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목적으로 회사 가치 평가를 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표 중 하나가 PER입니다. PER은 P/E Ratio 또는 주가수익비율이라고도 하는데, 증권사 보고서나 뉴스 기사 등에서 이 지표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시가총액과 순이익만 알면 어떤 기업이든 수치를 계산하기 가장 쉽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PER이 낮으면 저평가, PER이 높으면 고평가라고 알려져 주식투자에 단편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PER은 계산이 쉬운만큼 명확한 단점과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좀 더 계산하기 까다롭지만 기업가치를 정확히 반영하는 EV/EBITDA지표를 참고하는게 좋습니다.
아래에 PER과 EV/EBITDA의 정의와 활용방법에 대해서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고 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PER과 EV/EBITDA란?
PER의 정의와 장단점
PER(Price-to-Earnings Ratio)은 회사 주식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재무 지표입니다. 이 지표를 계산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PER = 시가총액 / 순이익 = 주가(Price) / 주당순이익(EPS)
위 수식을 말로 풀어보면, 시가총액 대비 순이익의 비율 혹은 주가 대비 주당순이익의 비율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테슬라의 PER은 62배인데, 이건 현재 순이익으로 62년을 벌어야 현재 시가총액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만약 테슬라의 순이익이 늘어나면 그만큼 PER은 낮아지게 되는데, PER이 낮으면 저평가되었다는 말이 위 내용을 통해서 이해되리라 생각합니다.
PER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계산의 편리함인데, 그만큼 여러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점을 이해하면 PER을 더 정확히 사용할 수 있으므로 아래 내용들을 한번 꼭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 PER은 중요한 여러가지 재무요소들을 무시합니다. PER은 회사의 수익과 주가만을 고려하며 부채 수준, 현금 보유액, 전반적인 재무 구조와 같은 다른 중요한 요소는 무시합니다.
- PER비율은 산업 간에 상당히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 또는 부문의 회사를 비교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때문에 PER은 같은 산업에 비슷한 비즈니스 구조를 가진 회사를 비교할 때 효과적입니다.
- 수익이 없는 회사는 PER을 계산할 수 없습니다. 순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단계의 유망한 회사들을 발굴하기 어렵습니다.
- PER은 조작이 쉽고 변동성이 큰 지표입니다. 특정 기업이 PER을 낮추기 위해서(=저평가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순이익을 높여서 PER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한 회사실적과 무관하게 PER은 주가변화에 따라 크게 변화하므로 정치적 사건이나 경제상황에 따라 크게 변할 수 있습니다.
PER은 기본적으로 주주 가치 기반의 지표리서 기업의 부채나 현금 보유액과 같은 재무요소를 무시합니다. 조금 어려운 얘기일 수 있습니다만 기업의 부채를 주주들이 갚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기업이 아무리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다해도 그게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면 조금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EV/EBITDA의 정의와 장단점
EV/EBITDA는 EnterPrise Multiple라고 부르는데, 우리 말로 하면 기업가치배수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 지표를 계산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은데요.
EV/EBITDA = 기업가치(Enterprise Value) /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 및 상각 전 이익)
EV(기업가치) = 시가총액 + 총부채 - 현금성 자산
EBITDA =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및 상각비 차감 전 이익
이 지표는 주주 가치를 넘어 기업 가치를 판단할 때 사용되는 재무비율로서 아래와 같은 여러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 PER이 자본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면 EV/EBITDA는 자본과 부채를 모두 고려합니다. PER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시가총액은 회사의 자본가치(=유통주식의 가치)만을 측정하며 기본적으로 자본금만 고려하는데, 기업가치(EV)는 자본과 부채, 현금 보유액을 포함한 회사의 포괄적인 가치를 측정합니다.
