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를 포함한 미국 통신사 주식이 폭락했습니다. AT&T 주가는 30년 만에 최저가로 떨어졌고, 최근 5년동안 주가는 약 40% 감소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 첫번째는 2023년 4월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잉여현금흐름의 대폭 감소한 것이었고
- 두번째는 6월 말 발표한 신규고객 30만 명이 예측치인 47.6만 명보다 훨씬 적은 수치였다는 점이며 (신규가입자 감소)
- 세번째는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취재한 내용으로, 2천 개 이상 지역에서 통신사들의 오래된 납 케이블이 토양 및 수질오염을 일으킨다는 보도입니다.
- 위와 같은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JP모건 및 씨티은행에서 오늘 AT&T 투자등급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회사의 주가가 폭락했습니다만, 이를 매수기회로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 주가하락으로 배당률이 8%에 육박하고 배당성향은 30~40%로 아직 배당지급에 대한 여유가 있는 편이며
- 2023년 160억 달러 잉여현금흐름 목표를 달성 또는 초과할 수 있는 상황
- 그리고 아직 납 케이블 관련 원인조사 및 조치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
AT&T 최근 실적 및 이슈들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향후 주가 및 배당금, 매수대응여부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AT&T는 어떤 회사인가?
미국 2번째 유무선 통신업체
AT&T는 미국에서 2번째로 큰 유무선 통신업체입니다. 현재 미국 통신사 점유율 1위는 버라이즌으로 2023년 3월 기준 30.2%이며, AT&T는 22.1%, T모바일은 18.7%로 AT&T를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한때 AT&T는 시장점유율 1위 업체였습니다만, 최근 몇 년동안 점유율이 많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선불 무선 요금제 인기와 MVNO의 성장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습니다만, AT&T가 통신 외에 미디어 사업에 신경쓰는 동안 점유율이 하락한 측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가총액 1036.6억 달러, 배당율 약 8%
현재 시가총액은 1,036.6억 달러로 한화론 약 130조 원에 달합니다. SKT시가총액이 약 10조니까, 13배가 넘는 규모인데요. 2019년 말의 AT&T 시가총액은 약 2,900억 달러로 현재의 3배였으니, 현재 주가가 얼마나 빠졌는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회사는 2021년까지 수십년 동안 배당금을 꾸준히 증가시켰으며, 배당률도 7~8%에 달하는 엄청난 고 배당주(분기 배당)였습니다. 때문에 배당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종목 중 하나였는데요. 2022년 자회사인 타임워너를 분사 및 디스커버리와 합병시키는 과정에서 AT&T 배당금을 대폭 삭감했습니다. (이때 주가도 많이 빠졌습니다.)
여러가지 사업 다각화를 시도, 결과는 글쎄...
AT&T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회사들을 인수합병했습니다. 주로 미디어 쪽 회사였는데요. 위성TV서비스업체인 다이렉TV를 시작으로 타임워너 등 다양한 미디어 업체를 인수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 사업분야에선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았고, 최근 회사는 미디어 사업부문을 차례로 분사하거나 자회사로 분리하고 있습니다. 이제 회사에 남은 사업은 핵심 통신사업으로 아래 3가지입니다.
- 모빌리티: 미국 전역의 무선 서비스 및 장비를 제공
- 비즈니스 와이어라인: 기업고객 대상 고급 이더넷 기반 광섬유 서비스, IP전화 및 관리서비스 제공
- 소비자 와이어라인: 일부 지역 주거용 고객들에게 광케이블을 포함한 광대역 서비스 제공
회사매출의 90%가 모빌리티에서 발생합니다. 때문에 회사의 주가는 신규고객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기존고객이 얼마나 적게 이탈하는지에 따라 가장 많이 움직입니다.
AT&T의 재무구조
2020년부터 매출 하락 시작
회사가 다양한 미디어 업체를 인수하던 시기에는 총 매출이 인수합병 영향으로 증가했으나, 2020년부터 미디어 사업부를 분사 및 매각하면서 총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다행히 본업인 유무선 서비스 쪽은 큰 매출 감소가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2022년 총 매출이 약 1,200억 달러(한화로 151조 원)로 현재 시가총액보다 많습니다. 어마어마한 매출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20년과 2022년에 순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이유는 위에 정리되어 있던 다이렉TV 분사 관련사항이 재무재표에 반영된 부분이 가장 컸고, 2020년부터 퇴사자 증가로 연금 부채가 증가한 영향이 있습니다.
