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환율때문에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경제도 어렵지만 정치적 불안정성도 매우 큽니다. 국내 주식시장은 여기에 달러환율까지 치솟으면서 투자심리는 바닥인 상태입니다. 확실히 경제적 위기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조금 거시적으로 보면 달러환율이 한번 크게 조정되면서 원화가치와 국내 주식시장이 한번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언제까지 나홀로 경제성장을 계속 할 수 없고 경기침체가 시작될 수 있으며, 우리나라는 아직 적극적인 환율방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경제의 근본적 상황개선은 아니겠습니다만, 국내 주식시장에도 투자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 정도로 아래 내용을 한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목차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환율상황 체크
코스피시장 상황
아시는 것처럼 코스피 지수는 2024년 올해 약 10%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동안 미국 S&P500, 일본 닛케이, 홍콩 항셍지수는 약 20% 이상 상승했습니다. 중국 상해지수도 올해 약 15%나 상승했으니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올해 얼마나 상황이 좋지 않았는지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그렇게 최악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분명 내수가 나빠졌습니다만 우리나라 GDP성장률은 올해 약 2.1~2.2%, 수출은 6,850억 달러로 역대 최대규모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계엄, 탄핵과 같은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졌던 12월을 제외하더라도 코스피 수익률은 올해 마이너스 10%대였습니다.
위 이미지는 2024년 국내 주식시장 전체에 대한 섹터 히트맵입니다. 이걸 보시면 확실히 올해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주요 내용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반도체 섹터 경기악화: 특히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반도체 실적이 많이 악화되었습니다.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정도가 선전했습니다만 코스피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주가가 무려 30% 넘게 빠졌습니다. 올해 삼성전자 주식 순매도 규모가 10조가 넘는다고 합니다.
- 자동차, 조선, 금융, 보험섹터 양호: 실제로 수출과 관련된 섹터는 자동차와 조선업인데요. 조선업은 내년에도 경기가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자동차는 중국 BYD의 국내 진출, 미국의 관세강화 등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2차전지도 당연히 좋지 않을 겁니다.
- 내수섹터들은 대부분 부진: 국내 IT산업은 대부분 내수 위주라 내수로 봐야 할 것 같은데 실적이 좋지 못하고, 기초화학이나 에너지, 유틸리티, 물류 등의 섹터는 대부분 안좋았습니다. 내년에도 이 추세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코스피가 예상보다 선전
그렇다고 코스피가 정말 최악이었냐면, 개인적으론 꽤나 선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코스피 지수가 제 생각보단 적게 떨어졌다는 의미인데요.
이렇게 2016년부터 연 단위로 코스피 지수를 보시면 아직 120일 선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코스피 지수는 올해 약 10%하락했는데, 원화-달러환율은 약 14%나 하락했습니다. 외국인들이 연초에 달러를 원화로 바꿔서 코스피에 투자했다면 무려 24~25%의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보유비중은 생각보다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1년 전 코스피 기준 외국인 시가총액 보유비중은 약 32%였는데, 이 수치는 현재도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도 현재 달러-원화 환율이 매우 낮은 수준임을 알고 있어서 추가적인 이탈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적극적인 환율방어를 하지 않고 있음
말씀드린 것처럼 달러-원화 환율은 현재 1,473원으로 역대 최고수준입니다. 이렇게 환율이 치솟았을 때 우리나라가 환율방어를 할 수 있는 수단은 크게 아래 3가지입니다.
- 구두 개입
- 외환보유액 등을 통한 직접 개입
- 국민연금공단을 통한 간접 개입
구두 개입은 당연히 하고 있습니다만, 현재는 그렇게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결국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 등을 팔고 원화를 매입해서 달러환율을 낮추거나, 국민연금공단에서 설정하고 있는 외환 스와프 거래 한도를 늘이는 방식 등으로 환율에 개입할 수 있는데 이건 좀 시행했습니만 그렇게 큰 영향력은 아닙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현황입니다. 최근 1년동안 외환보유액은 4,150억 달러 수준에서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외환보유액을 직접 사용해서 달러환율을 방어한 적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3-4년 전에는 외환보유액이 4,500억 달러를 넘었었고, 현재 4,100억 달러 수준은 절대적으로 많은 수준이 아니라서 사용하는데 조심스럽다는 의견이 있습니다만, 외환보유액을 사용하여 환율을 방어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제 생각에는 약 100억 달러 정도만 사용해도 환율은 어느 정도 안정될 수 있습니다.
