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리콘밸리 은행파산으로 대표되는 은행 리스크는 과거 금융위기와 같은 은행 연쇄파산으론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과거 금융위기처럼 은행이 부실채권이나 레버리지 투자비율이 높은 상태는 아니고, 금융위기 이후 은행구조가 많이 개선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실리콘밸리 은행파산이 일어난 근본적인 원인인 '금리인상'은 결국 경제시스템의 약한 고리를 공격해 들어올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약한 고리가 '상업용 부동산 부채'가 될 것이라는 징조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관련 핵심내용만 정리했습니다.
목차
금리인상과 함께 발생하는 상업용 부동산 문제들
▣ 이슈의 시작: 기준금리 인상과 장단기 금리역전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상업용 부동산 부채의 문제도 연준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연준은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2021~현재까지 유례없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장단기 금리차가 크게 역전되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미국 6개월물 국채 수익률은 5%에 육박하는 반면,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5%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장단기 금리차는 오래전부터 역전되어 아직 정상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은행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은 금리인상에 취약합니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낮은 단기예금금리로 자본을 모아 높은장기금리로 대출을 해서 돈을 법니다. 부동산도 비슷한데요. 상업용 부동산은 낮은 단기금리 또는 변동금리 기반의 모기지 채권과 같은 형태로 돈을 빌려서 건물이나 사무실과 같은 부동산 자산을 매입하고 임차인에게는 장기로 부동산을 임대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돈을 법니다.
데이터 분석기관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은행이나 시그니처 은행과 같은 상대적으로 소규모 은행(자산규모가 2,500억 달러 미만인 은행들을 지칭)들은 임대 아파트 모기지 대출이나 채권을 포함하여 2조 3,000억 달러의 상업용 부동산 부채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금액은 미국 전체 상업용 모기지 부채의 약 80%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시그니처 은행은 뉴욕 상업용 부동산의 12% 시장 점유율을 가진 최고 대출기관 중 하나였습니다.)
▣ 상업용 부동산 수익률 악화와 부동산 가격하락
최근 금리가 급상승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수익률이 크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변동금리 모기지는 기존보다 훨씬 많은 월 대출 상환액을 지불하게 하면서 상업용 부동산의 현금흐름을 악화시킵니다. 고정금리 모기지를 가지고 있다 해도 재융자 시점에는 훨씬 높은 금리가 적용되게 되니 수익성이 떨어집니다.
모기지 금리가 올랐으니,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들은 아래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 임차인에게 더 높은 임대료를 요구: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차 계약은 장기계약하는 경우가 많아 높은 금리를 바로 반영하기 쉽지 않습니다. 만약 임대차계약을 갱신한다면 더 높은 월세를 요구해야 하나 경기침체로 월세를 높이기 쉽지 않거나, 공실률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 더 싼 가격으로 부동산을 매입: 모기지 금리가 올랐으니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선 부동산 매입가격을 낮춰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하락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번 금리인상은 상업용 부동산 중에서도 특히 사무실 건물에 타격을 입혔습니다. 펜데믹 시대 이후에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사무실 건물임대 수요가 줄고 사무실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아래 2가지 데이터를 참고로 보시기 바랍니다.
사무실 공실률은 현재 17%까지 상승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그리고 기술발전으로 사무실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점점 올라가는 임대료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부동산 리서치 회사인 그린스트리트가 집계하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작년 3월 고점 대비 15% 하락했습니다. 특히 사무실은 이 기간 동안 25% 하락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고 이해하셔도 되겠습니다.
벌써 시작되고 있는 모기지 채무 불이행
▣ PIMCO와 Brookfield 채무 불이행 사례
약 2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PIMCO의 Columbia Property trust는 올해 2월 말에 약 17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에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습니다. 거래 당시 변동금리는 ~3% 수준에서 현재 ~6%로 2배 상승했다고 합니다.
또한 Brookfield Asset Management는 같은 2월에 LA에 있는 52층짜리 2개 건물에 대한 7억 5,000만 달러 이상의 모기지 부채에 대해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2023년 약 2,700억 달러의 상업용 모기지 만기가 예정되어 있으며, 이런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산규모 2,500억 달러 미만의 은행이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 CMBS 연체율 증가
Trepp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CMBS(상업용 모기지 담보 증권) 연체율은 2023년 2월에 18bp 상승한 3.12%를 기록했는데요. 이 수치는 코로나로 인해 연체율이 급증한 2020년 6월 이후 2번째로 큰 증가라고 합니다.
이미지에서 하늘색 선을 보시면 되는데요. 1년 전 연체율이 더 높았다고 보실 수 있습니다만, 1년 전에는 연체율이 하락하는 추세였고 이후 상승시기에도 상승률이 2월만큼 컸던 시점은 없었다고 합니다.
시장은 이미 알고 있을까?
LA지역 중심 사무실 REIT를 주로 운영하는 Douglas Emmett 주가(파란색)는 올해 약 24% 하락했습니다. REIT에도 부동산 타입 별로 집중하는 회사들이 조금씩 다른데요. 헬스케어 REIT 전문의 오메가 헬스케어(하늘색)와 통신타워 REIT 전문 Crown Castle(주황색)과 같은 회사들은 약 8%로 같은 REIT라고 해도 상대적으로 주가 하락폭이 낮습니다.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Iron Mountain 같은 REIT회사는 1% 상승으로 확실히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마무리
실제로 부동산 모기지 문제로 인해 은행파산이 다시 시작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여러 가지 자료들이 있습니다만, 아직 시작단계로 보이며 과거만큼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의견들도 많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에 매우 약한 연결고리가 있으며, 이 부분이 끊어지면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은행파산 등의 폭풍이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면 연준은 기존 실리콘밸리 은행처럼 땜빵하는 수준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양적긴축을 멈추고 금리를 내리고 시장에 돈을 살포해야 할 겁니다. (이런 사태가 정말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연준이 돈을 뿌리고 금리를 내린다고 하는 시점엔 주식을 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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