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의 관심이 쏠렸던 일본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발표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일본 기준금리는 -0.1%를 그대로 유지했고, 10년물 채권 수익률을 제어하는 수익률 제어 곡선(YCC)는 0% 목표 설정치를 유지했습니다. 달러는 엔화 대비로 급등하고 있으며, 원화도 엔화 대비로 급등하고 있습니다. (엔화환율이 떨어진다는 뜻)
일본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왜 이렇게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이번 정책으로 왜 엔화가 약세로 돌아섰는지에 대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일본 중앙은행 통화정책 발표내용
▣ 기준금리 -0.1% 유지, 10년물 금리 0% 목표 유지
일본중앙은행은 얼마 전 YCC한도를 ±0.25%에서 ±0.50%로 상향조정하면서 수년 만에 긴축효과정책을 펼쳤고, 이에 따른 효과로 엔화가 강세로 반등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정하지 않더라도 YCC한도를 좀 더 높이거나, YCC정책을 포기하는 형태로 긴축정책을 이어갈 것이라 많이 예상했는데요.
일본 중앙은행은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0.1%에서 변경하지 않았으며, 10년물 국채 수익률 목표를 0%로 유지하되 ±50bp 상하한을 허용하는 정책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일본이 계속해서 장기 국채 수익률을 컨트롤하는 YCC정책과 국채 무한매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확인하면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0.41%까지 하락했습니다. (수익률과 국채 가격은 반대이므로, 국채 가격은 상승했습니다.)
▣ 엔화환율 약세로 전환 후 다시 진정 중
일본 중앙은행 정책발표 직후, 시장기대와 다른 양적완화유지 정책에 반응하며 오전 11시 경부터 1달러 대비 엔화는 128.5엔에서 131엔으로 급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러엔 환율은 이전 수치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엔화 대비 원화환율도 위와 같은 맥락으로 11시부터 급락하다가 이후 다시 절반 정도를 반등했습니다.
일본의 통화정책은 글로벌 채권시장과 밀접한 영향
▣ 일본은 최대 글로벌 채권보유국가, 하지만 최근 채권 보유량 감소 중
일본은 미국 뿐 아니라 유럽 및 글로벌 전반의 우량 채권을 보유한 세계 최대 글로벌 채권 보유국가인데요. 일본이 이렇게 글로벌 최대 채권 보유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엔화는 긴축통화인 데다, 일본 내 기준금리가 낮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 돈을 빌려 해외에 투자하면 해외 금리수익률이 일본 국내투자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일본(중앙은행과 생명보험사, 연기금, 은행, 가계 등 민간 투자자를 포함)은 2000년부터 꾸준히 해외 채권투자를 해왔으며, 미국 뿐 아니라 유럽 등 안전 채권자산에 최대 3조 달러어치 자산을 보유했었습니다만, 2022년부터 보유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해외 채권을 추가 매입하거나 만기채권을 재투하지 하지 않고, 청산해 버리고 있음)
▣ 환율과 장단기 수익률 역전 2가지가 원인
일본 중앙은행과 기관 투자자들은 아래 3가지 이유로 해외에 투자합니다.
- 일본금리가 낮아 무 헤징 해외채권 투자 시 수익률 상승
- 일본내부보다 일본 외부 채권수익률이 더 좋으므로, 통화 헤징 채권 투자로 돈을 벌 수 있음
- 글로벌 회사채 시장에 접근하여 일본 내에서 찾기 힘든 신용 스프레드를 회수할 수 있는 기회 발생
좀 어려운 표현들이 섞여 있습니다만, 결국 일본 내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해외채권에 환차익을 헤징하지 않고 투자하거나, 헤징하고 투자하는 2가지 케이스 모두 수익을 얻을 수 있었으며, 글로벌 회사채 시장은 일본 내부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므로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돈을 빌려 글로벌 우량 회사채에 투자해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좋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22년부터 미국과 유럽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장단기 채권 금리차가 역전되고, 달러 대비 엔화환율이 급격히 약세 전환하며 통화 헤징비용을 크게 증가시키면서 모든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통화 헤징은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FX 및 금리 파생 상품 시장을 통해 이뤄지는데요. 일반적으로 단기 차입금으로 장기 채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2022년 이전 채권금리는 단기보다 장기가 높았던 정상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헤징방식을 통해서 충분한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2022년 이후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었습니다. 돈을 빌리는 이자율이 장기채권으로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보다 높아졌다는 뜻인데요. (만약,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금리인상으로 장기채권 금리가 단기채권 금리보다 더 높은 상황이 되었다면, 일본의 해외채권 투자는 더 늘어날 수 있었습니다.)