왜 환율방어를 하지 않는걸까?
이건 가정과 해석의 영역입니다만 결과적으론 한마디로 경기침체를 막고 경제와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몇 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을 사용해서 환율을 방어한다는 것은 달러자산인 외화채권 등을 팔고 원화를 매수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이 보유한 지급준비금이 감소하는 효과로 원화통화량이 줄어들면서 본원통화가 줄어듭니다. 본원통화가 줄어들면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여 가계나 기업들이 대출받기 어려워져 경기가 침체됩니다.
- 가장 두려운 것은 부동산 경기위축과 가격하락입니다. 정권 지지율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집권세력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할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는 정치와 부동산에 매몰된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 반도체 위주의 수출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내 내수경기도 역대급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 앞으로 한국은행은 적극적인 금리인하로 경기부양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환율방어를 위해 지급준비금을 줄여 유동성을 위축시키면 경기침체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수입물가가 상승하면서 내수가 더욱 침체되고 경제가 악화되는 것은 같은 결과입니다만, 정부는 단기적인 경기부양 혹은 눈속임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고환율을 묵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나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과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계엄과 탄핵이라는 정치적 불안정성까지 더해지면서 환율이 1,450원을 뚫었습니다. 경제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는 것은 다들 아시는 부분일텐데요. 이런 정치적 불안정성만 해결되어도 환율이 어느 정도 안정화될 수 있겠습니다만, 단기적으로는 쉽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강달러 현상의 외부 요인
지독한 달러 강세의 시대
달러환율이 치솟은 것은 위에서 정리했던 여러가지 국내 내부적인 문제들도 있습니다만, 미국 경제 관점에서도 여러가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아래 표시한 달러 인덱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글로벌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코로나 시기 이후 최근 5년 내에 최고치로 상승했습니다. 이건 현재 전 세계에서 미국경제만 호황인 상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미국의 고금리와 리쇼어링 정책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 2000년대 초반 중국이 WTO를 가입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화두는 '세계화'였습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와 제로금리 정책으로 국내외에 달러를 풀었고, 중국과 인도는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경제가 급성장했습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수출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감소했습니다.
- 코로나 이전까지 미국경제와 글로벌 경제가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미국의 경제정책이나 주식시장 변화가 우리나라나 중국과 같은 국가에 거의 실시간으로 싱크되었고 미국보다 더 큰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 코로나 이후 미국은 베이징 폐쇄와 같은 공급망 이슈를 겪으며, 자국 중심의 공급망 다변화와 탈세계화, 자국으로 공장과 투자를 되돌리는 리쇼어링 정책을 펼쳤습니다. 더불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펼치면서 장기 국채 금리가 치솟았고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미국은 거의 전 세계에서 독보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 경제성장과 실업률이 안정화된 미국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인플레이션입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재반등을 가장 경계하면서 기준금리 인하속도를 늦추고 있습니다.
2024년 미국이 총 1%의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약 4%까지 하락했다가 현재 4.8%까지 상승했습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늦더라도 국채금리들이 하락하는 것이 정상인데, 시장에서는 향후 기준금리 인하속도가 늦춰지고 부채가 많은 정부가 2025년 많은 장기채를 발행해야 한다고 예상해서 오히려 국채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죠.
이에 반해 우리나라 30년물 국채금리는 상반기 3.5%에서 현재 2.8%까지 하락했습니다. 상식적으로 4.8% 이자를 지급하는 미국 국채와 2.8%를 주는 한국 국채 중에서 어떤 걸 살지는 너무 뻔한 결과인데요. 이러니 주식시장보다 최소 5~10배까지 규모가 큰 국채시장에서도 미국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흘러가는 상황입니다. 모든 것의 결과는 강 달러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나라 수출규모도 향후 감소할 듯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우리나라는 국내보다 중국이나 미국 등 해외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소법이나 반도체 지원법 등을 미끼로 우리나라의 미국 현지투자규모가 연간 300억 달러를 넘는 규모로 성장했는데요.
