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6월 인플레이션이 3.3% 상승하여 8년 만에 미국 물가상승률을 앞질렀습니다. 이로 인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일본은행에 금리인상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본이 수십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단순히 엔화환율 뿐 아니라 경제적인 변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6월 일본 인플레이션 지표와 관련된 상세내용과 금리인상에 대한 일본중앙은행(BOJ)의 입장, 그리고 향후 엔화환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본 인플레이션 현황 분석
6월 인플레이션 지수
7월 20일에 발표된 일본 식품을 제외한 인플레이션 지수는 3.3%로 전월 3.2%에서 약간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일시적인 몇 해를 제외하고 2%를 넘지 못했던 일본 인플레이션 지수가 최근 몇 개월동안 3% 이상을 유지한다는 점, 그리고 미국 인플레이션 지수가 크게 하락했음에도 일본이 상승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임금인상과 공공요금 인상이 인플레이션 상승요인
일본은 최근 2년동안 공공요금, 특히 전기요금을 크게 인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전력기업들은 6월부터 가정용 전기요금을 14~42% 인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최근 중국과 인도 경기침체로 원유가격이 많이 하락했습니다만, 언제 다시 오를지 모르는 에너지가격을 미리 반영해 두는 목적이 있어 보입니다.
덧붙여 최근 일본은 임금상승에도 적극적입니다. 실질적으로 정부가 임금상승을 주도하고 격려하는 분위기인데요. 이유는 그동안 낮은 물가상승과 경제성장으로 임금상승이 적어 국민불만이 상승할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인플레이션 2%를 만들려는 정부목표에도 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일본정부는 오히려 내년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
일본이 십여년 만에 3%대의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전문가들은 일본이 드디어 양적완화정책(마이너스금리정책 + YCC Control)을 곧 폐지할 거라는 의견이 끊임없이 나옵니다만, 일본정부 생각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7월 24일 일본정부 대변인은 일회적 요인을 제거했을 때, 2024년 인플레이션이 1.5%로 둔화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일본중앙은행에 지속가능한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똑바로 하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건 사실상 일본정부가 현재의 양적완화정책을 쉽게 수정하지 않을 전망에 힘을 실어줍니다. 사실 전문가들도 최근 일본CPI가 상승추세라고 해서 일본이 현재 양적완화정책을 쉽게 포기할거라 예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0.1% 기준금리는 유지되더라도 YCC정책은 수정될 수 있다 정도의 의견들이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일단 엔화환율은 급상승
2021년 말까지 달러 당 엔화는 약 110엔 환율을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1년 반 정도 사이에 140엔대로 올랐으니 엔화가치는 거의 30%가 하락한 셈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준금리 차이가 엔화약세를 만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5%대임에 반해, 일본은 -0.1%로 역대 최대 금리차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022년 엔화약세가 피크를 쳐서 150엔까지 올라갔을 때, 일본중앙은행이 YCC정책을 조정하면서 엔화환율을 방어했습니다. 10년 만기국채 수익률 거래범위를 0.25%에서 0.50%로 확대한 것인데요.
하지만 환율방어 목적만으로 일본이 기준금리인상 및 양적완화정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들이 있습니다.
일본 부채규모 급등
일본정부의 부채규모는 글로벌 최고 수준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일본정부의 부채규모는 GDP 대비 200%수준이었지만, 코로나 이후 부채규모는 급증하여 2023년 3월 기준으로 부채는 GDP 대비 226.1%입니다.
정부는 부채를 현금으로 갚지 않습니다.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정부는 부채를 국채 등으로 유지하거나 부채에 대한 이자도 국채를 발행하여 처리합니다. 중요한 건 GDP 대비 부채비율입니다. 국가는 기본적으로 부채로 움직이는 것이라 부채를 조금 줄이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덧붙여 일본 국채의 51.4%는 일본중앙은행이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준기축통화 국가라 일본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는 정부입장에선 갚아야 하는 돈이 아닙니다 (물론 갚아야 합니다만, 상황에 따라선 안 갚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금리가 인상되는 것은 상황이 다릅니다. 일본은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초저금리로 경제를 부양하고 있습니다. 일본기업들은 저금리로 자본을 확보하는데 익숙하며, 그만큼 고금리 상황에 취약합니다. 일본은행 뿐 아니라 일본기업들도 다량의 일본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금리가 인상되면 기업자산가치가 폭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 은행이 그렇게 파산했습니다.)
일본중앙은행 전 이사의 의견에 따르면, 기업들의 상황과 정부부채를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상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 기준으로 1.5%가 한계일 것이라고 하는군요.
일본은 지금 환율이 무너졌지만 기업과 경제성장 측면에서는 얻는 게 더 많습니다. 득실을 따지면 금리인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더 적다는 의미입니다.
일본은 과연 금리를 인상할까?
결과적으로 부정적, YCC정책 수정 정도가 최상
위에서 말씀드린 이유로 일본정부 입장에선 빠른 경제성장이 최선의 상황이며, 그러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이 아직 필요합니다. 그래서 일본은 앞으로도 양적완화 정책 기반으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2% 달성을 위해 임금인상 등 여러가지 관련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의 양적완화 기조를 바꿀 수 있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론 그 중 하나가 유가라고 생각합니다. 유가가 다시 급등하면 엔화환율이 더 하락할 수 있는데, 이 때 YCC정책 정도를 좀 더 수정하는 것이 최대 대응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일본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기사들을 잊을 만 하면 한번씩 나옵니다만, 개인적으론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습니다. 그 말은 현재의 엔저현상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이고,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의 금리가 인하되지 않는 한 엔저현상이 유지될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다만 한화 대비 엔화환율은 이런 공식이 그대로 성립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규모는 아직 너무 큰 차이가 있고, 금리 외에도 많은 요소들이 환율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화 대비 엔화환율은 연내에 일정 수준이상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대최고 엔화예금 증가, 엔화ETF 규모도 급증
슈퍼엔저로 인해 일본여행 및 투자 목적으로 엔화예금이 역대급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900원 대 이하의 엔화환율은 투자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엔화환율이 단기간에 다시 반등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하시고 투자여부를 결정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TIGER 일본엔선물 ETF는 국내 유일의 엔화 연계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ETF상품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현재 가격은 최근 5년 중 최하단이며, 거래량은 최근에 급증한 상황입니다. 연 0.25%의 수수료가 있습니다만, 엔화투자를 생각하는 분들께 괜찮은 옵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소개 드립니다.
마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변동은 어떻게 될지 모름
짧은 내공으로 시건방을 떨었습니다만, 환율은 경제분야에서도 종합예술과 같은 영역이라 어떻게 변할지, 어떤 요소들의 영향을 받을지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저같은 멋도 모르는 개인은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그저 개인적으로 현재 엔화환율이 역대급으로 낮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환율이 다시 정상화될 수 있다는 가정으로 엔화에 조금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건 매우 리스크가 큰 투자라, 투자규모나 투자기간을 충분히 생각하고 투자에 임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환율이 낮으니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엔화에 투자하면, 생각보다 오랜 기간을 투자에 묶여 있어야 하거나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습니다. 엔화투자에 관심있는 분들은 각자의 판단으로 투자규모와 투자기간 등을 잘 검토하셔서 투자에 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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