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환율이 1,300원을 다시 돌파했습니다. 산유국들의 원유감산으로 인한 유가 급증 우려로 달러가 강세로 변했기 때문인데요. 이번 유가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러가 계속 강세를 띌 수 없는 몇 가지 요인들도 존재합니다. 유가와 관련된 국제정세를 알아두는 것은 향후 달러환율 및 경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관련 이슈와 정보들을 정리했으니 참고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목차
OPEC+의 깜짝 감산 발표
▣ 얼마나 줄이는 걸까?
4월 2일 사우디 아라비아와 기타 OPEC+ 산유국들은 일일 생산량 기준으로 약 116만 배럴의 추가 감산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실제 감산은 당장 진행되는 것은 아니며, 5월부터 적용될 예정인데요. 이것이 감산량의 전체규모가 아닙니다.
러시아도 5월부터 5% 수준의 감산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러시아는 하루에 약 1천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었으니, 이것도 약 50만 배럴의 수준인데요. 2022년 10월에 OPEC+는 미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200만 배럴의 감산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모두 다 하면 하루 기준 약 366만 배럴이 추가 감산되며, 이것은 전 세계 수요의 약 3.7%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감산 규모는 역시 사우디 아라비아가 가장 큽니다. 그 외에도 이라크, UAE, 쿠웨이트와 같은 중동국가들이 모두 감산에 동참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유가는 얼마나 올랐나?
이번 달에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등 은행이슈가 터지면서 경기침체를 우려하면서 국제 유가가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었으며, 경기침체로 인해 원유 수요가 그만큼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유가가 하락한 것인데요. 현재 유가와 주가는 반대로 움직이는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해당 시기에 나스닥과 항공주 및 기술주들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OPEC+의 감산발표 이후, 국제유가는 최근 1년 내에 가장 큰 6.3% 급등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가 연말까지 배럴 당 1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현재와 같이 유가와 주가가 반대로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주가지수가 하락할 수 있는 요인이 발생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달러환율도 계속 오를까?
▣ 사우디와 미국 관계가 틀어지는 중: (1) 비축유 방출과 석유구입 축소
현재 전 세계 석유 판매의 약 80%가 달러로 이루어집니다. 이것은 미국 닐슨 정권이 1974년 사우디 왕국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면서 시작된 달러 패권입니다. 석유가 달러로 거래되는 것은 달러의 기축통화 및 미국경제에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반면, 현재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입니다. 미국은 코로나 시기 이후 높아진 물가를 잡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역대급으로 인상하고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면서 시중의 돈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가는 인플레이션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원자재 중 하나입니다.
그래프는 미국이 보유한 비축유의 현황입니다. 미국은 보통 6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비상시를 위해 비축하는데요. 원유가격이 하락하고 생산량이 많아지면 미국은 남는 원유를 사들여 비축하면서 원유가격 하락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 줍니다. 원유 수출이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 국가에겐 매우 중요한 일이죠.
그런데, 2022년부터 미국이 비축유를 방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고 유가가 급등하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미국은 작년에만 약 1억 8천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했고, 올해에도 2천 600만 배럴을 추가 방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우디를 비롯한 OPEC+ 국가들이 이를 좋아할 리 없습니다. 원유 가격의 하락은 국가 재정과 바로 직결되는 것이며, 거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OPEC+ 국가들에게 계속 원유 채굴량을 지속적으로 늘여 달라고 요구까지 했었으니까요.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 요청을 깔끔하게 거절했습니다.
▣ 사우디와 미국 관계가 틀어지는 중: (2) 예멘과 이란 문제
OPEC+와 미국 사이의 갈등요인은 더 있습니다. 바로 사우디의 예멘분쟁 개입과 관련된 부분인데요.
사우디는 여러가지 목적으로 예멘 내전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와 예멘의 관계가 이미 여러 가지 문제로 좋지 않았는데, 이란과 손잡은 후티 반군을 뭉개버리기 위해 미국과 터키의 묵인 하에 반군들을 두들겨 패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는 예멘 내전에 대한 미국의 무기 등 군사력 지원 부족으로 사우디와 관계가 점점 틀어지고 있습니다.
거기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미국이 이란과 협상을 시도하려는 등의 문제로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는 계속 나빠지고 있으며, 사우디는 점점 미국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 변화하는 석유패권: 중국, 인도의 등장
사우디 아라비아는 최근 중국에 대한 석유 판매 일부를 위안화로 거래하는 것에 대해서 중국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석유 위안화 거래 문제는 6년 동안 중단되었다가 최근 사우디가 미국 안보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되면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사우디 아라비아가 수출하는 석유의 25% 이상을 구입합니다. 만약 석유를 위안화로 거래하게 되면, 달러의 가치는 낮아지고 위안화 가치가 급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은 이를 위해서 사우디 아라비아에 오랫동안 공을 들였습니다. 자체 탄도 미사일 개발을 지원했고, 핵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협의했으며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네옴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거대하고 폭이 좁은 유리로 된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프로젝트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프로젝트에 많은 업체가 참여하기 위해 계약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석유결제에 대한 달러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는 중국뿐만이 아닙니다. 인도는 미국의 제재를 피해 루블화로 러시아산 원유를 거래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포함된 G7과 유럽연합(EU), 호주 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면서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인도는 자국경제 활성화 목적으로 러시아와의 원유 거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라, 이것도 석유에 대한 달러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달러환율, 앞으로 어떻게 될까?
▣ 미국의 문제는 미국이 풀 듯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미국은 원유 감산문제를 그냥 두고 보진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하락추세가 시작된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게 된다면 경제적으로 너무 큰 피해가 예상되며, 석유에 대한 달러 패권도 이렇게 포기할 순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 위안화 결제 부분은 미국이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사우디와 적정 선에서 타협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게 타협이 될지 위협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 우리나라는 풀어야 할 문제가 더 많음
달러환율은 1,300원 선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유가 때문이라고 하지만, 계속 증가하는 무역적자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채권 수익률 상승 등 우리나라에서 외화가 빠져나갈 요인들은 다양하게 많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달러환율이 1,300원 이하로 떨어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1,300원이 계속 유지되는 것을 맞췄다는 것이 아니라, 저 같은 얼치기도 어쩌다 맞출 만큼 환율은 예상이 어렵다는 점을 더 유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무리
달러환율은 개인적으로 당분간 1,300 ~ 1,350원 선에서 계속 횡보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무역적자도 환율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지만, 부동산 PF로 인한 금융권 이슈가 다시 나올 수 있다는 문제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2분기 내에는 이런 위험요소들이 안정화되었으면 좋겠지만,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합니다.
요즘처럼 여러가지 위험 요소들이 수면 근처에 있는 상황에서는 자산 중 일부를 달러로 보유하는 것도 헷지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달러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진다면 조금씩 달러를 보유하는 전략도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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