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식 하락장 대비 방어주 탐색 3번째 글입니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은 경기침체 예상과 금리인하 시기를 맞아 기술주와 같은 성장주보다 다양한 방어주들로 주도주가 순환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역사적으로 이런 시기에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대표적인 섹터 중 하나가 유틸리티 섹터입니다.
유틸리티 섹터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경기침체 및 주식 하락장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며, 최근 AI 열풍과 기후변화로 인해 전기 인프라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수십 년만에 호황을 맞고 있습니다. 때문에 관련 수혜주에 투자하는 여러가지 ETF 상품들이 나와있는데, 생각보다 원하는 종목에 투자하면서 좋은 성과를 보이는 상품을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번 글은 최근 투자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유틸리티 섹터와 관련 투자상품을 ETF 위주로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 및 상품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식 하락장에서 아웃퍼폼하는 주식 및 상품들
경기침체에 좋은 성과를 내는 주식들
주식시장이 하락장에 접어드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경기침체로 인한 하락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주식들은 아래와 같은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 낮은 베타: 베타는 특정 주식이 S&P500과 같은 지수로 표현되는 전체 주식시장 대비 얼마나 변동성을 가지는지 나타내는 지표인데요. 베타가 1.0이면 주식시장과 같이 움직이는 것이고 1보다 작으면 주식시장보다 작은 변동성, 1보다 크면 큰 변동성을 나타냅니다. 즉, 하락장에서는 낮은 베타(시장보다 변동성이 낮음)가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냅니다.
- 안정적인 수입과 현금흐름
- 일관된 배당금 지급
- 필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
- 경기 순환에 덜 민감함
이게 그럴듯한 말로 정리되면 어려워 보이지만, '경제가 어렵고 주머니가 얇아져도 꼭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들은 수입과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라 경기침체기에도 실적에 큰 변화가 없다'라고 쉽게 풀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특징을 가지는 종목이나 섹터(부문)는 위 그림과 같으며, 각 섹터별 특징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공익사업(유틸리티): 전기, 물, 가스와 같은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경제 상황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요와 현금 흐름을 갖는 경향이 있음. 관련 기업들이 유틸리티 섹터에 많이 포함되어 있음
- 소비재: 식품, 음료, 가정용품, 개인 관리 제품과 같은 일상 필수품을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회사가 포함됨
- 의료(헬스케어): 사람들은 경제 환경과 관계없이 의료 서비스와 약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 부문은 비교적 회복력이 있음
- 방어주: 특정 부문은 아니지만 다양한 부문의 방어적 주식은 경기 침체기에 성과가 더 좋은 경향이 있음.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수익과 배당금을 가진 크고 잘 정립된 회사들임
실제로 그럴까?
위 그림은 2024년 9월 15일 기준 최근 1개월 미국 주식시장 섹터별 수익률입니다. 그렇게 유심히 보지 않아도 2023년과 2024년 상반기에 수익률이 좋았던 반도체, 정보기술, 에너지, 산업재 섹터 수익률이 약화되고 상대적으로 헬스케어, 소비재, 유틸리티, 부동산, 금융과 같은 방어섹터의 성과가 좋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은 경제상황을 가장 먼저 선행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미 투자자들은 경기침체에 대한 대비를 시작했고 그 결과가 반영되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방어주/섹터 투자가 수익을 보장하지 않음
꼭 참고하셔야 할 점은 방어주/방어섹터 투자가 주식 하락장에서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베타값이 마이너스가 아니라면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 방어주/방어섹터도 기본적으로 주가는 하락하되 하락폭이 적을 뿐입니다. 위 수익률 히트맵에서도 최근 1개월동안 방어섹터 수익률이 플러스라는 것은 주식시장이 하락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방어주/방어섹터들이 시장 침체기에 안정성을 제공하지만, 경제 성장기나 강세장에서는 기술주와 같은 성장주 대비로 수익률이 저조할 수 있습니다. 만약 최근 주식시장이 하락장의 시작점이 아니라, 일시적인 조정장이라면 방어주/섹터투자는 좋지 않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꼭 참고하셔야 합니다.
