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기로 접어들던 반도체 테마가 최근 마이크론의 깜짝 실적발표와 미국 기준금리 인하로 다시 반등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도 AI데이터센터 수요가 튼튼하고 블랙웰 GPU 생산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밝히면서 주가는 다시 상승추세인데요.
그런데 투자자 입장에서 지금 반등하는 반도체 테마에 올라타는 것이 그렇게 깔끔해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 미국 증시가 아주 안정적이거나 큰 상승여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반도체 테마도 반등했다고 하지만 상승기간이 거의 2년에 가까워져 언제 하락시기로 접어들지 알 수 없고, 최근의 반등도 전고점을 뚫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점에는 항상 1차 주도산업과 관련된 인프라를 생산하는 2차 주도주를 살펴보는 것이 투자에 도움이 되는데요. 현재는 AI데이터센터에서 파생되고 있는 반도체 냉각산업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합니다. AI 관련 인프라들이 기존 대비 10배의 전력을 소비하고 있고, 이에 따른 발열량도 엄청나게 높아 이를 냉각시키는 인프라 및 관련 장비기업들이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도체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인 시점일까?
반도체 수요 예측을 위해 체크해야 할 것들
반도체 투자여부를 결정하려면 향후 반도체 수요가 어떤지를 먼저 체크해야 할텐데요. 투자자분들이 많이 참고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미국 거래소에 상장된 반도체 설계, 유통, 제조 및 판매에 주로 관여하는 회사 30개로 구성된 수정된 시가총액 가중 지수로 단순히 현재 시점의 반도체 산업의 현황을 체크하는 것이지 이를 통해 미래 수요를 예측할 순 없습니다.
반도체 수요를 완벽히 예측하는 것은 개인 투자자 수준에선 어려운 일입니다만, 최소한 아래와 같은 정보들을 확인하면 그나마 예측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이며, iM투자증권 보고서 내용을 참고했습니다.)
- 주요 반도체 소비지역의 IT소매매출 확인: 미국, 중국, 유럽지역의 IT소매매출 변동추이를 체크
- DRAM, NAND Memory 수요예측 데이터 확인: 아래 3가지 데이터 체크
- 주요 리서치 기관의 연간 수요예측 데이터 및 최근 변동치 확인
- AI PC, AI 스마트폰, AI Server의 향후 수요예측 및 최근 변동치 확인
- HBM 향후 수요예측 및 최근 변동치 확인
세부적으론 아주 많은 디테일들을 체크해야 합니다만, 핵심내용만 간략히 간추려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반도체 수요는 증가추세 예상
일단 우리나라 반도체의 주요 수출시장이 미국과 중국의 IT 소매매출은 현재 증가추세로 보입니다. 중국은 최근 경기부양책으로 좀 더 상승여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도 과거 데이터이므로 일단 추세를 보는 정도로 참고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력상품인 DRAM 글로벌 수요는 2024년 기준 전년 대비 16.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상품별로 살펴보면 PC와 테블릿은 감소추세입니다만 스마트폰과 서버 수요가 계속 양호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AI PC에 대한 기대가 컸었는데 2024년 기준으론 판매량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일단 AI PC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여러가지로 엇갈리는데, 참고할만한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 업체별로 기준이 다른 AI PC: Nvidia는 전용 가속기 반도체를 장착한 PC, Microsoft와 Intel은 Copilot 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Cloud 접속없이 자체적으로 돌릴 수 있는 40 TOPS 이상의 Computing Power를 가진 PC를 AI PC로 정의. 여기서 TOPS는 'Trillions of Operations Per Second'의 약자로 AI 관련 작업을 초당 40조 개 이상 수행할 수 있는 성능을 말합니다.
- 기존 PC보다 2배 이상 비쌈: AI PC의 평균 가격대는 1천 달러 중후반대로 기존 PC보다 2배 이상 비쌈. Nvidia에서 말하는 전용 가속기 반도체를 장착한 PC는 거의 4배 이상 비쌈
마이크로소프트가 정의하는 40 TOPS 이상 성능을 가진 AI PC는 2024년 PC 판매량의 0.2%, 2025년에는 1%대 초반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AI PC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아직 반도체 시장성장을 주도하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반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전체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2024년 2분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상승했는데 보시는 것처럼 3분기 연속 상승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AI 스마트폰은 2024년 전체 출하량의 약 %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며, 향후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위 그래프와 같이 샤오미, 비보와 같은 중국 브랜드 시장점유율은 상승하고 삼성, 애플 점유율은 감소하고 있는데요. 중국에서 삼성 및 iPhone의 시장점유율은 기록적으로 하락하고 있어서 향후 해당 기업들의 실적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14개 빅테크 업체들의 Capex(자본 지출)는 FY24기준 전년 대비 약 23.1% 상승했으며, AI서버를 포함한 2024년 글로벌 서버 출하량 전망치는 전년 대비 3.1% 상승했습니다. 빅테크 업체들의 자본 지출 중 상당 부분이 AI기술투자라 당분간 AI관련 투자증가는 상당 기간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만 서버제조업체 기준 서버 생산량은 약 1천만 대가 넘는데, 그 중 AI서버는 2023년 18.4만 대에서 2024년 49만 대로 비중은 작지만 성장률은 167%에 달합니다. AI서버는 2025년도에도 생산능력을 더 키울 예정인데, 현재는 실수요를 넘어서 미리 관련 제품들을 사재기해 두려는 중국업체들의 가수요가 포함되어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됩니다.
HBM도 당연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현재 HBM수요는 거의 대부분 AI서버에서 발생하므로, AI서버 생산량 및 수요가 늘어나면 HBM도 같이 따라가는 구조입니다. 엔비디아는 2024년까지 생산되는 AI GPU에 필요한 HBM은 SK하이닉스 단독공급으로 해결이 가능했는데요.
