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엔 경기침체기엔 담배 주식 주가가 오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반박하고 싶은데 왠지 그럴 것 같아서 더 슬픈데요. 담배 제품은 중독성이 강하고 수요 탄력성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불황에 강한 것으로 증명되어 있습니다. (절대로 힘들어서 피는 건 아닙니다 ㅎ;)
그런데 최근 담배 기업 주가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담배기업 주가가 오른다고 해서 경기침체가 무조건 오는 것은 아닙니다만, 주식시장에서 기존 주도주들이 약세를 보이면서 경기 방어주 선호추세가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담배는 대표적인 방어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관련 기업 주가가 많이 올라 좀 아쉽습니다만 담배 기업 실적이 2025년까지 계속 좋을거라는 증권사 보고서가 있어서 향후 주가조정 기회로 매수할 수 있을지 몰라 관련 내용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생각보다 잘 모르는 담배시장
흡연자는 줄지만 매출은 늘어
굳이 통계를 보지 않아도 글로벌 흡연자 수는 확실히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전 세계 흡연율은 2000년 성인 3명 중 1명에서 2022년 약 5명 중 1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일반 담배 판매량은 오른쪽에 보이는 그래프처럼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데요. 이건 우리 생활 속에서도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 많은 투자자들이 담배 기업에 장기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위 지표와는 다른 반전이 있는데요. 글로벌 담배회사들의 수익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글로벌 담배 시장 규모는 계속 우상향하는 모습인데, 이건 위에서 말씀드린 글로벌 흡연자 수 감소추세와는 좀 다른 결과입니다. 이렇게 상반된 결과를 보이는 데에는 아래와 같은 배경이 있습니다.
- 속칭 '전자담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는 글로벌 전체비중이라 크지 않아 보입니다만, 국가별 혹은 담배 기업별로 보면 전자담배 매출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전자담배 비중이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WHO가 조사하는 글로벌 흡연자 수에는 '전자담배' 이용자 수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일반인들 생각에는 전자담배나 일반담배가 같은 것처럼 보입니다만, 전자 담배는 별도의 규제 및 건강 고려 사항이 있는 니코틴 전달 제품의 다른 범주로 분류되어 우리가 '궐련'이라 부르는 연초 사용자 수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 위 그래프에서는 일반 담배 매출도 완만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여러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일단 흡연자 수가 감소되는 추세가 최근 낮아지고 있고, 담배가격 상승 등으로 궐련 매출이 보전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자담배 비중이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2024년 1분기 기준으로 20%를 넘었는데, 2018년도 12.4%와 비교하면 거의 2배에 달하는 비중증가입니다. 이건 미국이나 유럽 등 다양한 글로벌 국가에서 비슷한 추세라 생각하셔도 되겠습니다.
필립모리스와 KT&G의 높은 전자담배 매출 비중
오늘 다루는 담배 기업은 필립모리스(PM)과 KT&G를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2개 기업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수치를 살펴보겠습니다.
필립모리스(PM)의 경우, 전자담배(무연담배) 매출 비중이 약 40%까지 증가했습니다. 필립모리스는 글로벌 담배 시장의 25~30% 비중을 가진 최대 담배 회사인데요. 회사 자체적으론 전자담배 매출비중을 2030년까지 60%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건 국내 담배 기업인 KT&G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지에 표시된 NGP는 Next Generation Products의 약자로 그냥 전자담배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일반 궐련 매출이 살짝 정체됐지만 그만큼 전자담배 매출이 급속 성장하면서 OPM(영업이익률)도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눈대중으로도 전자담배 매출이 15~20%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전자담배의 세계
대표적으로 많이들 아시는 궐련형 전자댐바입니다. 부르는 명칭이 다양한데 '무연담배', '가열형 전자담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냥 전자담배로 아셔도 될 것 같고요. 왼쪽은 필립모리스의 인기상품인 ICOS이며, 오른쪽은 KT&G의 주력상품인 릴 하이브리드입니다.
우리가 아는 전자담배는 이 정도일 수 있지만, 담배회사들이 만드는 전자담배는 훨씬 다양한데요.
