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회의가 다가오면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하여부와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가볍게 경제기사를 읽는 분이라면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되었으니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하할거고, 기준금리 인하하면 부동산 가격은 올라가겠지'정도로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저도 개인적으론 결과적으로 위와 같이 흘러갈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론 매우 복잡한 디테일들이 있는데요. 조금만 생각해도 1)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언제 인하될까?, 2)얼마나 인하될까?, 3)주식시장은? 환율은? 채권은? 4) 부동산 가격은 당연히 오르겠지? 등등의 여러가지 질문들이 생깁니다.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다 찾아보고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겠습니다만, 국내 및 해외 언론과 전문기관에 공개되어 있는 주요 정보들과 가까운 미래에 대한 개인적인 전망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우리나라 경제지표 살펴보기
내수감소, 수출증가 > 전체 경제성장률 감소
KDI가 2024년 8월에 발표한 우리나라 경제분석 자료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예상GDP, 총소비, 총고정투자가 감소하고 총수출만 나홀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글로벌 경제성장 평균 전망치가 3.2%, 2025년은 3.5%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치는 글로벌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흔히 수출중심국가라 수출만 잘 되면 경제가 성장하는 걸로 아시는 분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만, 우리나라도 이제 글로벌 주요 선진국처럼 GDP에서 내수비중이 수출비중보다 더 큰 경제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즉, 내수(소비)가 증가해야 경제규모도 성장한다는 의미인데요.
내수부진과 투자감소는 물가하락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짐
위 그래프처럼 민간소비는 1년 가까이 성장없이 정체되었으며, 소매판매액은 거의 1년 반동안 감소하고 있습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1년 반째 감소하는 추세로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내수감소와 건설/설비투자 감소는 결과적으로 물가상승률을 하락시키고 취업자 수도 감소시킵니다. 취업자수 감소는 다시 내수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이게 됩니다.
요즘 자영업자가 어렵다는 뉴스기사를 많이 보셨을텐데요. 내수가 역대급으로 감소하고 있으니 내수를 먹고 사는 자영업자(비임금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큰 타격을 받습니다. 임금 근로자들은 그나마 2019~2020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수출 증가에 비해선 임금 근로자 수도 예전만큼 늘어나지 못하는 추세입니다.
수출이 증가하면 국내 건설/설비투자를 늘여서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규모를 성장시키는 것이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 패턴이었는데, 최근에는 이런 패턴이 많이 달라졌는데요. 아래에서 달라진 패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이어가겠습니다.
반도체 + 미국비중이 커지는 수출구조
최근 2~3분기동안 유일하게 성장한 수출은 위 이미지 중 왼쪽 그래프처럼 ICT(정보통신기술)위주로만 성장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출하는 ICT는 그냥 반도체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한데요. 그러니까 최근 반도체 수출이 좋아져서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보시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최근 2년동안 미국수출비중이 중국수출비중을 추월했습니다. 그러니까 반도체도 미국수출비중이 훨씬 클거라 짐작할 수 있는데, 최근 미국은 보호무역주의와 리쇼어링 정책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국가 및 기업들에게만 여러가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이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총 213억 달러(약 29조 원)로 글로벌 최대 투자국이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수로는 90개에 달하는 최대 규모인데요. 이렇게 국내 설비/건축에 투자해야 할 금액들이 미국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국내 일자리 창출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상황인데요.
정리해보면, 우리나라는 내수, 설비투자, 건축투자가 모두 감소하고 수출만 늘어난 상황인데, 수출은 반도체만 늘어나고 있고 관련 투자는 미국으로 집중되고 있어서 국내 내수규모는 앞으로도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임에 분명해 보입니다.
2.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어떻게 될까?
기준금리 내려야 하지만 부동산이 문제
위와 같은 상황을 종합해보면 한국은행은 이번에 금리를 빨리 인하해야 합니다. 내수가 더 침체되기 전에 금리를 인하해서 시장과 기업에 돈이 돌도록 해줘야 하는데요. 현재 서울 중심의 부동산 가격급등문제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우리나라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큰 변화가 없지만, 서울은 올해 초부터 완전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고, 반대로 부산과 같은 지방은 하락세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펼쳐진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정치적인 논쟁거리가 될 수 있으므로 자세히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가계부채규모는 현재 약 1,900조 원에 달하며 역대 최대치를 돌파했는데요.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고용시장이 둔화될 위기에 처해있고, 고용시장은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경기침체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가계부채규모가 너무 크다보니 한국은행은 금리인하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서로 다른 입장
미국은 현재 최대 기준금리를 5.0%까지 인하했고, 2024년 내에 추가적으로 최소 0.5%p이상을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어야 금리인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건 위에서 말씀드린 가계부채 상승이 가장 큰 근거가 되는데요.
