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것처럼 일본은 10년 넘게 제로 금리로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만, 최근 일본 국내 인플레이션이 4%까지 상승하면서 기시다 정권 부담이 매우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경제학자 출신의 우에다 가즈오로 교체되는 것이 거의 굳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일본 중앙은행 총재 교체로 일본의 제로금리 시대가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엔화환율이 급등했다가 당분간 양적완화를 유지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면서 환율이 조금 진정세로 바뀌었는데요.
일본의 금리정책이 왜 이렇게 글로벌 경제에서 중요한 것인지, 시장에서 예상하는 일본 기준금리와 환율의 방향성에 대해서 시장의 의견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목차
우에다는 일본의 버냉키?
▣ 의외의 중앙은행 총재 변경
미국 전 재무장관 로렌스 서머스는 본인 트위터에 일본은행 총재로 내정된 우에다 가즈오 도쿄대 명예교수를 '일본의 벤 버냉키'라고 표현했습니다. 벤 버냉키는 2008년 금융위기 시절에 과감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경기 위기를 극복했던 인물인데요.
이렇게만 보면, 우에다 차기 총재가 일본의 제로금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경제상황에 맞게 과감한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것이 시장의 해석입니다.
▣ 왜 의외라는 걸까?
시장이 예상한 유력후보는 아마미야 부총재였습니다. 일본이 제로금리나 금융완화 기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제로 기존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을 후보였던 부총재가 기용될 것이라 전망했는데요.
우에다 후보는 과거 7년 간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심의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이론과 실무에 능통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2000년 8월 일본은행이 제로금리 해제를 검토했을 때, 우에다 후보는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마이너스라 금리인상이 부적절하다는 반대표를 던진 바 있는데요. 해당 시기에 제로 금리를 해제하고 일본경제가 급격하게 침체로 빠졌던 사례가 있습니다.
우에다 후보를 의외라 평가하는 것은, 우에다 후보가 기존 구로다 총재 체제의 금융완화를 이어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2022년 우에다 후보는 일본은행의 YCC정책 (장기채권금리를 중앙은행이 임의로 컨트롤하는 정책)에 대해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정책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실제로 우에다 후보가 차지 중앙은행 총재로 유력하다는 기사와 함께, 달러-엔 환율은 순간적으로 급락했습니다. (1달러로 엔을 예전보다 더 적게 바꿀 수 있으니 엔화가 강세가 되었다는 뜻) 이후, 우에다 후보가 현재의 금융완화 정책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고서 엔화가 다시 원상 복귀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일본은 왜 금리를 올려야 할까?
▣ 제로금리에도 경상수지 적자
일본이 제로금리를 계속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무역흑자입니다. 제로금리로 엔화가치가 하락해서 달러-엔 환율이 상승하더라도 낮은 환율 때문에 기업들의 수출과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는데요.
2022년 일본은 약 19.97조 엔 (약 192조 원)의 역대최대 무역적자를 냈습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었는데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수입비용이 크게 증가하여 적자를 키웠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일본의 주요 대기업들의 생산기지도 많이 해외로 진출되어 있는데, 이런 영향으로 엔화가 약세인 장점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현재 일본은 금리를 올려 엔화를 강세로 만들어, 에너지 수입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 4%대의 인플레이션, 하지만 오르지 않는 월급
일본이 제로금리를 고수했던 2번째 이유는 인플레이션입니다. 일본은 10년 이상 0~1% 사이의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오르지 않았습니다. 물가가 오르지 않으니 기업들은 월급을 올리지 않았고, 사람들의 소비 수준은 항상 일정 수준에 머무르며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일본 GDP는 1997년에 이미 4만 달러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경제성장이 거의 없는 상태로 2020년에도 GDP는 4만 달러를 유지하고 있고, 이 사이에 중국은 일본은 제치고 글로벌 2위 경제 대국이 되었죠.
그런데 2022년도에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2022년 4월에 일본 인플레이션이 목표했던 2.5%를 돌파하고, 12월엔 4%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올라간 원자재 가격을 제품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이후 평균 월급이 거의 상승하지 않았던 일본국민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갑자기 생활비가 급증했는데 월급은 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니클로 등에서 월급을 인상한다는 기사들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우리나라도 똑같습니다만 경제가 망가지면 정권은 가장 크고 빠르게 인기가 떨어집니다. 기시다 정권도 가장 살기 힘들었던 정부라는 치욕을 얻고 싶지 않을 겁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조짐이라면, 일본정부는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아 물가를 낮춰야 합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 글로벌 국채 및 주식시장의 급락 가능성
일본은 전 세계에서 해외자산을 가장 많이 가진 나라입니다. 그냥 1등도 아니고 31년째 1등인데요. 해외자산이라 함은 채권, 주식, 부동산 등의 현금성 자산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일본은 미국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이기도합니다.
일본이 해외자산을 많이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엔화가 기축통화이면서, 기준금리가 '제로'였기 때문입니다. 쉽게 생각하시면, 일본은 자국에서 제로금리로 엔화를 빌려서 미국 달러로 환전하고, 안전자산인 채권이나 주식 등에 투자합니다. 엔화는 싸고, 달러는 상대적으로 비싸면서 채권은 이자 등의 수익을 안전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만약 일본이 YCC정책을 포기하거나, 현재 ±0.50%에서 컨트롤하는 기준선을 ±1.00%로 조정하게 되면 일본이 보유한 해외 채권들을 다수 팔아서 엔화로 바꾸게 될 겁니다. 일본 엔화를 달러로 바꿔서 해외채권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률보다 일본 채권투자가 더 높은 수익률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엔화가 약세를 띄면서, 이미 ±0.50% YCC정책 하에서도 엔화를 달러로 바꿔 투자하는 헤지비용이 너무 높아져서 미국 10년물 채권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거의 사라진 상황입니다. 그래서 2022년에 이미 일본이 보유한 해외 채권들이 많이 매도되고 있는 추세인데요.
정말 일본이 제로금리를 포기하고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미국과 유럽 채권가격이 급락하면서 채권시장뿐 아니라 주식시장까지 급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급격한 금리인상은 어려울 듯
일본이 해외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긴 합니다만, 동시에 국가부채 비율도 엄청나게 높습니다.
2022년 9월 기준 일본 국가부채는 GDP대비 225.8%인데요. 물론 일본중앙은행이 가장 많은 일본국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만, 기준금리를 1% 인상했을 때 엄청난 이자가 발생합니다.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충분한 검토기간을 가진 후 서서히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으며, 2024년이 되어야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인상되면 엔화환율은
이 부분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만, 일본이 기준금리를 1%로 올리거나, YCC정책을 ±0.50%에서 컨트롤하는 기준선을 ±1.00%로 조정하게 되면 달러-엔 환율은 약 120엔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엔-원화 환율은 아마도 천 원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만,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지금 당장 엔화환율에 큰 변동이 생기진 않겠습니다만, 앞으로 채권시장이나 주식시장에 일본의 기준금리가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을 보시는 분들의 투자활동에도 참고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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