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었고, 개인적으론 고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거라 생각했는데요. 최근 몇 가지 지표변화와 다양한 전문가 의견에 따라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높은 기준금리에 대한 부작용과 문제점들이 점점 드러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부동산PF와 가계부채, 일본은 역대급 엔저와 채권금리 상승, 그 외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에서도 고금리로 인한 곡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오늘은 언제쯤 미국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과 관련 시나리오를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언제?
하나의 지표만 봐야 한다면 역레포 시장
미국이 언제쯤 기준금리를 인하할지 예측하기 위해 하나의 지표만 봐야한다면 지금은 역레포(Reverse Repo) 시장을 봐야 합니다. 이 지표를 통해 시장의 유동성을 직관적으로 체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레포(Repo)와 역레포(Reverse Repo) 시장에 대한 이해
복잡한 용어는 빼고 핵심원리만 설명하겠습니다. 레포(Repo)시장은 금융기관(은행, 증권사, 돈 많은 해지펀드 등)이 돈이 부족할 때 연준에서 돈을 빌리는 곳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져.
예를 들어, 일반 은행에 현금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볼게요. 은행은 현금을 조달해서 일반 고객들에게 대출을 해 주고 이자를 받는 장사를 하는데요. 은행에 현금이 부족해지면 어디선가 현금을 조달해야 합니다.
이럴 때 은행에선 환매조건부 채권(RP)라는 걸 발행하고 돈 많은 연준(중앙은행)에서 이걸 매입합니다. 그리고 보통 1~2일 이후에 채권을 다시 은행에게 되파는데요. 이때에 채권에서 약속한 약간의 이자를 함께 받습니다. 은행은 확보한 현금으로 주택대출 같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받으니, RP에 대한 약간의 이자는 지급해도 남는 장사인 거죠.
근데 은행은 돈도 없는데 뭘 담보로 RP를 발행할까요? 은행은 보통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담보로 RP를 발행합니다. 담보가 있어야 돈을 빌려주는 건 당연한 이치니까요. 은행 등의 금융기관에선 다양한 목적으로 국채를 보유하고 있어서 이렇게 활용합니다.
역레포 시장은 반대로 연준이 돈이 없을 때, 금융기관들에게 돈을 빌리는 곳입니다. 개념을 위와 똑같은데 은행과 연준의 위치가 바뀌면 됩니다.
조금 응용해서 생각해 보면, 역레포 시장에 돈이 많으면 시중에 돈이 많은 상황이고, 역레포 시장에 돈이 없으면 시중에 돈이 부족한 상황이 됩니다.
▣ 미국 역레포 시장 현황
연준의 역레포 시장 현황을 볼 수 있는 그래프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코로나로 인해 시장에 돈이 막 풀리는 시점부터 금융기관들은 돈이 넘쳐났는데요. 올해 5월만 해도 역레포 시장 자금규모가 약 2.2조 달러(약 3천조 원)이나 되었습니다만 최근에 급속도로 자금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시중 금융기관에 돈이 마르고 있다는 뜻인데요. 계속되는 고금리에 연준이 양적긴축을 하고 있고, 미국 정부가 막대한 양의 국채도 발행하고 있어서 시중의 돈이 연준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이대로면 빠르면 3~4개월, 늦으면 6개월 정도면 시중 금융기관에 자금이 말라 버립니다.
금융기관에 돈이 마르면 기업들의 자금확보도 어려워지지만, 시중은행의 지급준비금이 기준 이하로 떨어집니다. 은행은 고객들의 예금인출을 대비해 일정 비율로 지금 준비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시중에 돈이 말라서 지급준비금이 기준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해야 할 겁니다.
