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Price to Earnings Ratio 또는 P/E Ratio)는 주당 순이익(EPS) 대비 현재 주가를 측정하는 것으로, 주식 투자자분들이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상대가치평가 지표입니다. '주가 수익비율', '가격 배수' 또는 '수익 배수'로 부르기도 합니다.
이 용어는 각종 뉴스와 주식 관련 얘기에 단골손님처럼 빠지지 않고 사용됩니다만, 생각보다 이 지표를 정확히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아래에서 PER의 정확한 정의와 쉽게 실수할 수 있는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PER은 기업가치가 아닌 주주가치를 다루는 지표
잘 아시는 것처럼, PER은 현재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입니다. 이 값은 비율이기 때문에, '주식 당'이라는 조건을 없애면, 시가총액을 순이익(Net Profit)으로 나눈 값이기도 합니다.
얼핏 생각하면 기업가치(가격)이 시가총액과 동일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기업가치는 Enterprise Value(EV)라고 부르며 아래와 같이 계산합니다.
기업가치(Enterprise Value) = 시가총액 + 기업 보유 현금 - 기업부채 = 시가총액 - 순부채
즉, 시가총액에는 기업이 보유한 현금과 부채가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분모에 있는 순이익도 총매출에서 영업비용과 대출이자, 세금 등 모든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며, 기업의 순수 영업활동의 결과입니다. 결과적으로 주주가치를 표현하는 수치들로 계산된 PER은 기업 자체가치가 아닌, 기업의 시장가치만을 계산하는 지표입니다.
주주 입장에선 기업의 시장가치만 알면 되지 않겠냐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잘 체크하려면 시장가치 외에도 기업가치와 연관된 현금과 부채 상황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어도, PER이 정확히 기업의 어떤 가치를 다루며, 어떤 부분을 생략하는지 알 수 있으니 정확한 활용에 도움이 됩니다.
PER을 뽑는 곳마다 수치가 다르다?
PER을 계산하는 주당 가격은 여러 사람들에게 이견이 없는 명확한 값입니다만, 분모에 있는 EPS는 생각보다 모호한 값입니다. EPS는 아래 2가지 형태로 값이 제공됩니다.
- TTM EPS: TTM은 "trailing 12 months"의 약자입니다. 풀어 쓰면 "과거 12개월 동안의 주당 순이익"입니다.
- FWD EPS: FWD는 잘 아시는 것처럼 forward, 즉 미래의 예상 주당 순이익을 의미합니다. 어느 시점에 미래인지는 별도 표기가 없다면, 일반적으로 내년도 수치를 말합니다.
EPS가 2가지 값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PER도 2가지 값을 모두 계산합니다. 그런데, 유명한 주식 관련 사이트에서 계산되어 있는 PER 값이 사이트마다 각각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는 테슬라에 대한 PER값을 사이트 별로 정리했습니다.
- 야후 파이낸스: (TTM) 66.49 / (FWD) 39.53
- 구글 파이낸스: (TTM) 63.91 / (FWD) 없음
- CNBC: (TTM) 63.92 / (FWD) 42.29
- SeekingAlpha: (TTM) 66.37 / (FWD) 58.55
- investing.com: (TTM) 58.56 / (FWD) 없음
1. TTM PER 값이 다른 이유
결론적으로 사용한 EPS값이 사이트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TTM EPS의 정의가 과거 12개월 동안의 주당 순이익입니다만, 사이트에 따라 특정 분기 EPS를 사용한 경우도 있을 수 있고, GAAP EPS를 사용했는지, Non-GAAP EPS를 사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TTM PER값은 사이트 별 차이가 크진 않습니다. 다른 EPS를 사용했을 순 있지만, 그래도 회사가 보고한 수익 데이터를 사용했다고 가정한다면 가장 객관적인 PER 값입니다. 더구나 Fwd PER 값은 어떤 형태로든 미래에 대한 가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 값을 신뢰하지 않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결정적인 한계는 TTM PER은 기업의 과거 실적 데이터로 계산된 값이기 때문에, 과거의 실적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TTM PER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회사의 미래가치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2. Fwd PER 값이 다른 이유
Fwd PER은 미래 수익에 대한 가정으로 계산됩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Fwd PER은 해당 기업에서 발표하는 다음 분기, 혹은 내년도 예상 매출과 수익을 기반으로 계산한 값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TTM PER이 과거실적 기반이었다면, Fwd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므로 주식투자를 결정할 때에는 Fwd를 좀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일부 의견이 있습니다.