현재 주식시장이 조정장인지, 하락장의 시작점인지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래 포스트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틸리티 섹터 특징과 관련 ETF상품들
유틸리티 섹터 정의와 특징
유틸리티 섹터란 아래와 같은 특징으로 정의되는 산업 부문입니다. 명확한 정의를 알아두시면 어떤 종목들이 포함되어야 하는지 이해하시기 편하기 때문에 한번쯤 이해해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소비자와 기업에 전기, 가스, 물 등의 필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 엄격하게 규제되는 산업으로, 특정 지역에서 자연 독점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일반적으로 전체 주식 시장에 비해 안정적인 배당금을 제공하고 가격 변동성이 낮습니다.
- 경기 침체기에는 방어적 투자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부채 수준이 높아 이자율 변화에 민감합니다.
- 기후 변화로 인한 과제, 인프라 업그레이드 필요성, 재생 에너지원으로의 전환 등이 필요합니다.
- 일반적으로 전체 시장에 비해 주가수익비율이 낮습니다.
최근 유틸리티 섹터투자가 주목받았던 몇가지 이유들이 있는데 관련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AI 열풍: 데이터 센터 및 인공지능(AI)에 대한 잠재적 전기 수요 증가와 관련된 낙관적 전망이 이 부문의 뛰어난 성과에 기여했습니다.
- 장기적 성장 전망: 석유 중심 경제에서 전기 중심 경제로의 지속적인 전환은 유틸리티를 이러한 변화의 주요 수혜자로 자리매김합니다. 이 부문은 화석 연료에서 재생 에너지로의 에너지 생산 전환의 중심에 있습니다.
- 금리 인하 예상: 2024년 유틸리티 부문 랠리의 주요 촉매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예상입니다. 유틸리티는 자본 집약적이고 부채 자금 조달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금리가 낮으면 부문에 이롭습니다.
유틸리티 부문 수익률이 높아진 가장 큰 원인은 'AI열풍으로 인한 전기수요 급증'입니다. 최근 여러 자료들을 통해 보셨겠지만 AI데이터센터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 에너지원의 전환 과정에서 다양한 재생에너지 발전소, 송전탑, 변전소, 변압기, 전선 등 다양한 전기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유틸리티 섹터에 투자하는 ETF 상품을 찾을 때에도 전력 인프라 투자비중이 어떻게 되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생각보다 최근 소개되거나 나와있는 ETF 중 전력비중이 높은 상품을 찾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2024년은 유틸리티 섹터성과가 역사적인 강세
위 그래프는 2024년에 S&P500과 나스닥, 그리고 S&P Utilities Select Sector Index 변화추이를 비교한 것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2024년에는 S&P utilities select sector index가 나스닥과 S&P500보다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이건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인데요. 최근 10년 내에는 유틸리티 산업지수가 S&P500이나 나스닥 지수를 이긴 사례가 없으며, 누적 수익률로도 유틸리티 산업지수 성과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편입니다. (유틸리티 산업지수 최근 5년 누적 수익률이 약 25% 수준이며,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100%가 넘음)
그래프를 자세히 보시면 2024년 1월~6월 말(혹은 7월 초)까진 S&P500 및 나스닥 지수와 유틸리티 섹터는 반대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는데요. 7월 이후부터는 유틸리티 섹터가 꾸준히 상승추세를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이건 경기침체 시그널이 확산되면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유틸리티 섹터 수익률도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관련 ETF상품 소개 및 성과비교
제가 유틸리티 섹터 관련 모든 ETF 상품을 조사한 것은 아닙니다만, 1)최소 5년 이상의 운용기간과 2)10억 달러 이상의 운용자산 3)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조사했을 때 관심이 가는 상품 3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Ticker | GRID | PAVE | XLU |
상품명 | First Trust NASDAQ Clean Edge Smart Grid Infrastructure Index Fund ETF | Global X U.S. Infrastructure Development ETF | Utilities Select Sector SPDR Fund |
운용사 | Frist Trust | Global X | SPDR |
자산규모 | $1.68 B | $7.88 B | $18.50 B |
투자종목 수 | 99 | 99 | 31 |
수수료 | 0.58% | 0.47% | 0.1% |
배당율 | 1.03% | 2.79% |
그래프는 표 순서대로 GRID(파란색), PAVE(노란색), XLU(하늘색)으로 표시되어 있는데요. 최근 5년 성과를 비교하면 GRID와 PAVE ETF가 130%이상의 높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상대적으로 XLU ETF는 25%로 성과가 저조한데요. 하지만 2024년으로 기간을 변경하면 조금 다른 결과치를 보여줍니다.
