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에서 주주가치를 높이고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던 자사주 매입이 요즘은 국내시장에서도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이 주주에게 어떤 의미를 제공하며, 자사주 매입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관련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가 포함되어 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목차
자사주 매입 규모 알아보기
▣ 미국시장 (S&P500 기준)
1997년 이후 미국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 총액은 배당금 지급총액을 초과했습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짙은 파란색으로 표시된 자사주 매입(buybacks)이 2004~2007년까지 급증하다 소폭 감소하고 2018년에 다시 대폭 증가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2018년도에 자사주 매입이 증가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인 2017년도에 기업들의 세금비율을 크게 낮췄는데, 이를 통해 남긴 돈을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으로 왕창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노란색 선으로 표시된 자사주 매입 기업 비중은 지속 증가하여, 2015년부터 배당금 지급 기업 비중을 앞질렀습니다. 기업들이 배당금 지급보다 자사주 매입을 더 선호한다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분기별 자사주 매입액을 확인할 수 있는 그래프입니다. 회색 음영이 표시된 미국 경기침체 기간을 제외하고 자사주 매입은 지속 우상향하고 있으며, 2022년 2분기 기준 S&P500 분기 자사주 매입액은 약 2,196억 달러 (약 280조 원)에 달했습니다. 연간 자사주 매입액은 2021년 8,820억 달러에서 2022년 1조 2,600억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도 최근 자사주 취득 규모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미국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입니다. 미국 주식시장이 훨씬 크므로 시가총액 대비 자사주 매입 금액 비중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4~10배까지 자사주 매입 비중이 낮은 편입니다.
자사주 매입은 왜 하는 걸까?
▣ 미국: 낮은세금 + 주주가치 증가
자사주 매입은 배당 대비로도 세금 부담이 적으며, 소득세 및 법인세를 낮출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더불어, 미국의 경우 자사주 매입은 의무 사항이 아니며, 자사주 매입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것보다 배당금 삭감에 훨씬 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경영진 입장에서는 훨씬 유연하게 재정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기업 경영진 및 멤버들의 리워드를 스톡옵션과 같은 주식형태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서 유통되는 자사주 규모를 줄여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자사주 매입은 주주와 회사 구성원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구조가 됩니다.
실제로 미국은 자사주 매입 이후, 해당 주식을 소각하는 비율이 70~80% 수준으로 매우 높습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면 주주와 스톡옵션을 가진 구성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므로, 양쪽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옵션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우리나라 자사주 매입
우리나라라고 해서 자사주 매입 효과가 미국과 다르진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하는 비율이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국내기업들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업이 매입한 자사주는 기본적으로 의결권이 없습니다. 때문에, 자사주 매입으로 어떻게 경영권을 방어하겠냐고 생각하시겠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매입한 자사주를 증권사 등에 수수료까지 지급하면서 다시 시장에 판매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도적으로 우호세력들에게 자사주를 다시 팔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나라는 자사주를 매입하는 기업의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해야 주식 수가 줄어서 주당 가격이 올라가는 것인데, 대부분 소각하지 않고 재매각해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이죠.
자사주 매입기업들의 주가는 어떻게 움직일까?
▣ S&P500 Buyback Index
S&P500 Buyback Index라는 게 있는데요. 이것은 지난 12개월 동안 S&P500에서 자사주 매입 비율이 가장 높은 100개 기업을 추적하는 지수입니다.
과거 10년 동안 S&P500 Buyback Index와 S&P500 성과를 비교해 보면, S&P500 Buyback Index가 약간 더 좋았던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작은 차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만, S&P500 Buyback Index는 하락장에서 S&P500보다 적게 하락하고, 상승 장세에서는 많이 상승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섹터비중을 살펴보면, 금융과 소비재, 정보기술(IT), 의료 등 최근 실적이 좋았던 섹터들의 비중이 높은 것을 확인하실 수 있고요.
해당 지수를 구성하는 상위 10개 종목은 이미지와 같습니다. 최근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Meta가 4위로 랭크되어 있네요. 이것은 자사주 매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연결지은 순 없으므로, 위와 같은 지수가 있다는 정도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DIVB ETF (iShares Core Dividend ETF)
정확하게 S&P500 Buyback Index를 추종하는 ETF상품은 없습니다만, 미국주식 중 배당급지급과 자사주매입을 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ETF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로 DIVB ETF라는 상품이 있는데요.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최근 1년 성과가 S&P500보다 좋았습니다.
이번 포스트는 상품소개 목적으로 작성 중인 게 아니라서, 위와 같이 자사주 매입을 잘하는 회사들을 추종하는 ETF상품이 있다는 정도로만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사주 매입과 관련된 최근 동향 및 마무리
최근 미국에서는 자사주 매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2년 바이든 대통령이 만든 '인플레이션 감소법'에는 100억 달러 이상의 자사주 매입을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1% 소비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소비세를 4%까지 인상하는 방안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결과적으로 고용증대나 기술투자 등 근본적인 기업가치를 개선하는데 쓰이지 않아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해가 된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2017년 이후 5년 동안 자사주 매입에 사용된 돈이 기술투자나 고용 등의 자본 지출보다 많다는 데이터도 나오고 있어서 앞으론 자사주 매입이 예전보다 많은 규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주주입장에선 좋은 이벤트입니다. 많은 이익을 내면서 충분한 기술투자를 하고 있는 기업이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고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이라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나쁜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을 일단 이해해 두시고, 투자하려는 기업이 장기간 꾸준하게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면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 요소라 판단하시는 정도로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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