과거 중국투자는 낮은 인건비를 목적으로 한 투자라 최신기술보단 노동집약적 산업 위주로 투자가 이루어졌습니다만, 미국투자는 중국투자와 결이 많이 다릅니다. 미국에 대한 투자는 우리가 보유한 가장 경쟁력 높은 최신기술과 산업 위주이고, 미국의 인건비는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비쌉니다.
이제는 미국 현지에서 투자하고 생산해서 달러를 벌어도, 굳이 국내로 가져오지 않고 현지에서 인건비로 사용하거나 현지 투자로 재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현상이 더 가속화되면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는 점점 더 줄어들어 달러환율이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달러약세를 대비해야 하는 이유
강달러 현상이 계속 지속될 수 없음
현재 강달러 현상을 지속하는 큰 힘은 미국의 강력한 경제성장과 낮은 실업률, 그리고 높은 장기채 금리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높은 장기채 금리와 경제성장은 장기적으로 공존할 수 없습니다. 장기채 금리가 높게 유지될수록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데 큰 압박을 받아 유동성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연준의 높은 기준금리 유지 기조와 장기채 금리 고공행진은 경제성장에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합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2가지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제침체를 피할 순 없습니다. 언젠가는 달러가 약세로 전환되는 시점이 발생할 겁니다.
2025년 트럼프가 취임한 이후, 단기적으로 강달러 현상이 더욱 커질거라 전망하는데요. 그건 트럼프의 아래 주요 3가지 정책 때문입니다.
- 세금 개혁: 2017년 트럼프 1기가 집행했던 세금 감면 및 일자리 법(TCJA)의 연장 및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
- 관세 정책: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20%, 중국 상품에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입니다. 또한 트럼프는 WTO에서 지정되어 있는 중국의 최혜국 무역 지위를 종식시킬 것으로 예상합니다.
- 이민 및 국경 통제: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 및 이민자의 모기지 취득 금지를 포함하여 엄격한 이민 통제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관세 정책입니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수입국이라 관세가 올라가면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과 같은 수출중심국은 기준금리를 낮춰서 통화가치를 떨어뜨려서라도 수출규모가 줄어드는 것을 완화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결국 달러가치가 더 상승하는 상황이 발생할 텐데요.
모든 경제정책에는 동전의 앞뒤처럼 의도하지 않은 효과도 발생합니다. 미국은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높히지만, 결과적으론 기업들이 중간재를 수입하는 비용이 커져서 미국 제조업 경기가 역으로 침체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피하기 위해선 강달러를 계속 유지할 순 없습니다.
더불어 강력한 이민 통제 정책은 그동안 높은 금리에도 내수를 유지해왔던 강력한 소비주체를 중장기적으로 줄여 내수경기가 침체되는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부분도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입니다.
1차 시점은 트럼프 취임 전후
2025년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까진 실제로 트럼프가 어떤 정책을 실제로 집행할지 몰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취임을 하고 실제로 집행하려는 정책들이 구체화될수록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예상효과와 부작용을 정확히 예측하면서 달러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탄핵 정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2025년 1월 중에는 상당 부분 많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나오는 시점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주식시장에 필요한 불확실성의 제거는 1월 중순이면 많은 부분이 해소될거라 생각하는데요. 이러면 달러환율이 많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4년 12월에만 코스피 지수는 5% 정도 하락했는데, 달러환율이 안정화되면 그동안의 과도한 매도세가 멈추고 단기적으로 주가상승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그리고 또다른 변수들이 없다는 가정들을 포함한거라 절대 정확하지 않습니다.
다른 관점에서는 달러환율이 하락세로 반전되는 시점에는 코스피가 상승하고,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달러 위주로 투자비중이 높은 상황이라면, 국내 코스피나 엔화환율 상승, 미국 장기채 투자 등으로 달러가치 하락을 헷지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투자는 결국 본인의 판단과 책임이라는 점은 꼭 명심하시고, 하나의 의견 정도로 참고 부탁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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