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버크셔 헤서웨이 2024년 3분기 실적이 공개되면서 워런버핏의 새로운 포지션이 공개되었습니다. 버핏은 지난 분기에 절반으로 줄였던 애플 주식지분을 25% 줄였고, 10년 이상 보유하고 있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 주식도 약 23% 줄였습니다. 이로 인해 버핏의 현금 보유량은 3,250억 달러로 2023년 말 대비 2배로 증가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워런 버핏의 역대급 현금보유량 증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도 주식비중을 줄여야 하는지일텐데요. 워런 버핏의 현금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과 관련된 시장의 분석과 개인적인 의견을 정리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역대급 워런 버핏의 현금확보
얼마나 많은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을까?
워런 버핏의 최근 10년동안의 현금보유량을 표시한 그래프입니다. 2023년 4분기에만 해도 1,676억 4천만 달러였는데 2024년 1분기에는 1,889억 9,900만 달러, 2분기에는 2,769억 4천만 달러를 거쳐 이번 분기에는 3,252억 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이건 2024년 2분기에 워런 버핏이 애플 지분을 50%나 매도한 이후 확보한 역대급 현금성 자산이 얼마나 많은 양인지를 표현하기 위해 작성된 이미지인데요. 이미 이 시점에도 워런 버핏은 현금으로 넷플릭스나 AMD, 알리바바, 디즈니 같은 회사들을 현금으로만 살 수 있을만큼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워런 버핏은 이 많은 현금은 어떻게 보유하고 있었을까요? 2024년 2분기 기준으로 버크셔 헤서웨이는 약 2,346억 달러 규모의 미국 단기 국채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1년 이하 만기 미국 국채 전체의 3%에 달하는 양이며 연방준비제도의 보유 규모를 뛰어 넘습니다.
즉 워런 버핏은 대부분의 현금을 미국 단기 국채로 보유하고 있었는데, 만약 국채 수익률이 5%였다면 워런 버핏은 연간 1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6조 5천억 원에 달하는 이자수입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얻게 됩니다. 더불어 현재 워런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가 보유한 주식 포트폴리오 가치는 2,717억 달러로 현금성 자산보다 규모가 작은데 이건 워런 버핏의 투자역사 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이상 현상들
2024년 3분기에 버핏이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특이점들이 있는데요. 관련 내용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애플지분 25% 추가 매도: 2023년 1월 기준 버핏은 애플 주식 9억 1,560만 주를 보유했으며 평가가치는 약 1,600만 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 가치의 40%를 차지했습니다. 2024년 1분기부터 애플 주식 매각을 시작했으며 2분기에 약 절반을 팔아 평가가치는 842억 달러가 되었고, 이번 분기에 추가적으로 25%를 매도하여 평가가치는 699억 달러가 되었습니다.
- 뱅크 오브 아메리카 지분 추가 매도: 2024년 2분기 기준 411억 달러에서 3분기에는 평가가치가 317억 달러로 하락했습니다. 버핏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 주식을 2011년부터 매수하여 거의 팔지 않다가 2024년 7월 중순부터 포지션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 2024년 3분기 자사주 매입 중단: 버핏은 보통 현금을 많이 확보했을 때 버크셔 헤서웨이 자사주 매입으로 현금을 소진하는 패턴을 많이 보였는데요. 이번 분기에는 버크셔 헤서웨이 자사주 매입도 하지 않았으며, 이 부분은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버크셔 헤서웨이 주식수익률은 대부분 기간에서 S&P500을 이겼으며 올해도 위와 같이 소폭이지만 S&P500 수익률을 능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워런 버피싱 버크셔 헤서웨이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이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현금 비중을 늘이는 걸까?
워런 버핏이 팔면 오른다?
워런 버핏의 주식 대량 매도를 공격하는 내용 중 가장 많은 것은 최근 워런 버핏이 매도한 애플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버핏이 주식을 매도한 5~7월 대비로 현재 많이 상승했다는 점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두 종목 모두 전고점을 돌파하진 못했습니다만 워런 버핏이 주식을 매도한 시점 대비로는 주가가 많이 상승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워런 버핏이 비중을 유지 및 증가시키고 있는 옥시덴털 페트로니움은 최근 유가 하락으로 주가가 50달러로 내려 앉았습니다. 버핏은 대략 55~60달러 범위에서 이 종목을 계속 매집하고 있는데, 버핏 매수가 대비로 약 8~10%정도 주가가 하락한 상황입니다.
