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반면, 일본은 아직 경제성장을 위한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엔화가치는 계속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일본국민들의 불만이 있고, 엔화가치가 더 하락할 경우, 일본정부가 환율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킹달러'환율 때문에 나라 전체가 시끌시끌한데요. 우리나라는 킹달러로 인한 외화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도 올리고, 외환시장에도 직접 개입하는 등 여러가지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여전히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엔화환율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엔화환율이 왜 안오르는지를 알려면, 질문을 '일본은 왜 저금리를 유지할까'로 바꿔야 합니다. 그럼 바뀐 질문에 대한 현상들을 아래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왜 일본은 저금리를 유지할까?
1. 일본은 아직 인플레이션이 낮습니다.
일본의 2000년~2021년까지의 인플레이션을 그래프화 한 것인데요. 2021년에도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0.23%(전년 대비 물가가 0.23% 하락했다는 뜻)였습니다. 미국에서 금리인상과 양적완화를 통해 뿌려둔 돈을 계속 거둬들이고 있는 건, 높은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원인인데, 일본은 아직도 인플레이션 걱정을 하지 않는 나라입니다. (물가가 안 오른다는 얘기죠)
2. 2022년엔 일본도 물가가 올랐습니다.
그런데 2022년은 일본도 소비자 물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시죠.
그래프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아래이면,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100이상이면 전년 동월 대비 플러스로 읽으시면 되는데요. 2022년 7월 기준 일본 소비자 물가 지수(Consumer Price Index)는 전년 동월대비 2.3%가 올랐습니다. 첫번째 그래프를 참고하시면, 일본에서 소비자 물가 지수가 2% 이상으로 오른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입니다.
3. 일본은 심각한 디플레이션의 나라입니다.
일본의 물가는 수십년간 오르지 않거나, 심지어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상황에 있었습니다. 일본인들의 월급이 생각보다 높지 않고, 심지어 일부는 우리나라 월급이 더 높다는 걸 아시나요? 디플레이션은 높은 인플레이션만큼이나 경제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본은 2%대의 인플레이션을 만드는 것을 정책 방향으로 할만큼 디플레이션 탈출에 애를 썼습니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2.3~2.4% 정도이니, 일본정부 입장에서는 사실 금리를 인상시키거나, 양적긴축을 통해 대응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목표 수준에 도달했다 볼 수도 있겠죠.
4.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대부분 에너지 가격상승으로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건강한 상태는 아닙니다. 현재 인플레이션의 대부분은 에너지 가격상승으로 발생한 것이며, 에너지를 제외한 인플레이션은 현재 수치의 절반인 1%대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은 대표적인 화석연료 수입국가이며, 에너지 공급의 88%를 화석연료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가 비싸져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기 때문에, 실제 일본의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는 그닥 오르지 않았고, 월급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원하는 인플레이션 효과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죠.
일본 정부로서도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에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을 대응할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금리인상 이나 외환시장 개입 등으로 환율을 방어할 명분도 없는 상황입니다.
5. 일본은 환율이 낮아지면, 기업실적이 좋아집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대표적인 제조업의 나라입니다. 원자재를 사서, 2차가공한 후 외국에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죠. 생각해 보시면, 엔화환율이 낮을 때, 기업들이 해외에 물건을 팔면, 예전보다 더 높은 가치의 달러나 외화를 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일본에서 10년(2012년~2020년)동안 지속된 '아베노믹스'정책입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디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인플레이션 2%를 국가정책 목표로 두고, 금리를 거의 0% 혹은 마이너스까지 낮춰서, 시중에 돈을 뿌리는 겁니다. 기업들이 저금리로 돈을 마구 빌려서, 빨리 성장하라는 의미이죠.
이 정책을 시행할 때 일본중앙은행(BOJ)에 총재로 앉힌 인물이 구로다 하루이코이고, 이 분은 지금도 일본중앙은행 총재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1. 달러엔환율이 너무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저금리도 중요하고,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올라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달러-엔 환율이 너무 급격히 치솟았습니다. 3-4개월 전만 해도 110-120달러 사이였던 달러-엔 환율이 몇개월 사이에 140달러를 돌파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급격한 환율상승으로 여러가지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어서, 일본정부도 이 부분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고 있스니다. 환율이 더 치솟으면,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환율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몇차례 발표도 했었는데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정부가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한다고 해서, 환율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은 효과도 적고, 그 영향기간도 짧습니다. 일본정부의 표현은, 오히려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으름장(?)정도로 환율이 좀 조정되기를 희망하는 수준이라는 게 해외언론들의 의견인 것 같습니다.
2. 일본국민들의 불만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상승은 사실 산업전반과 소비자 물가 전체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교통비나 필수 소비재들이 에너지 가격과 연관성이 너무 높기 때문인데요. 일본정부는 오히려,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것을 좀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엔화환율이 계속 떨어져서 일본여론이 반발한다면, 아마도 정부가 환율을 잡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개입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2022년 일본증시는 미국, 한국증시보다 강하다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낮은 엔화환율은 일본기업들의 실적을 잘 방어했고, 낮은 일본금리 때문에 외국인들이 낮은 엔화로 돈을 빌려서 다른 통화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 (carry trade)도 많아졌기 때문에, 닛케이 지수는 우리나라나 미국 S&P 500, Nasdaq보다 최근 1년 더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엔화환율은 계속 낮은 상태를 유지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지금보다 달러-엔 환율이 더 높아지게 되면, 일본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개입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금 원-엔화환율도 사상 최저치일텐데, 지금 상황에서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예측하는 건 너무 어렵군요. 환율은 너무나 복잡한 경제현상의 결정체이니, 섯부르게 한쪽 방향에 배팅하시는 건 위험할 것 같습니다. 그것보단, 지금같은 엔저를 이용해, 우량한 일본기업을 찾아 조금이라도 투자를 해 보시는 건 어떨까 추천해 봅니다.
모든 내용은 특정 종목이나 투자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위에 모든 내용들은 참고만 해주세요.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과 '구독' 등 다양한 피드백 부탁 드립니다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