에 많은 돈이 유입되었습니다. 2023년 채권ETF에채권 ETF에 유입된 돈이 약 2,100억 달러 (한화로 약 277조 원)이라고 하는데요. 위에 보시는 목록처럼 다양한 채권 ETF에 투자금이 유입되었습니다. TLT ETF는 잘 아시는 것처럼 잔존기간 20년 이상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작년에만 248억 달러(한화로 약 32조 원)이 유입되었습니다.
BND ETF는 달러표시 미국 투자등급 채권에 다양하게 투자하는 자산규모가 가장 큰 채권투자 ETF인데요. SGOV ETF나 BIL ETF, TFLO ETF와 같이 3~6개월 미만 잔존기간을 가진 단기 채권에 투자하는 돈들도 크게 늘었습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단기 채권 ETF들이 연 5.3~5.5%의 수익률을 주었기 때문에 투자인기가 높았습니다.
미국 장기국채 ETF에 투자하면 기대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장기채권 ETF에 투자하려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 예상합니다. 그런데 장기 채권 ETF에 투자했을 때의 기대 수익률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대표적인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TLT ETF의 최근 1년 성과를 보시겠습니다.
23년 10월 중순에 TLT ETF는 최저점을 찍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TLT ETF의 가격 민감도는 약 10~20%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요. 가격 민감도란 장기채 금리 변화에 따라 TLT 가격이 얼마나 변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정확히 계산하는 건 매우 복잡하지만, 23년 10월 중순부터 23년 연말까지 미국 20년 이상 장기채 금리는 약 1~1.2%가 하락했습니다. 해당 기간 중 TLT ETF 가격은 최저점 대비 최고점으로 약 20%가 상승했는데요. 그러면 위에서 말씀드린 가격민감도에 어느 정도 맞게 TLT ETF가격이 변동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만약 1% 인하되었을 때 장기채 금리는 얼마나 인하될까요? 이것도 정확한 값은 아닙니다만 대략 0.5~1% 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오차가 매우 큰데요. 만약 장기적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면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장기채 금리는 잘 내려가지 않으며, 채권시장 수급 상황에 대해서도 많이 바뀝니다.
결론적으로 알고 싶은 것은 2024년에 TLT ETF에 투자하면 어느 정도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까인데요. 연준이 0.25%p 씩 3번 정도 금리인하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TLT ETF 기대수익률은 약 10~15%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건 여러 가지 가정으로 러프하게 계산한 것이므로 정확도는 보장할 수 없습니다만, 개인적으론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TLT ETF에 투자할 때 꼭 체크해야 할 점
다시 TLT ETF 가격변화를 보시면, 2024년부터 다시 가격이 하락하는 상태인데요. 현재 TLT ETF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니, 1월의 가격하락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의미가 되겠죠.
기준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인상되었으니, 기준금리가 인하되지 않는다는 건 인플레이션이 높아졌거나 높아질 가능성을 시장이 보았다는 걸로 다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데이터가 1월 초에 발표한 2023년 12월 미국 고용지표였습니다. (실제로 고용지표 때문에 채권 수익률이 급증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번 고용지표에서 미국은 실업률 3.7%를 전월과 동일하게 유지했고, 비농업 고용자 수 약 21만 명을 증가시키면서 아직 나쁘다고 평가할 수 없는 고용시장을 보여줬습니다. 고용시장이 튼튼하면 소비가 증가 혹은 줄어들지 않아서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앞으로 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이 조금이라도 높아질 기미가 보이면, TLT ETF 가격은 계속 위와 같이 하락하는 패턴이 펼쳐질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TLT ETF가격이 상승하려면 인플레이션이 잘 잡히는지 혹은 반등기미가 없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경기침체가 커지면 장기채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적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준금리 인하가 경제 연착륙 과정에서 발생하는지, 아니면 극심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발생하는지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주식투자는 어떨까?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할까?
하워드 막스의 메모 'Easy Money'
워런버핏도 메일함에서 가장 먼저 본다는 하워드 막스의 새로운 메모가 나왔는데요. 제목은 'Easy Money'인데, 저금리 시대의 투자특징에 대해서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원문을 꼭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워드 막스는 저금리 효과를 공항의 무빙위크에 비유했습니다. 지하철이나 공항에서 수평으로 이동하는 에스컬레이터 같은 걸 무빙위크라고 하는데요. 저금리는 마치 무빙위크 위에서 걷는 여행자가 본인만의 노력으로 속도가 빨라지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는 내용입니다. 저금리가 만들어낸 주요 영향력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저금리는 경기를 활성화시킴
기업은 낮은 이자율(비용)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소비를 늘입니다. 자동차나 주택과 같이 비싼 물건도 할부이자나 대출이자가 낮으면 구매자가 늘어나는 원리입니다. 소비와 생산이 모두 활성화되니 경기가 좋아집니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대신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2. 낮은 이자율로 인해 인식된 기회비용 감소
많은 사람들이 돈을 쓰기 전에 기회비용을 생각하는데요. 만약 은행이자가 높다면 집이나 자동차를 사기 전에 큰 돈을 쓰는데 주저하겠지만, 어차피 이자가 0%에 가깝다면 좀 더 쉽게 소비를 합니다.
