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역대급 엔저현상과 일본의 금리인상 및 YCC정책 수정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포스팅했습니다만, 1주일도 되지 않아서 일본 중앙은행이 YCC정책을 수정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일본 10년물 국고채 금리를 ±0.5%에서 제어하던 YCC정책을 ±1.0%까지 허용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수익률제어곡선(YCC)정책과 엔화환율의 상관관계가 생각보다 쉽게 정리된 글이 많지 않아서 관련 내용들과 시장에서 예상하는 일본 금리정책에 대해서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본 YCC정책 수정 발표
일본은행의 YCC정책 수정안 발표내용
7월 28일 일본중앙은행(BOJ)은 좀 더 수익률제어곡선(YCC)를 기존 ±0.5%에서 ±1.0%로 완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사를 찾아보니 이번 발표는 일본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했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57%로 최근 1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수치는 최근 5년 내 최고점이기도 합니다.
YCC정책과 엔화환율의 상관관계
■ YCC정책이란?
YCC(수익률제어곡선)정책이란,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특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도록 관리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현재 일본은 ±0.5%범위에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건 어려우니, +0.5%가 되기 전에 10년물 국채를 무제한 매입해서 수익률을 낮추는 형태의 관리입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약 3.95%이고, 우리나라는 3.7%입니다. 국채를 사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연히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사려고 하고, 수익률이 낮은 상품은 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일본은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높일 수 없습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대출금리 등 다양한 시장금리와 연동되어 있어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올라가면 기업들이 대출 등으로 자본확보를 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 YCC정책이 0.5%에서 1.0%로 변경되면?
그런데, 일본정부 및 중앙은행이 10년물 국채를 임의로 컨트롤해서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면, 결과적으로 시장에는 엔화가 많아집니다. 더불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의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거나, 일본 자산을 매각해서 수익률이 높은 해외자산에 투자합니다. YCC정책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바로 엔화가치 하락입니다.
이 시점에서 일본중앙은행이 YCC정책을 0.5%에서 1.0%로 상향했습니다. 과거보다 일본 10년물 국채의 수익률이 상승할테고, 시장에는 이전보다 엔화가 적어지게 됩니다. 엔화가치는 상승하고(=엔화환율 상승)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확보해서 기대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던 패턴이 줄어듭니다. 대표적인 자산이 주식이며, 주식시장이 하락하게 됩니다.
엔화가치의 상승은 달러 대비 엔화환율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달러가 기축통화라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상승하면, 다른 통화도 대부분 같은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인데요.
일본 금융기관은 미국 국채와 회사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 일본 금융기관은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와 회사채 일부를 팔아서 자국 국채를 사게 될 겁니다. 이 과정에서 엔화가치는 상승하고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며, 미국 주식/채권시장에도 하락추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왜 YCC정책을 완화하는걸까?
상승하는 인플레이션과 하락하는 엔화가치
별도 포스트에서 썼습니다만, 일본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넘어 3%대에서 6개월 이상 유지되고 있고, 엔화가치가 역대급으로 낮아진 영향이 커 보입니다. 아래 포스트를 읽어보시면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매한 시장반응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YCC정책이 완화되면 주가는 하락하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인데요. 닛케이 주가를 보면, 중앙은행 발표직후 크게 하락하다가 장 마감에 가까워지면서 다시 반등했습니다. 이것은 몇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 YCC정책 완화에 대한 애매한 중앙은행 발언
작년 말 YCC정책을 0.25%에서 0.5%로 상향할 때에는, 문장 그대로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0.5%선에서 관리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번 우에다 총재의 발언은 YCC정책이 1.0%로 명확히 완화되었다고 보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에다 총재는새로운 YCC정책이 양적 완화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이며,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0%경계에 도달할 것이라 생각치 않고 0.5% 이상에선 언제든 개입할 수 있다(1.0%는 경우에 따른 상한선)고 말했습니다. 발언내용이 명확하게 YCC정책이 완화된 것인지 해석하기 애매합니다.
■ 더 근본적인 이유는 금리인상 등 양적긴축정책에 대한 입장
이번 YCC정책 변경 자체보다 많은 전문가들은 드디어 일본도 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한 양적긴축으로 정책노선을 변경하는지에 관심이 컸습니다. YCC정책 완화가 일본 기준금리 인상까지 고려한 것인지가 훨씬 중요했는데요.
우에다 총재는 여전히 양적완화 정책기조는 유지되며, YCC정책 완화가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음을 뜻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런 발표내용이 나오면서 주식시장이 다시 상승하고,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57%에서 마감된 것으로 보입니다.
엔화환율의 변화, 그리고 금리인상은 언제?
중앙은행 발표직후 급등, 양적완화 유지발표 이후 다시 하락
주식시장과 같은 패턴으로 중앙은행 YCC정책 완화 발표직후부터 엔화환율은 급등하다가, 양적완화를 유지할 것이란 총재 추가발언 이후 환율은 다시 하락했습니다. 만약 금리인상 시점이나 금리인상에 대한 작은 힌트만 나왔어도 환율은 급등했을 겁니다.
그럼 일본은 금리인상 계속 안하는 걸까?
해외에서는 이번 YCC정책완화가 사실 상 YCC정책 폐지를 위한 단계적인 수순이라는 평가들이 꽤 많습니다.
일본은 여러가지 여건 상 미국이나 우리나라처럼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정리했습니다만,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나 부채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1.5%정도가 한계일 것이며, 정말 많은 시간을 두고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합니다.
YCC정책도 양적완화의 일종 임을 고려하면, 일본 금융정책이 바뀌는 것은 YCC정책 폐지가 먼저이고 이후에 금리인상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거라고 합니다.
금리인상 진행여부의 가장 큰 열쇠는 인플레이션이 쥐고 있습니다. 3% 이상의 인플레이션이 하반기에도 계속 유지된다면 내년 상반기 중엔 일본도 현재 -0.1% 기준금리를 포기하거나, YCC정책을 폐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무리
엔화는 절대적인 저평가 구간
국내외 많은 엔화관련 경제기사와 전문가 평가들을 종합하면, 엔화가 역사적인 저평가 구간임은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엔화환율 상승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물론 당장 내일 오전부터라도 시장이 '금요일엔 잘못 생각했었어'라고 평가하면서 환율이 급등하고, 일본 주식시장은 하락하며 10년물 국채수익률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제상황은 정말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에 큰 수익을 내겠다는 욕심을 줄이고, 내년 상반기 정도로 호홉을 길게 가져가면 지금 환율이면 엔화투자로 연 15%정도는 무난히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개인적인 견해이므로 참고만 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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