반대로 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이는 것보다 민간소비 회복을 돕는 것이 지금으로선 우선이라고 말하며, 이는 한국은행이 다음 달에 금리인하를 시행하도록 압박하고 있는데요. 내수가 좋지 않고 자영업자들의 파산이 이어지고 있으니, 빨리 금리를 낮춰서 경기를 부양하고 싶다는 의지인데요.
개인적으론 결국 정부가 원하는대로 10월 달엔 우리나라도 금리인하가 시작될거라 생각합니다만, 미국처럼 0.50%p는 어렵고 0.25%p정도로 미국보다 작은 폭으로 천천히 금리인하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올해 말까지 최대 1%p의 기준금리 인하를 진행한다면 우리나라는 0.25~0.50%p정도 속도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 생각하는데요.
대신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서 정부는 여러가지 부동산 가격상승 억제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은데요. 대표적으로 오늘 여러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0.2%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3.5%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5대 은행들은 7~8월에 약 20여 회 대출금리를 인상했는데,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되 금리는 올리지 말라'는 이상한 주문을 하면서 주춤했다가 가계대출이 계속 증가하자 다시 금리를 인상한 것인데요.
이 외에도 다양한 규제정책들이 시행될 수 있습니다만, 한번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이런 규제들도 큰 효과를 얻지 못할거라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개인적으론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시작된다면 부동산 가격상승도 다소 한계가 있을거고 서울 특정지역 중심의 부동산 가격상승이 지방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다소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이건 다분히 개인적인 생각이라 투자는 각자의 판단으로 잘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3.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환율은?
반도체 외 주식은 잘 모르겠음
최근 반도체 업황과 관련해서 2가지 큰 이벤트가 있었는데요. 2가지 이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업황 보고서 (9월 15일)
-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정점이 지났다는 경고
- 보고서는 스마트폰과 PC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약화될 것으로 예측
- 올해 말부터 반도체 평균판매가격 하락이 예상
- 모건스탠리는 인공지능(AI)의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공급 과잉 가능성도 보고 있음
-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하락조정,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5,000원에서 76,000원으로 하락조정하면서 대규모 선매도를 진행
- 마이크론의 깜짝 실적보고 (회계년도 2024년 4분기 기준)
- 4분기 매출: 77억 5천만 달러, 전분기 대비 14% 증가, 전년 대비 93% 증가
- 2024 회계연도 총수입: 251억 1천만 달러, 전년 대비 62% 증가
- 4분기 데이터센터 매출과 NAND 매출 역대 최고, HBM(High Bandwidth Memory) 제품 강세
- 2025 회계연도 1분기 기록적 매출 예측
국내 경제상황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나라는 현재 반도체 외에는 그닥 주목받는 산업이 없는데, 모건스탠리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도 정점을 지났고 올해 말부터 겨울이 온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대표적인 반도체 주식주가가 폭락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마이크론의 깜짝 실적보고로 반도체 업황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강력한 증거가 나오면서 마이크론 주가는 약 15% 급등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크게 반등했는데요.
일단 연말까지 반도체 관련 주식들은 어느 정도 상승세를 유지하겠지만 이후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특히 국내 내수와 관련된 주식들은 거시적으론 상승요소가 없어보여서 국내 주식투자는 다소 어려운 환경인데요. 만약 국내 주식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시겠다면 종목을 잘 골라야 하는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4분기 달러-원 환율은 1,330~1,340원대로 예상
미국이 기준금리를 크게 인하했음에도 달러-원 환율은 크게 빠지지 않았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미국 경제가 여러 모로 튼튼해서 투자자금이 잘 빠지지 않고, 국내 주식에선 외국자금이 계속 이탈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관련해서 향후 달러-원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가지 이벤트들이 있습니다.
- 중국경기 활성화: 최근 중국 경기부양책이 발표되면서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며 원화 가치도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는데요. 중국은 아직 근본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임시적인 경기부양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원화가치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 한국 채권의 WGBI(세계국채지수)편입: 우리나라는 수년 전부터 세계국채지수에 우리나라 채권을 편입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10월 8일에 관련 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한국 채권이 WGBI에 편입되는 것은 내년으로 연기될거라 전망하고 있는데, 만약 편입이 된다면 최대 글로벌 자급 100조 원 유입효과로 원화강세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미국-한국 기준금리 격차: 미국이 연말까지 최대 4.5%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나라가 얼마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인지에 따라 달러-원 환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론 현재 3.5%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3.0%정도로 인하하지 않을까 예상하는데, 그러면 기준금리 차이로 인한 환율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재 달러-원 환율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이슈는 우리나라 채권의 WGBI 편입여부인데, 올해 편입이 되지 않는다면 나머지 요소들로는 달러-원 환율이 크게 변동하지 않을거라 생각하구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연말까지 1,330원~1,340원 선으로 유지되는 환율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일시적인 이벤트로 환율이 크게 변동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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