3. 저금리는 자산가격을 상승시킴
저금리는 대부분의 자산가격을 상승시킵니다. 은행이자가 0%에 가까워져도 인간의 욕심(혹은 원하는 수익률)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은행이자가 5%일 때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 같은 자산이나 투자상품도 이자가 0%면 투자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대부분 자산가격이 상승합니다. (ex: 부동산, 각종 코인, 불특정 성장주들)
4. 저금리는 현명하지 못한 투자로 이어짐
3번의 연장선입니다. 은행이자나 채권금리가 낮아져도 투자자가 원하는 수익률은 감소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투자자는 원하는 수익률을 얻기 위해 위험자산에 투자하며 위험을 감수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장기투자가 필요하고 유동성이 낮고(ex: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비정상적인 자산까지 투자를 하게 합니다.
5. 저금리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대출(레버리지)사용을 장려하고 재정취약성을 증가시킴
이건 위에서 설명했던 내용들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듯해서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6. 저금리는 저금리 지속에 대한 기대감을 만듬
벌써 10년 이상 저금리 시대를 살아온 우리 세대는 저금리가 당연하다 생각하고, 저금리를 가정하고 모든 투자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즉 저금리 상황에서 기업들은 실적이나 비전, 현금흐름이 좋지 않아도 잘 망하지 않으며, 사람들은 낮은 이자율을 당연시합니다.
저금리는 애매한 성장주들의 가치를 높임
저금리 효과를 주식시장으로 한정해 보면, 검증되지 않은 성장주 투자를 늘리고 주가를 높여줍니다. 어차피 돈을 빌리는데 이자는 적고, 성장주들은 당장 돈을 못 벌지만(=현금흐름이 없거나 적음) 미래에는 훨씬 많은 돈을 벌어줄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미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제로 금리를 기반으로 주식시장 지수가 최고점을 갱신하고 레버리지 이용량이 급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카카오 주가가 급증했고 미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주식시장에 알 수 없는 신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로 IPO만 하면 주가가 2배씩 뛰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넘는 기간의 저금리(사실상 제로금리)로 인해 2022~23년에 높은 인플레이션 문제가 터졌고 연준과 글로벌 대부분 국가들은 역대급으로 빠르게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애매했던 성장주들은 대부분 주가가 박살 났고 튼튼한 현금흐름과 자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술 대형주들(속칭 매그니피센트 7)이 2023년 주식시장을 머리채 잡아끌어올렸습니다.
그래서 2024년 미국 주식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1분기까진 이전 기술 및 성장주들이 계속 주도하는 흐름이 될 것 같습니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 커지고 있고, 역레포 시장이나 머니마켓펀드 시장 등을 보면 시장에 투입될 수 있는 돈들이 아직 많습니다. 이런 돈들이 마르지 않는 1분기까진 주식시장이 급증하지 않아도 상승추세를 유지할 수 있으며, 주도주도 바뀌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2분기에 주식시장에 크고 작은 조정이 생긴 후, 하반기부터는 성장주보다 가치주 위주로 주식시장이 반등하는 흐름을 보일 거라 생각합니다. 2023년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미국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므로, 재무부는 적자재정을 늘여서라도 시장에 돈을 풀면서 주식시장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고, 하반기엔 최소한 1~2번의 금리인하가 진행 또는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다만 금리가 인하되어도 기존처럼 제로 금리와 같은 저금리 상황은 펼쳐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과거 10년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3~4% 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젠 최소 연간 3~4% 이자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는 주식들이 많은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건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한 현금흐름을 보여줄 수 있고, 크고 작은 경기침체기에도 수요가 줄지 않는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가치주에 투자해야 할까?
사실 이건 정답도 없고, 개인적으로 찾아가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만, 개인적으론 일단 미국에서는 헬스케어,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헬스케어 산업 성장성이 좋아질 거라 판단한 근거는 고용지표였습니다. 다른 산업군에 비해 2023년에는 헬스케어와 레저 및 숙박업 쪽 산업에서 기업고용이 크게 늘었는데요. 레저 및 숙박업 쪽은 코로나 시기에 줄일 수밖에 없었던 인력들을 보충한 부분이 많겠지만 헬스케어는 산업경기가 좋아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 경기가 좋아져야 국가 GDP도 좋아질 수 있는 구조인데요. 최근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고 재고가 줄어든다는 기사와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어서 반도체 쪽을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른 상업 군이나 기업 레벨로도 서치를 해야 하는데요. 이건 하나씩 작업이 되는대로 추가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