최근 엔비디아가 삼성잔자 HBM 구매를 계속 타진하는 것은 2025년도에도 AI 칩, 서버, HBM수요가 당분간 유지될 수 있다는 힌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까지 HBM 생산을 본격화하면 HBM 단가가 하락하여 SK하이닉스를 포함한 HBM 수익률은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해 보면...
짧게 정리하려고 했지만 길어져 버렸는데요. 도중에 낸드 메모리 같은 건 언급도 못했는데 시장규모가 사애적으로 작아서 생략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반도체는 DRAM 중심으로 수요, 판매량, 생산량 모두 증가 중
- PC시장보다는 스마트폰과 서버시장이 주도
- AI PC보다는 AI 스마트폰 수요 및 판매 성장세가 높음: AI PC는 가격 하락 필요
-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와 삼성, 애플의 중국시장 점유율 감소로 해당 기업들의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
- AI 관련 제품 (GPU, 서버, HBM) 수요는 아직 건재함
- 현재 판매량은 실수요 + 미리 AI 관련 제품들을 확보하려는 가수요를 포함해서 성장 중
- 만약 AI시스템 투자비용이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AI관련 투자규모도 감소할 수 있음
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반도체 사이클'은 보통 1.5~2년 주기의 상승과 다시 1~1.5년의 하락 주기가 순환됩니다. 최근 반도체가 거의 1.5년 넘게 상승장을 이뤘고 이제 4분기가 지나면 2년이 됩니다. 산업 사이클이란 게 통계일 뿐이고 오늘의 상황이 과거와 같을 리가 없습니다만 최근 DRAM 시장을 성장시킬 동력이 현재로선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AI인프라 관련해서는 위태롭긴 하지만 아직까진 투자수요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엔비디아만 쳐다보기에는 엔비디아는 너무 많이 오른 상태이고 AI비즈니스 자체가 거대 자본력을 가진 기술 대기업들의 놀이터라 주가를 상승시키는 힘은 아무래도 예전만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냉각산업을 봐야 하는 이유
AI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 수요와 시장규모
AI와 같이 대규모 투자와 안정적인 운용능력을 가진 산업 테마는 핵심 플레이어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런 플레이어들은 시가총액이 크고 현금조달 및 보유량도 많은 거대 기업들이라 투자시기를 놓치면 진입시점에 따라선 그닥 먹을 것 없는 소리 요란한 잔치일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럴 때는 해당 산업을 유지/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주변 산업들을 찾는 것이 하나의 좋은 투자방법입니다.
AI 인프라에 있어서는 냉각기능이 이런 케이스입니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보다 10배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발열량도 엄청나서 기존과 같은 공기 냉각 시스템으로 효과적인 방열이 불가능하여 액체 냉각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현재 대만 서버 제조업체들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GPU나 HBM보다 더 구하기 힘든 부품이 방열 관련 부품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만큼 AI 인프라에서 효과적인 방열 시스템 및 관련 부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리서치 기관별로 수치는 조금씩 다릅니다만, 글로벌 데이터센터 액체 냉각 시장규모를 2023년 약 44.5억 달러에서 2033년까지 약 400억 달러로 연 24.5%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위 종목들의 주가차트로 AI 인프라와 DRAM의 주가흐름을 단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주황색으로 표시된 엔비디아와 데이터센터 액체냉각시스템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Vertiv주가가 같은 패턴으로 움직이는데 반해, DRAM과 HBM 주요 플레이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엔비디아와 Vertiv주가가 같은 흐름을 가지지만 엔비디아보다 Vertiv주가가 더 높은 상승률을 보여주며, 마이크론이 최근 깜짝 실적으로 주가가 반등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반등했습니다만 그 효과가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하락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AI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 주요 플레이어들
일단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 사업으로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하는 기업은 버티프(Vertiv)입니다. 버티브는 데이터 센터, 통신 네트워크, 상업/산업 환경을 위한 중요 인프라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기업인데요. 이 회사는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 분야에서 글로벌 1위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는 2023년 12월 CoolTera Ltd 인수로 액체 냉각 역량을 강화했으며, 2024년 4분기까지 액체 냉각 제품 생산능력을 45배 확대할 예정입니다. 액체 냉각 솔루션 사업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30% 이상을 차지합니다.
버티브는 2020년 2월에 상장한 이후 2021년에 흑자전환했으며, 2020년 대비 2025년 매출이 2배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EBITDA 마진도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이익률도 지속적으로 좋아지는 추세입니다.
회사주가가 결코 적지 않게 상승했는데요. 최근 5년 간 주가상승률은 약 870%에 달합니다. 연 매출이 2배도 늘지 않았는데 주가는 거의 9배 상승했다는 의미인데요. 시가총액도 아직 약 40조 원 규모라 앞으로도 충분한 성장 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회사가 장사를 계속 잘했을 때의 얘기입니다. )
매출액 대비 5배가 넘는 수주잔고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당분간 매출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닌데요. 최근 PER이 60배가 넘는 고평가 상태이고, 내부자 거래로 주식매도가 이어지고 있어서 현재 시점은 고평가 상태로 보입니다. 만약 미국 주식시장에 하락장이 펼쳐지고 괜찮은 가격대에 진입할 수 있다면 괜찮은 수익률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데이터센터 액체 냉각 사업 관련으로 국내에서 괜찮은 기업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어느 정도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아직 초기 단계이고 수익이나 규모도 그렇게 좋지 못합니다. LG전자가 최근 이 사업부문에 홍보를 많이 하고 있는데 향후 발전여부를 모니터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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