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고용보고서와 CPI가 모두 시장기대 이상으로 좋게 나왔습니다. 사실 상, 연준은 3월에도 50bp 금리인상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는데, 실리콘밸리 은행이 파산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제 연준이 3월에 25bp금리인상과 금리동결 중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해석입니다. 주식시장은 미국정부 개입에도 불구하고 중소형 은행들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서 어마어마한 변동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는 나스닥이 2%나 올랐습니다만 오늘은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의 재무적 리스크가 보도되면서 유럽과 미국 주식시장을 하락시키고 있습니다.
목차
강한 고용과 견고한 소비자지출, 그리고 하락하는 물가
연준의 지상 최대 목표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입니다. 연준은 경기침체보다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며, 높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을 더 두려워합니다. 연준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꾸준하고 강한 긴축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이를 위한 3가지 주요 재료가 이미 좋은 밥상으로 차려져 있습니다.
▣ 강한 고용: 2월 약 31만 개 일자리 추가
장기 관점에서 하락추세라 볼 수 있습니다만, 2월 미국은 약 31만 개 일자리가 추가되었다고 보고했습니다. 실업률은 1월 3.4%에서 소폭 상승한 3.6%입니다만, 여전히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강한 고용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할 수 있는 주요 배경이 됩니다.
일자리는 레저, 식당, 병원과 같은 곳에서 성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반면 기술, 통신과 같은 기술관련 분야에서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메인 주제는 아닙니다만 앞으로 어떤 카테고리 주식이 상승할지를 이런 정보를 통해서도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 견고한 소비자 지출: 1월 소비자 지출 급증
미국 소비자 지출은 1월에 전월 대비 1.8% 증가했는데, 가전제품, 자동차 등의 상품지출과 레스토랑, 호텔 등의 레저활동에도 지출을 늘였습니다. 경제가 기준금리를 급격히 높이고 연준이 긴축정책을 펼쳐도 소비와 지출이 줄지 않으면서 경제에 잘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 하락하는 물가: CPI지수 지속 하락
은행 파산 이슈가 있기 전에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미국의 2월 소비자 물가 지수였습니다. 2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 상승하면서 전월 6.4%상승보다 하락했습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는 5.5%로 감소폭이 조금 적었습니다.
문제는 CPI를 세부적으로 봤을 때, 인건비가 반영되는 서비스 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궁극적으로 소비자 물가지수를 낮추려면 서비스 물가까지 잡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연준은 고금리 기조를 늦추지 않고 지금보다 더 높은 기준금리로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잡고 싶어합니다.
은행은 연쇄 파산할까?
▣ 복병으로 등장한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모든 판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3월에도 50bp 인상하는 쪽으로 차려져 있었는데, 이 시점에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이라는 복병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예전 금융위기와 같은 은행들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질지 걱정하고 있는데요.
일단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은 실리콘밸리 은행이 보유한 막대한 미국 국채와 부동산 모기지채권의 가격하락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물론 실리콘밸리 은행이 왜 이렇게 많은 비중의 자산을 미국 국채와 모기지채권으로 가지고 있었으며, 금리인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채권가격 하락에 대한 리스크 헷지를 왜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 은행 연쇄파산? 주식시작 폭락장으로 이어질까?
매우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이번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은 예전 금융위기 때처럼 은행들이 부실한 담보와 부적절한 대출과 같은 도덕적 헤이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고, 예전보다 금융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훨씬 튼튼하다는 측면에서 금융기관의 연쇄파산이나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사태는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연준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고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며 채권수익률이 급상승하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이렇게 파산하는 기업들을 구제해 줄 생각이 없다는 점은 유심히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즉, 비슷한 상황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한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파산이 더 일부 더 있을 수 있으며,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구제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3월 기준금리는 어떻게 될까?
▣ 시장은 이미 금리인하까지 생각
FedWatch에서 확인되는 3월 기준금리는 25bp 인상이 56.1%이며, 올리지 않고 동결한다는 의견도 43.9%까지 상승했습니다. 1주일 전만 해도 50bp 인상을 70%이상으로 예상하던 시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시장에서는 올해 6월부터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가장 높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시장이 가장 높게 예상하는 기준금리인데, 올해 12월에는 3.75~4.00%까지 하락 예상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연준은 금리를 쉽게 인하하지 않을 것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연준은 시장의 기대처럼 기준금리를 쉽게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며, 일정 수준의 경기침체를 각오하고 있습니다. 경기침체는 양적완화, 즉 시장에 돈을 푸는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경험이 쌓였기 때문이죠.
이번 실리콘밸리 은행 사태가 산업 전반의 도미노 파산으로 확장되는 형태의 큰 사건이 아니라면, 연준은 아마도 금리인상 및 고금리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3월 기준금리도 아직은 25bp 인상 가능성이 더 높으며, 적어도 올해는 금리인하 없이 고금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쉽게 떨어지지 않는 달러 환율
3월 9일 이후 급격히 하락했던 달러 인덱스는 오늘 다시 하락폭의 절반 수준을 반등했습니다. 달러가 다른 주요통화들보다 상대적으로 강해졌다는 의미입니다.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시점에 연준이 시장이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1,300원까지 하락했던 달러환율은 하루만에 다시 1,320원으로 반등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무역수지도 적자인 상태라 달러 강세를 대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작년처럼 1,400원 중반까지 달러환율이 치고 올라가도록 정부나 한국은행이 가만 두진 않을 것 같습니다만, 1,300원 중후반까지 환율이 상승하거나 1,300원대에서 당분간 달러환율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의 재무재표 상 문제와 2022년 막대한 손실로 인한 은행 리스크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은 큰 폭으로 상승/하락하는 변동성 장세로 바뀌고 있으며, 시장공포지수인 VIX지수는 27을 넘었고, 금 가격은 은행파산 및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3월 8일 이후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시장에 변동성과 리스크가 큰 시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시기에 강력한 확신이 있다면 상승/하락 어느 쪽이든 큰 배팅으로 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크게 잃을 확률도 높습니다.
좋은 투자는 큰 수익을 내는 것보다 리스크를 줄여 잃지 않는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다들 안전하고 오래오래 좋은 투자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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