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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발 경제위기, 부동산PF가 뭘까? (ft. 저축은행이 위험한 이유)

by 주부너구리 2022.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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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발 경제위기, 부동산PF가 뭘까 (ft. 저축은행이 위험한 이유)
레고랜드 발 경제위기, 부동산PF가 뭘까 (ft. 저축은행이 위험한 이유)

레고랜드 관련 기사들이 세상을 뒤덮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PF,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유동화증권 등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 너무 많아, 채권시장이 어렵다는데, 제2금융권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는데 정확한 현상을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레고랜드 사태가 빚어진 부동산PF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에 반복해서 이슈화되었던 기법입니다. 이 기법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시중금리가 올라가는 시점에 이 기법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오늘은 레고랜드 사태를 최대한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제가 레고랜드 사태를 이해한 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제 지식이 짧아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잘못된 해석이 포함되었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은 미리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이란?


1. 큰 건물을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적인 건축 대출구조
기본적인 건축 대출구조

건설업을 1도 모르는 저와 같은 사람들 입장에서, 큰 건물을 짓는 프로세스라는 건, 건설능력을 가진 시공사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서, 건물 잘 짓고 분양대금을 받아서 대출을 갚는 간단하고 심플한 과정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했더니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 시공사가 여러 개 건물을 지으려고 했더니, 부채가 너무 많아졌습니다. IMF 이전엔 그래도 돈을 빌리는 건 가능했는데, 이젠 부채가 너무 많으면 돈을 빌릴 수도 없습니다. 만약 잘못되면 돈을 갚을 수 없으니까요.
  • 시공사가 공사 외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건물을 짓는다는 건, 땅도 사야 하고, 건축에 대한 인허가도 받아야 하고, 분양도 해서 입주자도 모아야 하고, 관련된 각종 계약들도 관리해야 하는 등 관련된 중요한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아마도, 이것 외에도 더 많은 문제들이 있겠습니다만, 시공사의 부채비율이 높아져 재무상태가 악화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IMF 이후로는 시공사와 시행사를 분리하고, 시공사는 공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꿨습니다. 

 

2. 부동산 PF의 등장

시행사의 등장과 부동산PF 구조
시행사의 등장과 부동산PF 구조

시행사가 프로세스에 등장했습니다. 작업의 순서는 이렇게 됩니다. 

  1. 시행사는 토지의 10~20%의 대금을 확보하고, 토지계약을 합니다. 
  2. 시공사는 시행사와 계약을 맺고, 토지계약과 건물을 짓기 위한 사업계획을 작성합니다.
  3. 시행사는 토지계약과 시공사 계약 및 사업계획을 가지고, 관련 관공서에서 건축 인허가를 받습니다. 
  4. 시행사는 인허가 + 토지계약 + 시공사 계약을 들고 금융기관을 찾아가서 대출을 받습니다. 
  5. 시행사는 받은 대출금으로 토지계약 잔금을 치루고, 시공사에도 공사대금을 줍니다. 
  6. 시공사가 열심히 건물을 짓습니다.
  7. 건물이 완공되면, 시행사는 분양을 하고 분양대금을 받아서 대출금도 갚고, 시공사에도 공사대금 잔금을 줍니다. 

 

프로세스가 좀 편안해 졌을까요?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 시행사의 신용도나 담보능력으론 대출을 받기 힘듭니다. 시행사는 특정 건물을 짓거나 이후 운영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규 사업자 등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불어, 시행사는 토지 계약을 위한 선금 정도를 지급할 수 있는 자금 정도만 확보하고 사업자를 등록하므로,  시행사의 능력만으론 대출을 받기 어렵습니다. 
  • 금융기관의 대출능력에 문제가 생깁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보면, 시행사나 시공사의 신용도 및 담보능력으론 대출을 해주기가 어렵거나, 대출해 줄 수 있는 프로젝트에 한계가 있습니다. 더구나, 건축은 최소 1-2년의 장기로 진행되므로, 대출을 길게 가져가야 하는 부담도 동시에 발생합니다. 

그래서, 부동산 PF라는 것이 생기게 되었는데요. 핵심은 아래 2가지입니다. 

  • 시행사나 시공사의 신용도 및 담보능력을 보지 않고,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발생하는 현금창출 능력을 기반으로 대출을 진행합니다. 건물을 잘 지어서, 분양을 잘 하면 그만큼 현금이 생기는 것이 마땅하니, 마땅히 발생할 현금을 담보처럼 인식하고, 그만큼의 신용도로 대출을 해 주는 방식입니다. 
  • 하지만, 금융기관은 시행사에 큰 돈을 빌려줘야 하는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사가 대출을 받을 때, 시공사가 보증을 서서 신용도를 높여줍니다. 시행사가 돈을 못 갚으면, 시행사가 갚겠다고 함으로써, 금융기관의 대출 리스크를 줄여주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금융기관의 부채가 늘어나고, 부채가 장기화되는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또 구조가 확장됩니다. 

 

 

3. PF ABCP

부동산 PF ABCP 구조
부동산 PF ABCP 구조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등장했습니다. 유동화회사(SPC), 투자자, 증권회사 3군데인데요. 물론 이것 외에도 더 많은 참여자가 있습니다만, 최대한 간략하게 표시했습니다. 그럼 각 플레이어의 역할을 보겠습니다. 