2010년~2019년까지만 해도, 헤징비용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가 높았기 때문에 일본이 해외 채권과 회사채에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만, 장단기 금리차 역전으로 인해 통화헤징비용이 증가하면서 결국 달러로 투자한 채권수익을 엔화로 교환하면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일본은 점차적으로 해외채권 투자비중을 줄이고, 오히려 해외에 투자된 달러자산을 다시 엔화로 바꾸면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YCC정책이 변경할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났을까
▣ YCC정책은 무엇인가
일본은 2016년부터 경기부양을 위해 YCC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책변경 이전까지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를 -0.25%~+0.25% 사이에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채권가격이 수익률과 반대하는 점을 이해하셔야 하는데요. 일본 국채수익률이 +0.25%근처로 움직이면, 그만큼 국채가격은 하락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일본 중앙은행이 일본 10년물 국채를 +0.25%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무제한 국채를 매입합니다. 반대 상황이 잘 생기진 않습니다만, -0.25%로 국채가격이 급등하면, 보유한 10년물 물 일본 국채를 팔아서 국채가격을 컨트롤합니다.
▣ YCC정책변화와 엔화환율의 변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022년 3월에 최저점을 찍고 11월까지 2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미국 국채가 그만큼 싸졌다는 소리인데요.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2022년 11월까지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일본정부가 YCC정책으로 10년물 국채 금리를 ±0.25%로 컨트롤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일본 10년물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 입장을 생각해보면, 옆나라 10년물 국채가격이 엄청 싸졌으니, 이걸 팔고 옆나라 국채를 사려고 할 겁니다. 즉, 엔화로 된 10년물 국채를 팔고, 엔화로 다시 달러를 사서 미국 10년물 국채를 사야 했다는 소린데요.
2022년 3월부터 달러엔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엔화를 팔아서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생겼으니, 달러는 그만큼 비싸진다는 소린데요. 달러엔 환율그래프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그래프와 비슷하다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22년 12월에 일본이 YCC정책 기준을 ±0.25%에서 ±0.50%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이 일본 10년물 국채를 기존보다 2배 더 비싼 가격에서도 사 준다는 의미입니다. 미국 10년물 국채를 가진 사람들이 미국 국채를 팔고, 다시 일본 10년물 국채를 사려고 할 겁니다. 달러엔환율은 이 시점부터 빠지기 시작합니다.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들
▣ 일본은 이미 해외 채권 비중을 계속 줄이고 있음
일본의 장기채권은 이미 헤징비용을 고려할 때 해외 채권투자보다 더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으로 판단되며, 일본 중앙은행 뿐 아니라 기관 투자자들은 계속 해외 채권 투자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채권시장은 이미 이런 일본의 움직임에 일정 부분 적응한 것 같습니다.
일본의 통화정책의 급격한 변화가 없는 한, 글로벌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듯 하고, 엔화환율도 지금의 수준에서 박스권처럼 움직일 것 같은데요. 사실 개인적으로 여기까지 이해하는데도 힘들었으므로, 채권이나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 함부로 예측하는 건 무리인 것 같습니다.
▣ 일본이 어떤 형태로든 긴축정책을 편다면
일본이 만약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YCC정책을 현재보다 더 확대해서 추가적인 긴축효과를 발생시키면, 글로벌 채권 뿐 아니라 주식시장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만, 엔화는 더 강세가 될테고, 글로벌 채권과 주식시장에는 악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구로다 총리가 곧 임기를 마감하고 일본 중앙은행 총리가 변경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시점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해야 하며, 지금의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도 좀 더 심도있게 공부해보고 인사이트가 생기면 다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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