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2022년 3분기 13F 공시가 발표되었습니다. 이번 발표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종목은 역시 TSMC인데요. TSMC 외에도 13F 공시의 주요 변경사항과 버핏은 왜 TSMC를 샀을지 (삼성은 안 사고...) 시장의 분석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3F 공시가 뭔가요?
시작에 앞서, 13F 공시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간략한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운용자 산규 모가 1억 달러 (한화로는 약 1,300억~1,400억 원)가 넘는 모든 미국 기관 투자자들은 의무적으로 분기 별로 포트폴리오 내에 매수/매도 변경사항을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SEC)에 공시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보고서 양식이 SEC에서 제공하는 13F라는 이름이라, 13F 보고서라 불립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13F 공시는 분기 별로 진행하며, 보고기준 분기가 끝나는 날부터 45일 이내에 공시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번 공시도 2022년 9월 30일을 기준으로 한 분기 포지션 변화이기 때문에, 현재 시점과는 꽤 시간차가 있습니다. 더구나, 보고하는 분기 내에서 어느 시점에 거래가 이루어졌는지를 고려해보면, 13F 공시 정보는 최소 45일에서 최대론 4개월 이전에 발생한 포지션 변화를 알려주는 정보라는 점을 꼭 참고하셔야 합니다.
버크셔 헤서웨이의 2022년 3분기 13F 공시
1. Top Buy / Top Sells 5개 종목
이번 분기에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오늘의 관심종목 TSMC입니다. 포트폴리오 비중은 1.39%에 불과합니다만, 거래액은 약 41억 달러 이상으로, 환율을 1,300원만 잡아도 대략 5조 원이 넘는 금액이며, 구매 주식 수는 약 6천만 주입니다.
그 외에 최근 계속 모아가고 있는 에너지 주식인 옥시덴탈(OXY)과 쉐브론(CVX) 주식을 추가 매수했으며, 건축 관련 회사인 루이지애나-태평양 공사(LPX)와 RH도 추가 매수했습니다. 루이지애나-태평양 공사(LPX)는 주로 신규 주택 건설, 수리 및 리모델링, 옥외 구조물 시장에 사용되는 건축 제품을 제조 및 판매하는 회사이며, RH는 가구, 조명, 양탄자, 목욕용품, 실내 장식 등 건축과 관련된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Top Sells 종목은 개인적으론 의미있는 비중 변화라기보단,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균형을 맞추거나 다른 종목 매수를 위해 포지션 변화를 준 정도라고 생각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2. Top10 포지션
새롭게 추가한 TSMC는 10번째 포지션으로 위치해 있습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ATVI) 비중을 소폭 줄였습니다만, 여전히 상위 9번째로 투자규모가 큰 종목이고요. 잘 아시는 것처럼 Apple은 여전히 버핏의 최대 투자종목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3. Sector Allocation
버크셔 헤서웨이에서 섹터 별 투자비중은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각 섹터의 비중수치를 자세히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제가 개인적으로 의미 있게 보는 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 2022년 초기부터 금융섹터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전체 투자총액도 같은 기간 줄었기 때문에, 금융섹터에서 돈을 빼서, 에너지나 Tech와 같은 섹터로 옮겼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금리인상으로 은행권들의 실적이 좋아지는 시점인데 어떤 배경으로 금융섹터 비중을 줄인 건지 궁금하네요. (물론 제가 틀렸겠죠...)
- 인플레이션 시기에 상대적으로 좋다는 소비재 섹터 투자비중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 Tech섹터는 비중 변화가 크게 없으며, 하단에 있는 에너지 섹터 투자비중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버핏의 에너지 투자전략은 이미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죠.
- 그 외에 잘 보이지 않지만, 헬스케어 섹터 비중을 크게 낮췄고, Utilities and Telecommunications 섹터 비중도 크게 낮췄습니다.
에너지와 Tech섹터 투자비중을 높이고 금융과 필수소비재 섹터 투자비중을 줄이는 것은, 왠지 상식적으로 인플레이션이나 경기침체를 대비하는 목적은 아니라 보이는데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버핏은 이미 경기침체 이후 단계에 가치가 높아질 종목들을 투자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왜 TSMC를 샀을까요?
1) TSMC는 뭐하는 회사?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TSMC는 대만에 있는 전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입니다. 현재 시가총액은 4,173억 달러(한화론 약 552조 원)로 삼성전자 시가총액 370조 원을 뛰어넘었습니다.
회사 매출의 50% 이상은 미국에서 발생하며, Apple, 퀄컴 등 미국 회사들의 반도체 생산을 높은 비중으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 회사 매출의 중국 비중은 약 10%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1년 Boston Consulting Group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은 세계 최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TSMC가 이를 거의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 지표는 기술적인 지표로 시장 점유율은 조금 다른데요.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반도체 설계는 하지 않고, 생산만 하는 방식) 시장 점유율은 2022년 2분기 기준으로 TSMC가 1위이며 5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위로 약 13%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데요.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 외에도 여러 가지 사업 부문을 가지고 있으며, 삼성이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진입한 시점이 2017년 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낮은 점유율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마켓 비중이 정체 및 감소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2) 버핏은 TSMC를 얼마에 샀을까?