빌애크먼이 장기 국채 공매도 중단
미국 해지펀드 매니저 빌애크먼은 올해 8월부터 장기국채 금리가 계속 상승할 거라 주장하면서, 장기국채 가격하락에 대해서 배팅을 했었는데요. 어제 빌애크먼이 장기국채 숏배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어제 한때 5%를 넘기면서 역대급으로 상승했으나, 빌 애크먼의 숏배팅 중단소식이 나오면서 4.80%까지 가라앉았습니다. 국채가격이 상승했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기사로 나와있는 숏배팅 중단이유는 크게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와 '높은 인플레이션 및 경기침체' 2가지인데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이스라엘 전쟁 확대우려로 안전자산인 국채수요가 증가할 수 있으며, 현재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와 높은 인플레이션도 국채수요를 증가시킬 거라 예측했구나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몇 가지를 추가적으로 가정할 수 있는데요. 우선, 빌 애크먼이 어떤 이유로든 연준이 금리인하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란 점입니다. 현재 장기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고금리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제를 가지고 있는데, 숏배팅을 중단했단 건 금리인하 시점이 멀지 않았다 판단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빌 애크먼은 인플레이션이 이대로 잡히지 않고 경기침체가 올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직접 언급한 내용이기도 합니다만, 고금리로 인플레이션이 이대로 잡힐 거란 긍정적인 전망보단 인플레이션이 반등하거나 쉽게 낮아지지 않을 거라 예측한 부분은 좀 더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주식시장은 대체로 하락할 듯
▣ 국내 주식시장
금리인하를 예측한다면 주식시장이 반등할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경제도 그렇게 침체되지 않고 인플레이션도 잘 하락한 후에 이루어지는 금리인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 예측되는 금리인하는 오히려 경기침체 및 경제 리스크가 커져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국내 기관들의 상위 20개 매수종목에 코스피와 코스닥 하락에 배팅하는 인버스 상품이 4개나 됩니다. 어쩌면 국내 기관들은 이미 주식시장 하락을 예상하고 이에 대비 중이란 느낌이 드는데요. 이건 기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국내 투자자들의 반대매매(인버스) 규모가 19일 기준 5257억 원으로 통계 집계 이후 최대규모라고 합니다. 아마도 뭔가를 예상한 매매라기보단 최근 주식시장이 하락 중이고, 고금리가 오래간다거나 경기침체가 올 거라는 소문이 많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 미국 주식시장
일단 나스닥과 S&P500 모두 8월부터 하락 추세입니다. 8~10월까지 대략 10~15% 정도가 빠졌는데 급락이 아니라서 어영부영 물린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현재 상황에선 당분간 하락할 가능성이 더 높겠죠.
문제는 '하락의 정도'인데요. 미국이 고금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한다면 서서히 하락하겠지만, 상업용 부동산 문제라거나 기업 파산 등 고금리 피해가 발생한다면 어느 순간 급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단, 위와 같은 이슈와 함께 금리인하 소식이 나오면 급락과 급등을 반동하는 반복하는 하락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론 한국 주식시장 하락 가능성 및 하락정도가 미국보다 클 거라 생각합니다. 한국은 기관과 같은 하락배팅을 하더라도 미국은 좀 더 관망하고 대응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인데요. 개인적인 견해이므로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채권시장은 이제부터 분할매수 시점?
모건스탠리에서 최근 채권투자시점에 대한 견해를 밝힌 보고서가 있는데요. 구체적인 근거를 다 설명하긴 너무 복잡합니다만, 결론적으로 '장기 국채금리가 단기 국채 금리보다 높아지는 시점'에 채권 분할투자를 시작하라는 의견입니다.
파란색 선은 10월 23일 미국 국채금리이며, 붉은색 선은 9월 1일 미국 국채금리입니다. 확실히 단기 국채금리에 비해 장기국채 금리가 크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장기 국채금리가 단기 국채금리 이상으로 상승하거나, 단기 국채금리가 장기 국채금리 아래로 하락하는 시점이 장기 국채투자 시점이라는 의미인데요.
일단 10년물과 3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는 시점에는 장기 국채 ETF 등을 분할매수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현재 국채가격은 확실히 저평가된 상태입니다만, 국채금리가 하락해야 채권투자로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지금 TLTs나 TBF ETF에 물린 분들은 손절보단 지금부터 6개월 정도는 두고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금 등 다른 투자자산에 대한 전망들은 다른 포스트로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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