TTM 기준 영업마진은 약 24%로 과거 5년 평균보다 높습니다만, 순이익률은 아직 마이너스입니다. 이건 다이렉TV 분사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2023년 순이익은 플러스 전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체적으로 마진율이 개선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가장 중요한 배당금과 잉여현금흐름
AT&T와 같은 배당주를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잉여현금흐름입니다. 주가변동이 적고 배당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종목에서 배당이 줄지 않고 이루어질만큼 현금흐름이 충분한지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요.
잉여현금흐름이란 투자와 연구 개발 등 일상적인 기업활동을 제외하고 기업이 쓸 수 있는 돈으로, 배당금 및 기업의 인수합병, 자사주 매입 용도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 돈입니다.
AT&T는 TTM 기준으로 135.8억 달러의 잉여현금흐름을 가지고 있으며, 잉여현금흐름은 연간 기준으론 지속적으로 증가했습니다. 1분기 잉여현금흐름이 다소 감소했으나, 회사에선 일시적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어 아직 문제가 커 보이진 않습니다.
135.8억 달러 기준으로 기업의 순이익 중 배당금을 지급하는 비율을 알려주는 배당성향(Payout Ratio)는 약 59%입니다. 아직 여유가 남은 상태라 아직 배당금이 감소하거나 배당을 못하게 되는 상황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납케이블 문제가 뭔가요?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보도
얼마 전 7월 9일, 월스트리트 저널에선 130개 헤저 케이블 설치장소에서 채취한 샘플 중, 40개 이상의 장소에서 납이 EPA기준치의 14.5배 이상 높게 측정되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 이후, 통신사들의 주가가 급락했는데요.
그냥 단순한 케이블을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위 사진과 같이 통신사들이 사용하는 납케이블은 크기와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일단, AT&T는 기사내용이 회사의 조사내용과 다르다는 취지로 성명을 내놨는데요.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닙니다. 일단 검출된 납 성분이 케이블에서 발생한 것인지, 그리고 인체에 어느 정도 해가 되는지 등 과학적 검증과정에 수많은 시간을 써야 하고, 이후 조치방법과 관련 소송까지 해결되려면 수 년이 걸릴 문제라 생각합니다. (주가에도 최소 몇 달동안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가 나온 이후 씨티은행에서 AT&T와 버라이즌의 투자등급을 모두 낮췄습니다. 이 조치도 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인데요. 한 리서치 회사의 내용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납 케이블을 모두 제거하는데 약 59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현재 실시간 진행형이며, 앞으로 더 많은 기사들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추후 업데이트되는 내용이 있으면 포스트 내용을 좀 더 업데이트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AT&T 투자에 대한 생각
위기는 기회일까?
회사 주가는 최근 5년 간 약 42% 하락했습니다. 이 중 2023년에만 약 28% 주가가 하락한 상태이며, 현재 주가는 회사의 1993년도 주가와 동일한 수준입니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배당률이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2022년에 배당금을 삭감했던 시기에 배당률이 크게 떨어졌지만, 현재 주가 기준으로 배당률은 다시 8%대로 올라간 상태라 배당투자로서의 매력점은 발생한 상황인데요.
투자여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만, 개인적으론 배당을 노리는 투자라면 진입점이 될 수 있겠단 생각입니다. 관련된 저의 생각은 아래와 같습니다.
- 납 케이블 문제가 매우 심각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피해규모와 복구방법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실제 결과에 따라 복구금액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 납 케이블 복구는 AT&T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사 연합으로 대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각 회사에서 분담해야 하는 금액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 가장 큰 복병은 소송입니다. 납 케이블로 인해 건강을 해쳤거나 어린이 교육환경 등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으로 대규모 소송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일단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게 쉽지 않고, 집단소송이 아니면 소송 자체가 산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어 피해가 분산될 수 있습니다.
- 회사의 잉여현금흐름이 아직 좋은 상황입니다. 당장 8%대의 배당금을 얻고, 주가가 현재에서 10%이상 하락하지 않을거라 생각하면 장기적으론 주가상승분까지 얻어볼 수 있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이게 특정 통신사 하나의 문제가 아니란 점도 있습니다. 통신서비스는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생활필수품이라, 이번 일로 불매운동이나 통신사들의 매출이 크게 감소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그래도 주식은 알 수 없음
이번 일이 얼마나 커지고 어떻게 수습될지 알 수 없으므로, 아직 불확실성은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섯부르게 투자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시점입니다만, 만약 이 문제가 예상보다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다면, AT&T와 같은 고배당 통신주엔 좋은 진입점이 될 수 있을거란 생각입니다.
일단 주식을 보유 중인 분들은 현재 시점에선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홀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참고만 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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