- EV/EBITDA는 회사의 재무 실적을 더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습니다. EBITDA는 순이익 + 부채에 대한 각종 이자 + 세금 + 감가상각비 + 상각비로 계산되는 값으로 회사의 핵심 운영 성과를 좀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 EV/EBITDA는 같은 산업 내 기업들을 비교할 때 유용합니다. 산업별 특성에 따라 EV/EBITDA도 산업별 평균값이 다른데요. 특정 기업을 분석할 때 EV/EBITDA 해당산업평균과 같은 산업 내 여러 기업 간 EV/EBITDA를 비교하여 원하는 기업의 가치를 좀 더 정확히 평가할 수 있습니다.
- 고성장 단계의 회사를 평가할 때 PER의 대안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창업초기 혹은 빠른 성장단계 회사들은 매출 대비 많은 부채와 창업비용으로 순이익을 내지 못하는 단계일 때가 있는데, 흑자를 내지 못하는 기업은 PER을 계산할 수 없습니다. 이럴 경우 해당 기업의 EV/EBITDA의 변화추이를 살펴서 기업의 성장추이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PER 대비 EV/EBITDA의 핵심 장점은 PER 대비 훨씬 다양한 재무요소들을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분자에 있는 EV(기업 가치)는 시가총액 뿐 아니라 부채와 현금 보유액을 반영하며, 분모에 있는 EBITDA는 1)기업부채에 대한 이자나 2)속한 국가의 세금체계, 그리고 3)보유설비 등에서 실제로 지출되지 않아도 재무재표에 반영해야 하는 감가상각비와 같은 요소들의 영향력을 모두 제거한 실제 기업의 현금창출능력을 반영하여 회사의 비즈니스 역량을 훨씬 정확히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0 미만의 EV/EBITDA를 저평가 상태로 말하기도 합니다만, 이런 절대값 기준으로 저평가와 고평가를 나누는 것은 정확하지 않고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동일 산업 내 여러 기업 간 지표를 비교/분석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EV/EBITDA 확인방법
산업별 평균 EV/EBITDA 확인방법
일단 이 글은 미국주식에 대한 데이터를 다루고 있으므로, 미국 산업별 EV/EBITDA를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알려 드립니다. 사실 산업별 EV/EBITDA를 알려주는 곳이 잘 없고, Bloomberg 터미널과 같이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받으려면 엄청 비싼데요. 현재 무료로 산업별 EV/EBITDA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full:ratio라는 웹사이트인데 위와 같이 2024년 10월 기준 미국 산업별 EV/EBITDA를 무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시나 아쉬운 점은 과거 데이터 변화추이와 미래예측치는 알 수 없다는 점인데요. 무료로 볼 수 있는 데이터의 한계로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기업별 EV/EBITDA 확인방법
기업별 EV/EBITDA 데이터는 여러가지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아래 2곳을 추천드립니다.
▣ 야후 파이낸스
많은 분들이 사용하시는 야후 파이낸스입니다. 위와 같이 개별기업정보를 조회하는 화면에서 'Statistics'메뉴를 선택하시면 EV/EBITDA 분기별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시 더 긴 기간의 데이터는 조회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이렇게 보기 편하게 정리된 곳도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 full:ratio
위에서 소개해 드린 full:ratio 사이트입니다. 일부 데이터만 무료로 볼 수 있어서 아쉽지만 매우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며 EV/EBITDA도 제공됩니다.