13F 공시에 따르면, 버핏이 TSMC 구매예측가격은 68.56달러입니다. 이건 개별 공시를 더 확인해 봐야 하겠습니다만, 2022년 3분기 내에 TSMC를 구매했다면, 68.56달러보다 더 낮은 가격은 해당 기간 내에 없었습니다.
일단 버핏이 TSMC를 구매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TSMC 주가는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한 상황입니다. 현재 가격은 약 80달러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3) 왜 샀을까?
우선 TSMC가 파운드리 분야에선 독보적인 생산능력을 보유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국내에만 상장되어 있고, 우리나라 주식시장 전체 대비 비중도 너무 높기 때문에, 상승여력이 크지 않습니다. 때문에, 왜 삼성전자에 투자하지 않고, TSMC에 투자했는지를 묻는 것은 기본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TSMC에 대한 정량적인 분석은 아직 제대로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TSMC가 얼마나 좋은 기업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버핏이 왜 TSMC에 투자했을지에 대해서는 정성적인 부분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요.
첫째. 반도체는 이제 필수품의 영역
기본적으로 버핏은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에 투자하지 않고, IT분야에도 투자를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제 반도체는 IT영역을 넘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필수품이 되었고, 반도체 생산능력이 가장 좋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TSMC는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둘째. 주가 하락으로 인한 적정 벨류에이션 (주식이 싸짐)
더불어, 현재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아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많이 떨어졌고, 벨류에이션도 이에 따라 많이 좋아진 상태입니다. 장기적 관점으로 현재 주가가 적정가치 대비 낮다고 판단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버핏의 TSMC 투자기사가 나온 시점에 CNBC에서는 버핏이 너무 일찍 TSMC에 투자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주식의 하방 압력을 고려할 때, TSMC는 50~60달러 수준까지 기다려도 충분히 투자기회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주가가 적정하다면 다른 투자자만큼 바닥 매수를 고려하지 않으며, 현재 TSMC 투자비중도 2%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라, 만약 TSMC에 대한 투자 기준이 확고해졌다면 앞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추가 매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Factset에 따르면 TSMC 분석가 30명의 목표는 현재 버핏의 TSMC 매수가에서 29.8% 잠재적인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결과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겠죠.
셋째. 돌아오는 반도체 업종 상승기에 대비
두번째 내용과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만, 현재 반도체 업종이 매우 불황입니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재고가 역대 최고 수준이고, 생산량도 80% 수준으로 떨어뜨렸으며, 인력감축 등으로 불황을 대비한다는 기사들이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2023년 하반기가 되어야 반도체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높은 TSMC가 이 시기가 되면 가장 주목받는 업체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데에는 크게 이견이 없습니다.
넷째. (뇌피셜) 미중 반도체 싸움의 수혜주
미국이 자국에서의 반도체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Chips Act와 같은 투자와 중국으로의 기술이전을 막고 있는 것은 요즘 기사들로 많이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위에서 TSMC 소개로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TSMC는 최신 반도체 생산기술을 90%이상 보유한 업체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거의 없으며, 삼성전자 정도가 비슷한 수준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이번에 민주당이 중간선거를 사실 상 승리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들이 좀 더 힘을 받아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Chips Act와 같은 법안은 현재 내년까지 유예기간을 가지고 있는데, 이 시기 내에서 미국 내 반도체 기업이나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이 중국을 상대로 기술이전이나 거래량을 늘이는 것은 사실 상 힘들어 보입니다.
하지만, TSMC는 조금 달라 보이는데요. 중국이 대만을 어떻게든 장악하려는 목적 중 하나가 TSMC의 반도체 기술이 포함되어 있을거란 생각이고, TSMC는 미국에서 아무리 견제하더라도 지정학적인 여건 상, 중국과의 거래를 단기간 내에 중단하긴 어렵습니다.
아마도, 경기가 다시 좋아지는 시점에 중국 대상 반도체 거래를 가장 유연하게 할 수 있는 기업이 TSMC가 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고, 이런 측면에서 다른 기업들보다 좀 더 좋은 실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정리
각설하고 버핏은 세계적으로 가장 인정받는 투자자입니다. 누군가의 투자결과를 맹신한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버핏이 투자를 결정한 업체에 대해서는 기업내재가치가 검증되었을 것이란 기대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투자결과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겠습니다만, 유가가 상승하는 시기에 맞춰 에너지 기업에 투자했던 버핏의 이전 투자는 개인적으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장기적으로 반도체 업종이 더 발전할 것이란 것은 거의 반박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어떤 방법과 어떤 기업에 투자를 할 것인지를 검토하고 계신다면 TSMC에 대한 공부도 해 보시는 걸 권해 드립니다. 상기 내용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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