2024년 YTD 기준으론 미국 유틸리티 섹터에 집중 투자하는 XLU ETF 성과가 가장 좋으며, 나머지 종목들은 10% 중후반대로 하락합니다. 이런 결과는 각 ETF의 투자국가와 투자산업 비중차이로 발생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PAVE와 XLU ETF는 95% 이상 미국에 올인되어 있습니다만 GRID ETF는 미국 비중이 50%이고 나머지는 영국,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로 분산되어 있습니다. 미국에만 올인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GRID ETF가 상대적으로 장점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섹터를 보시면 각 상품의 특징들이 확실히 드러나는데요. GRID ETF는 산업재가 약 57%, 유틸리티 21%, 정보기술 16%로 분산되어 있으며, PAVE ETF는 유틸리티 섹터없이 산업재 약 69%, 소재 21%, 기타 10%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반면 XLU ETF는 유틸리티 약 95%로 단일 섹터에 올인되어 있는 형태입니다.
최근 5년동안 GRID와 PAVE ETF 성과가 좋았던 것은 경기상승 시기에 성과가 좋은 산업재, 소재, 정보기술 섹터노출 영향이 컸다고 생각하며 유틸리티에만 투자했던 XLU ETF성과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반대로 최근 1년동안 미국 유틸리티 섹터 성과가 좋아지면서 XLU ETF성과가 다른 ETF성과를 추월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으로 어떤 국가, 어떤 섹터가 좋아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2025년부터 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미국이 경기침체로 빠질거라 생각하여 미국 + 산업재, 소재섹터 투자비중이 높은 PAVE ETF가 가장 불리하고, XLU ETF가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거라 생각하는데요. 이건 투자자 개개인이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 내용은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XLU ETF의 몇 가지 특징이 더 있습니다. XLU ETF는 3개 상품 중 운용자산이 가장 크고, 변동성은 가장 작으며, 운용수수료도 0.1%로 가장 저렴한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총 투자종목이 31개로 상대적으로 적고, 상위 15개 종목의 투자비중이 70%를 넘어 투자집중도가 높은 편입니다.
GRID vs XLU ETF 좀 더 비교
위 그래프는 최근 1개월동안 XLU, GRID ETF로의 자금흐름인데요. 파란색은 XLU, 녹색은 GRID ETF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GRID ETF는 꾸준한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는 반면, XLU ETF는 9월 5일 이전까진 유입규모가 급격히 감소하다가 1주일 정도는 유출도 있었습니다만 9월 5일 이후부터 급격한 자금유입이 있었습니다.
이건 아마도 미국 고용지표가 악화되면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증가하자 관련 혜택을 얻기 위한 투자자금 유입으로 판단되는데 보시는 것처럼 XLU ETF는 자금흐름 변동성이 꽤 크므로 관련 리스크도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을 참고하셔야 합니다.
2개 ETF의 상위 10개 투자종목입니다. 얼핏 보셔도 아시겠지만 2개 ETF의 상위 10개 투자종목은 겹치는 종목이 하나도 없습니다. XLU ETF는 유틸리티 섹터 올인상품인만큼 대부분 전기에너지 관련 회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GRID ETF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 등 다양한 국가기업들로 투자가 분산되어 있습니다.
이런 차이가 향후 1년 뒤에 어떤 성과차이를 낼지는 모를 일인데요. 개인적으론 기준금리 인하효과를 고려한다면 XLU ETF 성과가 좀 더 낫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개인적인 의견임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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