다만, 이 지표는 회사가 의도적으로 미래 수익을 일부러 높게 혹은 낮게 잡아서 왜곡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가 공략한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익 추정치를 낮추거나 올릴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또한, 회사 외부 전문가들이 예상 PER을 별도로 제공하기도 하므로, 이 값은 데이터를 확인하는 경로 별로 차이가 클 수 있습니다.
PER은 상대평가 지표
PER은 주식이 고평가, 혹은 저평가 되었는지 평가하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석 지표입니다만, 이 수치 자체로는 아무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없습니다. PER은 아래와 같은 최소 3가지 방법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 그룹의 PER과 비교
- 해당 기업의 경쟁사와의 PER 비교
- 해당 기업의 과거 PER 변화추세와 현재 및 미래 PER을 비교
3가지 방법 외에도 해당 기업이 속한 시장 지수 (ex: 다우, 나스닥 등)에 속한 기업들의 PER과 비교하는 등 여러 가지 비교방법이 있습니다. 어떤 방법도 정답은 없으며, 여러 가지 경로로 PER을 비교해서 본인의 기준으로 정확한 가치를 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었던 테슬라의 경우, PER 값은 아래와 같이 비교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기업이 속한 산업 그룹(sector)와 비교
Seeking Alpha 사이트에서 확인되는 테슬라의 Sector는 'Consumer Discretionary(임의소비재)'이며, 해당 섹터의 TTM P/E median값은 12.35, Fwd P/E median 값은 13.98입니다. 테슬라는 해당 섹터의 P/E median값보다 대략 3~4배 이상 큰 값을 가지고 있으므로, 단순 분석으론 해당 섹터 내 기업에 비해 고평가 되어 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테슬라를 '임의소비재' 섹터로 분류하는 것은 정확할까요? 해당 섹터에 속한 기업들을 시가총액 기준으로 정렬해보면, 상위 10개 기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섹터 내에는 토요다와 같은 자동차 기업도 있습니다만,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도 보이고, 나이키와 같은 생활소비재 성격 업체도 보이며, 홈데포 및 맥도널드와 같은 생뚱맞은 기업들도 보입니다.
테슬라를 단순 자동차 업체가 아니라, 자동차 플랫폼 기반의 IT기업이라고 본다면,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혹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업체와도 비교하는 것은 가능합니다만, 홈데포나 맥도널드와 같은 기업과 비교하는 것은 뭔가 어색해 보입니다.
2. 경쟁 기업과의 비교
역시, 같은 사이트인 Seeking Alpha에서 정의한 테슬라의 경쟁 기업 (토요다, 벤츠, GM, 포드, BMW)와 PER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TTM P/E 기준으로 테슬라는 다른 기업 대비 약 6~10배가 높고, Fwd P/E 기준으로도 6~10배가 높게 나오고 있네요. 즉, 경쟁사 대비로도 고 평가되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1번과 마찬가지로 테슬라의 경쟁기업을 자동차 업체로 한정하는 것은 정확한 비교대상 설정인가요? 여기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여러분들 각각의 개인 판단이 들어가는 부분이 되겠습니다.
3. 기업의 과거 PER과 비교
테슬라는 2020년 중순부터 순이익을 발생시켰으므로, 그 이전의 PER은 의미가 없습니다. PER이 양수 값을 보인 이후부터 현재까지 테슬라의 PER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지금이 가장 저점입니다.
과거 PER변화를 기준으로 테슬라는 현재가 가장 저평가되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번과 2번을 고려한다면 테슬라가 3번 기준만으로 저평가 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정리
PER은 주식 가격을 주당 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현재 주식 가격이 회사의 연간 수익의 몇 배인지를 알 수 있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PER이 15(혹은 15배)라는 것은, 현재 회사의 순이익으로 시가총액을 만드는 데 15년이 걸리는 뜻이고, 여러분들이 현재 주가 기준으로 회사에 투자했다면, 15년 뒤에 초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PER은 기업가치가 아닌, 영업활동에 따른 주주가치만 알려주는 지표로, 지표 자체로는 아무 의미를 분석할 수 없는 상대 지표입니다. PER을 의미 있게 사용하려면, 해당 기업이 속한 섹터, 경쟁사, 해당 기업의 과거 PER변화 등과 비교해서 해석해야 합니다.
더불어 PER은 과거 12개월 동안 실적을 기반으로 한 TTM PER와 미래 예측을 반영한 Fwd PER이 있습니다. 어느 한쪽 수치만 봐선 안 되며, 2가지 모두를 확인해야 PER을 좀 더 정확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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