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장외채권에 '신한은행조건부자본증권(상)19-12이10갑(후)'라는 상품이 판매 중인데요. 상품 명이 무슨 뜻이며, 투자를 해도 괜찮을지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둔화되고 기준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4~5% 혹은 그 이상의 고금리 채권상품이 마지막일거란 생각에 채권투자에 관심갖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그 중에서도 조건부 자본증권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신한은행조건부자본증권(상)19-12이10갑(후)'와 같은 상품 명을 읽는 방법에 대해서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조건부자본증권 상품에 대한 이해
조건부자본증권이란?
일단 '조건부 자본증권'과 '코코본드'는 같은 의미의 단어인데요. '조건부 자본증권'을 영어로 하면 Contingent Convertible Bond라고 하며, 영문 앞 글자를 따서 '코코본드'라고도 부릅니다.
'조건부자본증권'은 기본적으로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둘 다 가진 금융상품입니다. 채권처럼 정해진 이자를 지급하지만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아예 상각 처리될 수 있습니다. '상각'의 사전적 의미는 '사라지는 가치를 회계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통상적으로 '상각'은 '재산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이해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조건부자본증권'은 특정 조건에 부합했을 때, 위와 같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원리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후순위 채권이며, 회계 상으론 자본으로 처리합니다. '조건부자본증권'이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원리금을 받지 못할 수 있는 특성 때문이며, 그래서 일반 채권들보다 금리가 높습니다.
은행들이 조건부자본증권을 많이 발행하는 이유?
결론적으로 은행들이 BIS비율(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BIS비율이란 은행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결제은행이 설정한 지표인데요. 좀 더 쉽게 말하면, 은행이 대출 등으로 자본을 다소 위험하게 사용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예금주들이 예금을 인출하려고 했을 때, 이를 제대로 지불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현금성 자산의 비율을 말합니다.
국제결제은행이 권고하는 BIS비율은 8%이상입니다만, 우리나라 금감원 기준은 이보다 조금 더 엄격하게 10.5%이상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내 5대 은행과 5대 은행 지주는 1%p를 가산해서 11.5%이상으로 BIS비율을 규제합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은행들의 BIS비율 평균값은 16.5%였는데요. 기준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은행들이 안전하다는 의미로 이해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왜 은행들은 '조건부자본증권'을 많이 발행할까요? '조건부자본증권'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어 BIS비율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2013년 4월에 국제은행자본규제기준인 '바젤III'를 도입하면서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이 본격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결정적으로 채권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상각'조건때문에 자본으로 인정받는거라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은행이 어려워지면 상품계약조건에 따라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되니, 자본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는거죠)
물론 주식을 발행하여 자본을 늘이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주식을 증자하는 과정에서 주식가치 하락 등에 대한 주주반발이 심하고 여러가지 복잡한 과정이 있기 때문에 '조건부자본증권'가 상대적으로 쉽게 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 금융기관에서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조건부자본증권' 투자해도 안전할까?
위에서 쭉 말씀드린 것처럼 '조건부자본증권'은 원금손실의 위험이 있으므로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투자상품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신한은행이 파산한다는 건 나라가 망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볼 수 있을테니 개인적으로 신한은행 조건부자본증권에 리스크가 그렇게 크다 보지 않는데요.
연초에 세계적인 스위스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가 파산하면서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인 UBS에 인수된 사건이 있었는데요. UBS가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약 23조 원의 코코본드 가치를 전액 '0'원으로 상각 처리하여 논란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사태는 수십년 혹은 수백년에 몇 번 나오는 극단적인 사례라, 이것 때문에 '조건부자본증권'이 위험하다고 단정짓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렇게 신한은행보다 몇 배 큰 은행도 파산할 수 있으므로 '조건부자본증권'의 투자위험을 이해하고 투자여부를 결정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상품 세부정보와 투자여부
일단 상품 명을 읽어보자
미래에셋증권의 장외채권 투자하기 메뉴에서 확인한 '신한은행조건부자본증권(상) 19-12이10갑(후)'상품 목록입니다. 상품명이 어지러울 정도로 긴데요. 아래와 같이 분해해서 읽어 보겠습니다.
- 발행사는 '신한은행'입니다.
- '조건부자본증권'은 위에서 설명한 채권상품의 종류를 말합니다.
- '(상)'은 발행사의 신용등급이 상위임을 뜻합니다.
- '19-12'는 발행일자를 말합니다. 2019년 12월 4일에 발행되었습니다.
- '이10'은 이자 지급방식을 말하는데요. 10개월 주기로 이자를 지급한다는 의미입니다.
- '갑(후)'는 조건부자본증권의 종류를 나타내는데, '갑'은 조건부자본증권의 기본 종류이며 '(후)'는 후순위를 의미합니다.
종합해 보면, '신한은행이 2019년 12월 4일에 발행한 상위 신용등급의 조건부자본증권으로, 10개월 주기로 이자를 지급하는 후순위 조건부자본증권'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잔존기간은 2년 19일이고, 예금환산수익률은 연 4.77%입니다.
상품 명과 세부정보가 조금 다름
상품 명으로는 위와 같이 읽는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상품 세부정보와 좀 차이가 있습니다. 아마도 상품 세부정보가 더 정확하리라 생각합니다.
발행일자는 '2015년 12월 4일'이며, 이자지급방법은 '3개월 이표채'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3개월 단위로 이자를 지급한다는 의미이구요. 표면금리는 3.0100%입니다만, 채권가격이 9,744원으로 만원 이하로 떨어져서 4.77%의 수익률이 나오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받을 때에는 이자에서 15.4%의 부가세를 때기 때문에, 아마도 세후 이자율은 약 4%정도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은행예금도 부가세를 세전 이자율을 표시하므로 요즘 나오는 은행예금보단 높은 금리라고 생각합니다.
투자해도 괜찮을까?
결과적으로 이 투자여부는 각자가 판단해야겠습니다만, 개인적인 견해는 아래와 같습니다.
일단 이 상품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은행예금 금리 이상의 안전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투자상품을 찾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신한은행이 발행하는 조건부자본증권이 연 4.77%에 2년의 잔존기간을 가지고 있다면 저는 개인적으론 괜찮은 투자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전제는 앞으로 1)기준금리가 추가 상승하지 않거나 최소 유지되며, 2)은행채나 회사채 금리 및 리스크 프리미엄도 향후 낮아질 가능성이 크고, 3)만기까지 채권을 그냥 보유할 수 있는 원금이라는 가정이 있습니다.
'조건부자본증권'은 일반 채권처럼 사고 팔 수 있습니다만, 거래량이 많지 않아 만기 전에 매도하기 쉽지 않을 수 있어 만기까지 유지할 수 있는 원금만 투자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더불어, 신한은행이 망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안해서 투자규모를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조건부자본증권'도 일반 개인들이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관심있는 분들은 위에 정리해 드린 기본정보를 참고하셔서 좀 더 세부적인 정보를 찾아보시고 투자여부를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