  • 유동화 회사는 금융기관이 가진 채권, 토지와 같은 자산을 양도받아서, 증권으로 발행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합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묶여야 할 대출을 유동화 회사에 팔면서 자금을 다시 돌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 유동화 회사는 금융기관에서 매수한 대출채권을 담보로 해서 CP (기업어음)으로 시장에 판매합니다. CP는 90일 내외에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입니다. 필요한 자금은 장기간이니, CP가 만기 되면 계속 재발행을 하는데요. 이런 업무들을 처리해 주는 업무수탁자/자산관리자들을 보통 증권사에서 맡습니다. 
  • 유동화 회사가 ABCP가 아닌 ABS라고 부르는 채권 형태로 판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ABCP보다 ABS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 역시 시행사의 신용도는 믿을 수 없으니, 시공사나 증권회사에서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을 추가해서 신용도를 높여줍니다. 그래야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증권사가 참여할 경우, 신용보증에 대한 비용을 받게 됩니다. 

 

 

레고랜드 부동산 PF 구조보기


지금까지 설명드린 부동산 PF ABCP 구조에, 현재 레고랜드 업체들을 대입해 보겠습니다. 

레고랜드 부동산PF 구조
레고랜드 부동산PF 구조

사업을 시작한 시행사는 강원 중도 개발공사(주)입니다. 2012년에 설립되었으며, 강원도가 회사 지분의 44%를 보유한 대주주입니다. '아이원 제일차'는 강원도가 레고랜드 설립을 위해 유동화증권(ABCP)을 발행한 특수목적법인이고요. 강원 중도 개발공사는 차주이자, 대주의 역할을 합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필요가 없었나 보네요. 

10월 5일에 아이원 제일차가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아이원제일차가 발했했던 유동화증권 2,050억 원은 대주인 강원중 도개발이 갚아야 합니다. 그런데, 강원도가 10월 6일에 강원중 도개발을 회생 신청하면서, 해당 대금을 갚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아이원 제일차가 발행했던 유동화증권은 8월 말부터 이미 지급 연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강원도가 뒤늦게 내년 초까지 추가 예산을 편성해서 강원중 도개발을 통해 유동화증권 금액을 갚겠다고 했습니다만, 강원도라고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A1 등급의 어음이 지급 불이행을 할 수 있다는 불신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다른 회사채나 어음도 시장에서 유통이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다른 부동산 PF 관계자들


레고랜드는 부동산 PF 중에선 구조가 아주 심플한 편에 속합니다. 금융기관이 중간에 끼여 있지도 않았고, 증권사에서 신용을 보강할 필요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레고랜드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다른 부동산 PF에 참여한 관계사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1. 저축은행

일반적으로 큰 건물을 짓는 부동산 프로젝트에서는 토지구매자금과 건물 시공비용을 합하면 너무 큰 자금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래서, 부동산 PF에서는 토지구매자금과 건물시공비용을 나눠서 대출을 받는 구조도 발생하는데요. 앞 단계에 토지구매자금 대출을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에서 많이 참여하고, 이를 본 PF 대출인 금융기관으로 다시 넘겨주는 구조가 있으며, 이걸 브릿지론이라고 부릅니다. 

부동산PF 연체율 (다른 뉴스기사에서 발췌)
부동산PF 연체율 (다른 뉴스기사에서 발췌)

이번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부동산PF 대출 부실 우려가 커졌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출금을 못 받게 되는 건데, 이러면 저축은행들이 위기를 겪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설마 파산 상황까지 가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만, 그래도 우려는 큰 게 사실입니다.)

 

2. 증권사들

증권사의 부동산PF 노출비율
증권사의 부동산PF 노출비율

PF 유동화증권에 신용보강을 했거나, 이를 판매하고 있는 증권사들도 문제가 됩니다. 뉴스에 따르면, 자기 자본 대비 PF 신용공여가 가장 큰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으로 86.2%에 달하며, BNK투자증권(68.1%), 다올 투자증권(53.4%), IBK투자증권(50.6%) 순으로 많은 상황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일부 중소형 증권사가 파산할 수 있다는 우려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3. 그 외에도 너무 많은 관계사들

당장 부동산 PF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중소형 건설사들과 기존 부동산 PF 대출을 많이 취급한 은행, 보험사 등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당장, 10%가 넘는 회사채를 발행해도 자금을 수급하기 어려워진 채권시장 때문에 여파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


물론, 지금의 위기설로 인해 금융시장에 당장 문제가 생길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 정부는 재정상태가 좋은 편이고, 과거 여러 가지 금융위기로 대비가 되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앞으로 더 높아질 기본금리나 환율 등 경제여건이 계속 악화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좀 걱정스럽습니다. 

최근 예적금 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 많은 분들이 더 높은 금리를 위해 저축은행도 많이 이용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높은 금리도 좋습니다만, 이런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금리를 약간 포기하더라도, 조금 더 안전한 곳에 내 돈을 관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투자에 대한 판단은 개인의 몫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소중한 자산을 잘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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