정리하면 최근 버핏이 대량 매도했던 애플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주가가 상승한 반면, 계속 매집하고 있는 옥시덴털 페트로니움은 유가 하락으로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이게 최근 버핏이 예전만큼 투자를 잘 못한다는 약간의 조롱과 지적을 받고 있는 주요 포인트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유1: 현재 법인세는 역대급으로 낮음
워런 버핏은 2024년 2분기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애플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 주식 매도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여러가지 답변 중에서 '향후 정부가 세율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또한 본인은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과 비즈니스를 사는 것으로, 이 단순한 원칙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이 발언에 대해서 깊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버크셔가 애플을 통해 얻은 수익의 21%를 연방 세금으로 내고 있으며, 이 세율은 과거 35%였고 그 이전에는 52%로 높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언급한 수치가 아주 정확하진 않을 수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버핏은 향후 연방정부세금이 증가할거라 예상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현재 60년 만에 가장 치열한 대선을 치루는 중이고, 해리스와 트럼프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양쪽 모두 좀 더 많은 복지와 정부 주도 성장정책들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때문에 어느 쪽이 당선되더라도 향후 정권은 예전보다 정책실현에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역대급 정부 부채때문에 정부수입 또는 차입을 늘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버핏은 다음 정권이 분명 기업 세율을 높일 것이고 이를 통해서 재정적자 일부를 줄일거라 예상했습니다. 현재 트럼프가 당선 공약 중 하나로 기업 세율을 더 낮추겠다 말하고 있습니다만, 이 부분이 실현되는 것은 쉽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세율이 높아지면 기업이익이 감소하여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며, 버핏처럼 특정 기업 주식을 많이 보유할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한번에 매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2025년도에는 다른 요인들을 배제하더라도 세율인상으로 애플이나 뱅크 오브 아메리카 같은 주식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를 대처하려고 했을거라는 추정인데요.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버크셔 헤서웨이는 애플 전체 주식의 2.3~2.7%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 수량 중 60%를 한번에 매도한다면 애플 주식에 큰 문제가 생기게 되겠죠. 버핏처럼 수백조 원 규모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은 저희같은 개미들이 개인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릅니다.
버핏은 여전히 애플이 좋은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으로 판단하여 최대한 주식가치를 해치지 않고 주식을 정리하려고 했을거라 생각하는데요. 그것은 그렇게 많은 애플 주식을 매도했음에도 여전히 현재 포트폴리오에서 애플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로 증명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됐든 버핏은 위와 같은 이유로 2024년 2분기부터 꾸준하게 애플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 주식을 매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요.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포함되었다는 점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유2: 주식보다 현금이 낫다
워런 버핏의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절대적 포지션을 차지했던 애플에 좀 더 집중해 보겠습니다. 위 그래프는 4분기 누적기준 매출 그래프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2022년 3분기에 최고점을 찍은 이후에 최근까지 매출액은 보합세 (혹은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시가총액은 계속 상승했는데요 (즉 주가는 상승했다는 의미)
흔히 애플과 비교되는 MS나 아마존, 구글은 애플보다 높은 매출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애플의 핵심 수익제품인 iPhone 신규모델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으므로 2025년 매출성장을 기대해 볼 여지는 있습니다만, 최근 수년동안 다른 기술 대기업 대비 애플의 매출성장률이 낮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순이익이 계속 증가하지도 않았습니다. 4분기 누적기준 순이익은 오히려 2021년 4분기에 최고점을 찍고 최근까지 거의 횡보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2024년 3분기에 순이익이 급락한 것은 유럽연합이 아일랜드가 2003년 6월~2014년 12월까지 애플에게 불법적인 세금혜택을 줬다는 판결로 102억 달러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매출 및 순이익 성장률이 저조한데 반해, PER은 32~34배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는데요. 현재 S&P500 평균인 28배 대비로도 고평가이며, 기업 실적 성장률을 고려했을 때에도 부담되는 벨류에이션입니다. 이렇게 높은 벨류에이션을 받고 있는 건 결국 AI사업 성과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쉽게 입증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애플의 미래 성장성이 다소 의심되는데 반해서, 올해 미국 단기 국채 수익률은 최근까지 5% 이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세계 제일의 안전자산을 보유만 해도 5% 이자를 지급하는데, 현재 애플의 기대수익률은 3%내외 수준(PER의 역수가 기대수익률)이니 애플이 아니어도 굳이 주식을 보유할 이유가 없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S&P500도 역대급 고평가 시점이고 미국대선이 끝난 이후 2025년에는 주식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큰 예상 리스크는 미국정부의 역대급 부채로 인한 장기국채 수익률 상승과 인플레이션 재상승 2가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물론 개인적인 의견)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GDP로 나눈 버핏 지수는 현재 거의 200%에 육박합니다. 버핏지수는 75%~90%이 정상권, 90%~115%사이를 과대평가로 분류하는데요. 현재와 같은 200%수준은 시장이 매우 과대평가되었음을 나타내며, 과거 한번도 없었던 수치입니다.
특정 지표 하나로 시장의 과대평가 여부를 판단할 순 없습니다만, 이런 시장위험지표들이 최근 모두 위험수준을 나타나고 있으므로 주식시장에 대해서 경계감을 갖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식을 팔아야 할까?
모든 것은 케바케(Case by Case)
그렇다고 모든 주식을 팔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인 투자 스타일이 단기 혹은 장기인지, 그리고 어떤 종목 혹은 어떤 산업에 투자 중인지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워런 버핏도 현금비중을 크게 늘였지만 그렇다고 주식 포트폴리오를 모두 청산한 것이 아니며, 여전히 전체 자산의 40~50%수준을 주식투자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투자 포지션들도 많기 때문에 현재 워런 버핏의 현금비중이 역대최고치라고 해도 그것만으로 단순히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속단할 순 없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현재 시점에서 투자에 꼭 고려해야 할 부분은 미국 주식시장이 매우 고평가된 상태이며, 미국 대선과 금리인하의 시작, 여러 곳에서의 지정학적 이슈들로 인해 주식시장에 리스크가 매우 커졌다는 점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지금은 주식시장 하락장을 대비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며, 그 장치는 각자의 투자 스타일에 맞게 준비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