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원래 직업이 IT서비스 기획이었다보니, 서비스들의 변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사실 주식보다는 IT서비스가 홈그라운드인 셈인데요. 최근 관심이 가는 서비스가 하나 생겼습니다. 신한은행에서 운영하고 있는 '땡겨요'라는 배달 앱입니다.
2022년 1월 런칭, 7월부터 본격 마케팅 시작
'땡겨요'는 2022년 1월에 런칭했습니다. 런칭 당시에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했던 것 같은데, 현재는 서울시 전역과 경기도 부천시, 부산시 4개구에서 이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연말까지 경기도 전 지역과 수도권 지역은 커버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전국구 서비스까지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싸이를 광고모델로 한 '땡겨요'앱의 광고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전에 '배달의 민족'앱이 싸이를 광고모델로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이라는 메시지를 사용했던 게 기억나시나요? '땡겨요' 앱이 '배달의 민족'을 타겟팅한 광고컨셉을 잡은 셈인데, 목적이 명확해 보여서 개인적으론 재밌고 신선한 것 같습니다.
신한은행, 배달 앱을 왜 하는 걸까?
누구의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참신하고 기발합니다. 현재 시장의 문제와 '땡겨요'가 파고 든 부분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시장의 문제: 점점 높아지는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배달의 민족'의 '배민1(one)요금제'의 기본형을 기준으로 보면, 전체적인 수수료 체계는 아래와 같습니다.
- 중개이용료: 6.8% (배달의 민족 플랫폼을 사용하는데 대한 수수료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 배달비: 6,000원/건 (거리가 가까워도 멀어도, 무조건 6천원입니다. 이 중에 고객이 얼마를 부담할지, 사장님이 얼마를 부담할지는 가게에서 직접 설정할 수 있습니다)
- 결제정산수수료: 3% (카드결제 시, 카드회사들이 가져가는 수수료입니다. 거의 모든 플랫폼이 동일하겠네요)
간단한 예를 들어, 음식값으로 1만원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실제론 1만원으론 배달을 거의 안해주지만요)
- 일단 중개수수료 680원이 비용으로 나갑니다
- 배달비 6천원은 고객과 나누어 낼 수 있는데, 가게에서 3천원을 지원했다고 하면 (6천원을 배달료로 내라고 하면, 아무도 주문하지 않겠죠;, 배달비 6천원은 기본거리에도 적용되며, 배달거리가 늘어나면 배달비가 증가합니다.)
- 결제정산수수료는 고객에게 부과한 1만 3천원에 대해서 3%가 적용되어, 390원의 비용이 발생됩니다. (중개수수료와 결제정산수수료를 합쳐서 1천원이 넘는군요)
- 결과적으로 1만원짜리 음식을 팔아서 대략 6천원이 남는 구조입니다.
배달비가 이렇게 높은 이유는 요즘 유행하는 단건 배달 때문입니다. 쿠팡이츠가 처음 도입하였습니다만, 요즘은 배민을 포함한 경쟁사에서도 다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배달비를 낮추는 것은 또다른 문제로 보여,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 신한은행이 파고든 것은 중개수수료와 각종 금융 서비스들
중개이용료 6.8%가 비싸게 느껴지시나요? 요기요는 12.5%, 쿠팡이츠는 중개이용료가 15%에 달합니다. 사업자들의 수익과 연계된 부분이라, 수수료 자체가 높다고 비판할 수 없는 부분인데요. 신한은행은 이 수수료를 2%로, 거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배달 서비스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대략 4~10%의 수익이 더 가게로 돌아가는 부분이니, 가게 측에서는 분명 메리트가 있다고 느껴지네요.
거기다, 은행에서만 할 수 있는 각종 금융 서비스 혜택들이 추가로 지원되고 있습니다.
- 매출정산: 현금은 당일, 카드 등은 다음날까지
- 보통 배달앱 뿐 아니라, 카드정산을 하는 곳은 실제 정산이 최소 3일에서 일주일까지 걸립니다.
- 작은 동네가게들에서는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 리스크이지 불편한 요소가 되는데요.
- 신한은행은 현금은 당일에 정산, 카드 등은 다음날까지 정산해줘서 가게들의 현금흐름이 원활해지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은행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부분이네요.
- 각종 금융 및 대출상품들
- 신한은행이 중개이용료를 낮출 수 있었던 핵심일 것 같습니다.
- '땡겨요' 사용자들을 위한 각종 혜택이 붙은 적금상품('땡겨요" 적금)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출시 3개월 만에 45억원 어치가 팔렸다고 합니다.
- 추가로 라이더들을 위한 전용 대출상품도 작년 10월에 출시했고, 현재까지 18억원 어치가 필렸습니다.
- 대출을 통해 발생하는 이자수익이 중개이용료를 낮출 수 있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입니다. 아직, 대출금액이 은행의 기대수준은 아니겠지만, 매우 기발한 시도로 보여집니다.
- 지역화폐 지원 (서울사랑상품권)
- 올해 3월부터 서울시 지역화폐인 '서울사랑상품권'으로 결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 지역화폐 자체가 7~10%의 할인혜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건 사용자 입장에서도 혜택이라 볼 수 있겠네요.
사용자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사용성이 좋지 않은 듯
은행에서 배달 앱 서비스를 한다는 기사를 처음 봤을 때, '과연 IT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잘 따라갈 수 있을까'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앱 자체의 사용성이나, 사용자 피드백을 듣고 개선하는 작업, 그리고 사용자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마케팅/프로모션으로 앱 이용자수를 늘이는 전반의 운영업무들이 은행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실제로 올해 5월에 나왔던 기사에서도, 앱 자체의 잦은 오류, 아쉬운 서비스 지역, 배달현황 등이 보이지 않는 앱 기능부족 등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모바일 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중요하게 관리하는 앱 평점도 현재 2점대로 사용자 불만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전체 앱 다운로드 수도 아직 10만+로 경쟁사 앱들에 비해서 많이 저조한 상태입니다.
최근 기사에서 월간 활성 사용자수가 2022년 4월 기준으로 15만 명을 넘어, 1월 대비 8배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사용자수가 적은 시점에서 성장세가 좀 더 크게 보여질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이런 배달앱 서비스들은 사용자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져야 음식점 가입수도 늘어나기 때문에, 일단 MAU 100만 명이 넘는 수준까지 얼마나 빨리 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래 참고로, 배달앱들의 월간 사용자수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이미지를 첨부했습니다.
여러가지 부족한 점이 많겠으나, 그래도 좋은 시도
아마도 은행권에서는 이런 배달앱 서비스를 시도하는 것이 그렇게 신박한 아이템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구요. 이런 시도들이 많아져서, O2O서비스 영역에서도 좀 더 참신하고 색다른 서비스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짧은 리뷰를 일단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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