위 이미지와 같이 'Valuations'메뉴를 선택하시면 조회 중인 기업에 대한 EV/EBITDA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기존 데이터 변화추이나 기간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은 좀 아쉽습니다만, 해당 데이터가 무료로 제공되는 곳이 잘 없기 때문에 이것도 참고할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EV/EBITDA 데이터 분석사례
테슬라 vs GM
사실 테슬라와 GM을 비교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는데요. 테슬라가 워낙 기존 자동차 기업과는 다른 제품과 마진, 비즈니스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해도 테슬라와 기존 자동차 기업을 비교해 보는 것은 테슬라가 얼마나 기존 업체들과 다른지를 알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 데이터는 야후 파이낸스에서 각 기업의 데이터를 가져온 것인데, 이 데이터만으로도 여러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에 해당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테슬라는 시가총액(Market Cap)보다 기업가치(Enterpise Value)가 작은 반면, GM은 기업가치(EV)가 시가총액보다 훨씬 큽니다. 기업가치(EV)는 시가총액 + 부채 - 현금성 자산으로 계산되니, 테슬라는 부채가 적고 현금성 자산이 많은 상태이고, GM은 상대적으로 부채가 매우 많은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 2024년 10월 기준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평균 EV/EBITDA는 8.51배로 조사되는데 테슬라는 53.13배, GM은 5.97배로 테슬라는 상대적 고평가, GM은 상대적 저평가 상태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 GM은 시가총액보다 기업가치가 3배 가까이 큰데, PER과 EV/EBITDA 값이 비슷합니다. 이것은 EV/EBITDA를 계산하는 EBITDA값이 PER을 계산하는 분모값인 순이익보다 3배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EBITDA는 순이익 + 부채에 대한 각종 이자 + 세금 + 감가상각비 + 상각비로 계산되니 이자나 세금, 감가상각비가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GM은 시가총액이 증가하면서 PER과 EV/EBITDA가 모두 감소했습니다. 이것은 시가총액 상승률보다 순이익 상승률이 더 컸다는 것을 의미하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으로 공장 등 보유자산 가치가 크고, 공장 등을 세우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므로 부채규모가 큰 것이 특징입니다. GM은 이런 자동차 산업의 속성을 대표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데 반해, 테슬라는 부채가 적고 현금보유량이 많다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PER과 EV/EBITDA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고평가되었다고 속단할 순 없습니다. 성장형 기업들은 투자자들이 현재의 순이익이나 EBITDA 대비 미래 성장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여 많은 투자를 하기 떄문에, 테슬라는 현재 기업의 실적 대비 미래 성장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아 PER과 EV/EBITDA가 높은 값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성장형 기업에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GM vs 포드(F)
GM과 포드(F)를 비교하면 테슬라보다는 확연하게 데이터들이 잘 비교됨을 알 수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GM과 포드(F) 모두 시가총액보다 기업가치(EV)가 큰 형태로 현금보유량 대비 부채 사이즈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에 있는 Trailing P/E는 현재 시점 기준 최근 4분기(혹은 12개월) 기반, Forward P/E는 현재 시점 기준 향후 4분기(혹은 12개월) 실적 추정치를 기반으로 산출한 지표임을 나타내는데요. 포드는 Forward P/E가 Trailing 대비 2배 이상 작아, 향후 순이익이 증가할거란 전망이 많다고 추정해 볼 수 있겠습니다.
양 회사의 EV/EBITDA를 비교해 보면 확실히 포드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 보입니다. 포드의 EV/EBITDA값은 산업 평균치보다 크기도 하지만, PER 대비로도 값이 커서 대출이자 및 감가상각비 비율이 GM보다 크거나, 순이익 비율이 작을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겠는데요.
이렇게 특정지표 하나에만 의존한 재무분석은 잘못된 해석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러가지 방법을 지표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에서 제가 짧게 분석한 내용들도 그대로 믿지 마시고 참고용 사례 정도로 봐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사례: IonQ
마지막 사례로는 양자컴퓨터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한 아이온큐 지표를 가져왔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시가총액은 꽤 변동성이 있었지만 2023년 2분기와 현재 규모가 비슷한데, 기업가치는 시가총액보다 꾸준히 작아서 아직은 현금보유량이 좀 있을거라 추정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2024년 2분기 대비 현재 시점 시가총액과 기업가치(EV)가 2배나 늘어난 부분은 너무 큰 변동성이라 어떤 이벤트가 있었는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겠네요.
순이익이 없으므로 P/E Ratio는 구할 수 없습니다만, EV/EBITDA 값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영업손실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V/EBITDA값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기업가치는 마이너스일 수 없으므로, EBITDA값이 마이너스라는 의미인데 분모값이 마이너스로 커질수록 EV/EBITDA가 작아지는거라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합니다만 특정 지표 하나로 기업분석을 퉁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기업분석에 참고할 수 있는 지표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다각도로 재무재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재무재표를 분석하는 방법과 관련된 글들은 늦더라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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