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기술 스타트업 고객들 대상으로 대출과 예금업무를 지원하는 실리콘밸리 은행이 48시간 만에 파산했습니다. 실리콘밸리 은행은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며, 이번 은행 파산은 미국에서 역대 2번째 규모라고 하는데요. 정확히 어떤 히스토리로 은행이 이렇게 빠르게 파산했으며, 향후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련 정보들을 정리합니다.
목차
실리콘밸리 은행은 왜 파산했을까?
▣ 신용등급 하락평가로 시작
국내 여러 기사에서는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내용이 너무 간략히 요약되어 있어서, 정확히 어떤 이유로 은행이 이렇게 빠르게 파산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기 어려운데요. 해외기사들을 찾아보면서 좀 더 명확하게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신용평가 사인 무디스는 지난주에 실리콘밸리 은행에 신용등급 강등이 전망된다는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국채나 주식 등 현금화가 가능한 채권들이 대부분인데요. 미국 기준금리가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주식이 하락하면서 은행의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 국채 가격은 반대로 하락합니다.)
실리콘밸리 은행은 신용등급 강등이 투자자와 고객의 신뢰훼손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를 대응하기 위해 200억 달러 이상의 저수익 채권을 매각하고,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자산에 재투자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저수익 채권을 매각해서 발생하는 손실은 자사 주식을 매각하여 보완하려던 계획이었는데요.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 포트폴리오 210억 달러를 매각하면서 약 18억 달러 손실을 보면서 매각했다는 공시가 나왔고, 이에 대한 손실을 매우고자 자사 주식을 매각(22억 5천만 달러 규모의 보통주와 우선 전환 주식들)하면서 목요일에 실리콘밸리 은행 주식이 하루 만에 60% 이상 급락했습니다.
시장에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은행 고객이었던 벤처회사들이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는 사태가 발생(목요일 하루 만에 420억 달러 예금을 인출)했고, 캘리포니아 은행 규제 당국은 은행을 폐쇄 (사실 상 파산)시키면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자산 처분을 위한 수령인으로 지정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데 48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 다음 주 (3/13~3/17) 예상 대응사항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3월 13일에 실리콘밸리 본사 및 모든 지점을 다시 열겠다고 했으며, 실리콘밸리 은행 예금액 1,750억 달러 중 보험에 가입된 예금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돈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보험제도가 별다른 의미가 없는데요.
- 실리콘밸리 예금의 95%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습니다.
- 보험 가입자라도 보험대상액은 2만5천달러(약 3억 원)이며, 그 이상의 금액은 보험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무보험 예금자들은 예금 원금과 예금에 대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증명서를 발급받게 되지만, 사실상 이 돈을 언제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실리콘밸리 은행을 주말동안 매각하기 위해 매수자를 찾고 있으나, 일주일 만에 매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관련 피해 및 추가 우려사항들
▣ 미국, 유럽 중소형 은행들의 주가하락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이 중요한 것은, 이런 이슈가 중소형 은행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입니다. 대부분 은행들이 현금성 자산으로 미국 등 주요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고, 국채는 지난 1년 동안 가격이 너무 많이 하락했습니다. 소규모 은행들에겐 실리콘밸리 은행 사례가 잠재적 리스크로 등장한 것이죠.
미국 중소형 및 지역은행에 투자하는 ETF는 실리콘밸리 은행 사태가 있던 날에 약 10% 넘게 주가가 하락했으며, 로이터 통신 계산에 따르면 미국 은행은 약 1천 억 달러, 유럽 은행은 약 500억 달러 주식 시장 가치를 잃었습니다.
반면, 대형은행들도 타격을 받았으나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다고 판단되면서 중소형 은행들보다 훨씬 적은 주가하락 및 주가반등까지 보여줬습니다. 아직은 모든 은행주에 영향을 주는 것보단, 중소형 은행들에 영향이 더 큰 상황으로 보입니다.
▣ 더 큰 피해 우려
중소형 은행들은 다음주에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크게 아래 2가지 문제를 예상하고 있는데요.
- 중소형 은행 고객들이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에 겁을 먹어, 다른 은행에서도 예금을 인출하는 사태
- 모든 은행, 특히 중소형 은행 주식들의 공매도 공격으로 은행주 주가 폭락
미국도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대응하고 있으므로, 중소형 은행 전체에서 예금인출이 일어나는 사태는 일어날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하지만, 다음 주에도 은행주들은 공매도 공격과 사람들의 불안심리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은 꽤 클 것 같습니다.
복잡해진 경제상황
은행파산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의 부작용으로 가장 크게 우려하던 문제 중 하나인데요. 실리콘밸리 은행 사태로 인해 기존 경제예측의 셈법이 많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 3월 기준금리 인상은 0.25%? 0.50%?
기준금리의 미래를 가장 정확히 예측하는 곳은 선물시장이며, FedWatch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상폭 예상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은행 사태가 있기 전까지 연준 파월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3월 22일 0.50%p 빅스텝을 70% 이상 예상하고 있었으나, 실리콘밸리 사태 이후 빅스텝 가능성이 일시적으로 37%로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미지로 보시는 것처럼 FedWatch에서는 다시 3월 23일 빅스텝에 약 68% 가능성을 표시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번 사태가 근본적으로는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시작된 것이라, 시장에서는 연준이 은행파산이라는 복병으로 이번 금리인상은 가볍게 가는 것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현재 3.50%로 미국 기준금리가 이번에 빅스텝을 밟게 되면, 역대 최대 금리격차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를 원인으로 국내 외국자본이 빠지고 환율이 상승하는 등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요. 이번 실리콘밸리 사태로 인해 기준금리가 인상폭을 줄이게 될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급락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직전까지 약 4%에 육박했던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이 하루만에 3.7%로 내려앉았습니다. 높은 국채 수익률은 낮은 국채 가격을 의미하므로, 일반 중소형 은행들이 같은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이 됩니다.
정확히 국채 수익률을 낮춘 주체가 어딘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만, 주식시장에서 빠진 돈들이 안전자산인 국채로 이동했을 수도 있고 정부가 어느 정도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제는 향후 국채수익률 방향성인데요. 기준금리 인상폭이 크면 국채 수익률도 다시 상승할 것이라, 연준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고민이 엄청 많을 것 같습니다.
다른 중소형 은행들이 실리콘밸리 은행처럼 자산을 매각하여 예금인출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겠습니다만, 은행들은 국채 수익률이 계속 높아지면서, 이미 은행예금이 국채투자로 옮겨가는 현상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연준은 국채수익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금리를 인상하기 힘들어졌습니다.
마무리
이번 사태는 예전 금융위기처럼 크게 문제를 만들진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시스템이 많이 개선되었고 실리콘밸리 은행은 문제가 감지된 지 48시간 안에 파산을 시켜버리는 등 정부대응이 빨랐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무보험 예금들도 연방 정부가 개입하여 해결해 달라는 요청이 많은 상황인데요. 다음 주 대응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시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주시하던 노동시장과 CPI 보고서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시들 해졌습니다. 다음 주에 CPI보고서가 아주 크게 이슈가 되지 않는 한, 이번 금리인상 폭은 0.25%p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번 사태가 만약 예상보다 원만하게 잘 해결된다면 주식시장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반대 상황에 대한 가능성도 있으므로 당분간 주식시장이 아주 크게 움직일 텐데요. 이런 시기에는 시장상황이 확실해지기 전까진 배팅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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