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분기 혹은 상반기 중엔 일본중앙은행이 제로금리르 포기하고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요. 예상보다 낮아지는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치로 일본의 금리인상은 예상보다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화폐가치는 상대적인 것이라 달러가 강해지면 상대적으로 다른 통화들은 약세가 되는데, 최근 미국 CPI나 PCE와 같은 인플레이션 지수들이 예상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시점이 더 늦춰지며 엔화약세 상황을 더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엔화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 근처까지 올랐네요.
올해도 엔화환율 상승에는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관련 데이터들과 엔화환율에 대한 전망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위축되고 있는 일본경제
하락하는 GDP성장률과 CPI
일본이 자력으로 엔화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금리를 인상하는 것입니다. 일본은 20년 넘게 계속되는 경기침체 및 저성장을 탈출하기 위해 아주 장기간 마이너스 금리 등 매우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본정부가 금리인상을 결정하려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경제성장)과 임금 인상이 필수조건인데요.
2023년 일본 주식시장이 역대급으로 좋아서 GDP성장률도 좋았던 걸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2023년 일본 분기별 GDP성장률은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3%, 4분기엔 -0.4%로 역성장했습니다. 3분기가 큰 하락으로 쇼크였지만, 4분기도 시장 기대치는 +1.4%성장임에 비해 큰 차이가 있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일본 2024년 1월 CPI는 2.2%로 위 그래프처럼 2022년 중반 이후 성장률이 가장 낮았습니다. 물론 이 수치가 최근 2년동안 장기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넘었지만, 일본정부는 거의 20년동안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에 시달렸기 때문에, 이렇게 인플레이션 수치가 다시 감소하는 것에 대한 큰 두려움이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않은 일본 명목 임금상승률은 2023년 12월 기준으로 1%를 기록했습니다. 2023년 12월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2%를 넘었으니, 실질적으론 임금이 감소한 것이구요. 데이터 상으로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일본 실질 임금은 21개월 연속으로 감소했습니다.
일본에선 매년 2월에 대기업에서 시작해서 3월 중소기업으로 끝나는 임금협상기간인 '슌토'라는 게 있습니다. 2023년 임금인상률은 30년 만에 최고치인 3.58%를 기록했는데요. 올해 임금인상률이 인플레이션을 이기기 위해선 최소 3.6%성장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올해 '슌토'결과도 일본 기준금리 변화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일본정부와 중앙은행
작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2024년 초에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종료할 것이라 예상한 근거는 1)일본이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으로 2년 이상 목표치인 2%를 초과했고 2)역대급 엔화약세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최근 2년 인플레이션은 크게 높아졌지만, 임금인상률은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해 실질임금은 거의 2년동안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월급이 잘 오르지 않는 일본사회가 큰 불만없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생활물가가 잘 오르지 않았기 때문인데, 최근 2~3년동안 일본 소비자들이 겪어보지 못했던 물가상승으로 사는게 많이 고달파졌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 지지율이 좋을 리 없습니다. (현재 기시다 정부 지지율은 10%대로 내려 앉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중앙은행이 섣부르게 금리를 인상해서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없습니다. 표면적으론 장기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고, GDP성장률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해서 학술적으론 경기침체 혹은 불황기로 접어들어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를 키울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금리를 못 올리는 진짜 이유, '부채'
추가적으로 숨어있는 문제도 있습니다. 바로 일본정부 부채수준인데요. 현재 일본 국가부채비율은 GDP대비 250%이상으로 글로벌 최고 수준입니다. 만약 금리인상을 한다면 막대한 부채로 인한 이자비용이 급증하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일본 정부의 부채 이자 지출은 약 23조엔, 우리 돈으론 230조 원으로 우리나라 예산의 약 30%규모에 달합니다. 금리인상 시 부채 이자 지출규모가 늘어나 정부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하게 계산했을 때, 일본이 금리를 1% 높일때마다 부채부담은 3.6조 엔씩 증가하게 됩니다.
부채원리금 및 이자비용이 증가하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국가 신용등급 강등입니다. 일본은 9년째 A+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는데,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일본 시중은행 및 일본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전체적으로 강등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합니다.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A+에서 한 단계만 강등되어도 일본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은 6% 상승할거란 분석이 있습니다. 국가재정에서의 부채상환비용 증가 외에도 일본경제 전반의 경쟁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건데요. 그래서 일각에선 일본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0% 이상으론 올리지 못할거란 의견도 있습니다. (현재 일본 기준금리은 -1%입니다.)
엔화약세의 일본 외부적 요인
달러강세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전망
글을 시작할 때 말씀드린 것처럼, 화폐의 힘은 상대적인 것으로 엔화보다 다른 화폐들의 힘이 세지면 엔화는 상대적으로 약세가 됩니다. 그 중에서도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는 달러의 힘이 강해질수록 엔화는 약세가 될 수 있는데요.
화폐의 힘은 여러가지 요인으로 발생하지만, 그 중 가장 큰 요인은 역시 '기준금리'입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수익률이 높아지고, 채권투자를 위해 해당 국가 화폐수요가 증가하면 화폐의 힘이 커지게 됩니다. 그러니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여부가 엔화환율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CPI가 최근 하락추세를 멈추고 정체하고 있습니다. 사실 시장 예상치보다 CPI가 높게 나오면서, 다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기고 있습니다.
CPI가 떨어지지 않는데다 미국 고용시장은 예상보다 견고해서 미국은 현재 기준금리를 낮출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오히려 현재의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도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는 희망들이 크게 증가한 것이 사실입니다.
2023년 말 미국 연준에서 갑작스럽게 올해 3월 기준금리 인하가능성을 높이는 발언을 하면서 주식시장과 국채시장이 모두 일시적으로 좋았습니다만, 현재는 다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장기국채 수익률을 낮추려는 의도의 플레이였다는 해석들도 많고요.
아무튼 올해 상반기 중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능성은 매우 낮아졌고, 6월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55.9%로 급격히 낮아진 상태입니다. 이렇게 미국이 높은 기준금리를 오래 유지할수록 달러강세가 기어져 엔화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불어 미국이 6월에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한다고 해도, 미국도 인플레이션 리바운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변화를 주진 않을 겁니다. 거기다 이미 학술적으로 GDP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 일본경제가 경기침체기로 접어들 경우, 미국이나 타 선진국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엔화환율은 크게 좋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증권사의 엔화환율 전망치는
특정 기관의 환율 전망치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보통 증권사 및 은행에서의 전망치들은 대체로 실제보단 긍정적인 경향이 있는데요. 평가받는 대상들이 주요 클라이언트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위와 같이 2024년 1분기 엔화-원화환율을 920원, 달러-원화환율을 1,290원으로 예상했습니다만, 3월로 접어든 오늘, 달러-원화환율은 1,330원 위로 형성되어 있으며, 엔화-원화환율은 880~890원, 달러-엔화환율은 150엔대으로 엔화약세가 좀 더 강해진 상황입니다.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2024년 하반기에도 엔화환율이 그렇게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는데요. 저도 개인적으로 작년까진 2024년엔 엔화환율이 930원 이상으로 정상화되면서 어느 정도 투자수익을 예상했습니다만 현재로선 좀 더 보수적인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는 중입니다.
물론 위에 정리한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가 포함된 것으로, 환율변화는 저같은 개인의 예상과는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그저 현재 엔화환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위와 같이 변화하고 있다는 정도로 내용을 참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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