사진이 살짝 별로일 수 있습니다만 최근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는 니코틴 파우치입니다. 필립모리스에서는 '진(Zyn)'이란 브랜드로 판매하는데 최근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다고 합니다. 니코틴 파우치는 보시는 것처럼 입술과 잇몸 사이에 15분 정도를 붙여두면 니코틴이 몸에 흡수되는 방식으로 담배연기가 없고 호홉계 질환이 발생하지 않아 젊은 층이 좋아한다고 합니다.
뭐 그냥 좋아하는 정도라 생각하시면 안되는데요. 필립모리스의 전자담배 이용자 수 중에서 'Oral SFP'라고 표시된 검정색 비중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담배도 이렇게 요즘 세대들의 니즈에 맞춰서 제품형태가 변화하고 있고, 이런 노력들이 담배 기업들의 매출을 계속 증가시키는 원동력이라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왜 담배 기업에 투자해야 할까?
강력한 실적 및 전망치
우선 필립 모리스는 최근 매우 강력한 2024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매출은 989억 달러에 도달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6% 증가한 수치입니다.
- 순이익은 63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희석 EPS는 52.5% 증가해 1.54달러에 달했습니다.
- 전자담배(무연제품)는 전체 순수익의 38.1%를 차지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2.7% 포인트 증가한 수치입니다.
- 무연제품의 순수익은 13.6%(유기적으로 18.3%) 증가했고, 매출 총이익은 15.6%(유기적으로 22.2%) 증가했습니다.
- 일본에서는 IQOS의 가열식 담배 유닛(HTU) 시장 점유율이 3%포인트 이상 증가해 29%를 넘어섰습니다.
- 유럽에서는 EU의 향미료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IQOS HTU 조정 시장 점유율이 0.8%포인트 증가해 9.8%에 도달
전자담배 비중이 늘어나면서 순이익률도 증가하고 있는데, 2023년 1,2분기에는 마케팅 및 관리, 연구비용의 증가, 불리한 환율, 전자담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비용 비효율성때문에 순이익이 감소했습니다만, 이후 전자담배 매출비중이 늘고 비용이 최적화되면서 순이익률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회사의 2024~2025년 실적 전망치와 영업이익도 계속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자담배로 인한 실적성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하며 앞으로 1~2년 정도는 계속 괜찮은 실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KT&G는 그렇게 인상적인 실적을 보여주진 않았습니다. 분기 매출은 큰 변화가 없는데 영업이익이 소폭 반등한 상황인데요. 이렇게 보면 KT&G의 주가상승은 아무래도 해외 담배 기업들의 주가상승을 쫓아가는 측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늘어났으며, 주가상승의 주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KT&G도 담배사업 부문의 실적 상승으로 2024~2025년 실적은 양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업부문들도 영향을 주고 있으므로 KT&G는 담배실적만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는 점은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높은 배당수익률
담배 기업에 투자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배당 수익률에 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필립 모리스와 KT&G 모두 4~5%에 달하는 높은 배당률을 보이고 있으며, 2024~2025년에 지속적으로 배당률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대선이 다가오면서 주식시장에 불확실성이 증가하여 이런 배당주 혹은 방어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이 주가상승의 한가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담배 기업들은 이제 최적화 및 성장추세를 탄 전자담배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해서 투자매력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주가는 역대 최고치에 근접
오늘 소개하는 필립 모리스와 KT&G 주가는 2024년에 각각 30%, 21% 증가했습니다. 필립 모리스는 2024년 1분기부터 강력한 실적 기반으로 주가가 상승했고, KT&G는 2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 주가가 상승했는데 글로벌 담배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는 트랜드를 쫓아가는 투자현상도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두 기업 모두 주가가 최대치를 돌파했거나 근접했다는 건데요. 필립 모리스 주가는 8월 30일에 역대 최고치를 돌파했으며, KT&G도 오랜만에 주가가 급등한 상황입니다. 담배 기업들의 주가는 큰 변동성이 없고 변화 주기가 길기 때문에 이렇게 주가가 상승한 상황에서는 투자하기 조금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주식 하락장이 본격화되지 않았고 두 기업 모두 2025년까지 실적개선을 예상하고 있어서 향후 주가가 조금 하락조정되면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부러 미국과 국내 기업을 하나씩 선택했는데, 이렇게 분산투자를 하면 아무래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거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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