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월 고용지표와 CPI가 매우 견고하게 나오면서, 한때 연준은 3월에 50bp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달러환율이 1,330원을 돌파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과 시그니처 은행의 파산으로 안전자산인 미국국채로 돈이 몰리면서 국채 수익률은 크게 하락하고(국채 가격은 상승), 달러 인덱스는 연준이 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크게 하락했는데요. 이에 반해, 달러환율은 여전히 1,300원 이상에서 유지되면서 크게 하락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달러는 힘이 빠지는데 원화는 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메리츠 증권의 리서치 자료 기반으로 개인적인 생각을 같이 정리했습니다.
목차
SVB파산과 미국국채, 달러 인덱스
▣ 빅스텝이 확실했던 3월 초
3월 7일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하락이 둔화되었으며 연준은 좀 더 강한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할 수 있다는 매파적 발언이 공개되면서 주식시장은 하락하고 달러환율은 1,325원까지 급등했었습니다. 1월 CPI 지수가 연준의 예상만큼 하락하지 못했고 하락세가 둔화되었으며, 고용시장은 계속 역대 최고 수준의 튼튼함을 보여줬기 때문에 시장은 기준금리 50bp를 인상하는 빅스텝 쪽으로 70% 이상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으로 시작
이런 상황에서 은행 파산이라는 강력한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실리콘밸리 은행이 약 48시간 사이에 파산했고, 주요 예금주였던 벤처기업들은 예금계좌가 동결되어 많은 기업들이 연쇄 파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했는데요.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원인은 너무 많은 자산을 미국 국채로 투자하면서 Duration Risk를 헤지 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습니다만, 은행파산 리스크로 두려움을 느낀 사람들은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를 사면서 채권 가격을 올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은행 파산시기에 겹쳐서 국채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 달러 인덱스 하락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이후 시그니처 은행 파산과 급이 다른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 주가하락 등으로 금융 리스크가 확산되자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베이비스텝 (25bp 인상)될 것으로 금리인상 속도가 낮춰질거라 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달러 인덱스가 106 근처에서 고점을 찍고 103까지 하락했습니다.
1~2월에 달러 인덱스가 103 근처였을 때 달러/원 환율은 1,240~1,280원 수준이었습니다만, 3월에는 1,300원 이하로 달러 환율이 하락하지 않았습니다. 원화의 가치와 힘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달러환율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
▣ 이유1: 한국 주식시장을 떠나는 외국인들
3월부터 외국인들의 국내주식 순매수액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1월에는 약 6.5조 원으로 외국인들이 국내주식 상승을 이끌었습니다만, 2월은 1.1조 원으로 규모가 줄었고, 3월 1일~20일까지 외국인들은 1.4조 원 순매도로 국내 주식을 팔았습니다.
주식을 매도한 자금은 다시 달러로 바뀌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되므로 국내에는 달러 보유량이 줄게 되고, 결과적으로 달러환율이 상승하는데 힘을 보탰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이유2: 채권시장 순매도 증가
주식시장은 1,2월에 외화자금이 제법 유입되었습니다만, 채권 쪽은 그렇지 않습니다. 23년 1월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자금이 약 6.6조 원이 감소했는데요. 한국은행에서는 아래 2가지를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첫번째는 해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우리나라 채권투자자금 일부를 회수한 것입니다. 미국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달러가 큰 강세를 띄고 연쇄작용으로 글로벌 주가와 채권가격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여러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이 감소했고 일부 국부펀드들도 큰 손실을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이에 따라 해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우리나라 채권투자 자금 일부를 회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차익거래유인 축소입니다. 외국인 채권투자자는 보유한 달러를 담보로 외환스왑시장에서 원화를 빌려서 국고채나 통안증권에 투자합니다. 그럼 외국인 채권투자자는 '구입한 원화채권금리 - 스왑시장에서 원화를 빌린 비용'이 수익이 되는데요. 이것을 차익거래유인이라고 합니다.
스왑시장에서 원화를 빌리는 비용(=차입비용)은 달러금리 + 스왑레이트(두 가지 화폐 간의 이자율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로 계산되므로 차입거래유인을 통한 외국인 채권투자자의 수익은 '구입한 원화채권금리 - 달러금리 - 스왑레이트'로 계산할 수 있는데요.
최근 달러 유동성이 양호하면서 차익거래유인이 축소되고 일부 기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국고채와 통안 증권 상당 규모 매도가 있었습니다.
▣ 이유3: 달러 내재변동성 확대
내재변동성 확대란 쉽게 말해 달러 가치가 최근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달러환율은 2022년 10월 1,480원을 최고점으로 23년 2월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습니다. 그동안 미국 기준금리인상이 여러 번 있었고 한미 기준금리차도 점점 더 벌어졌습니다만 달러환율에는 반영되지 않았는데요. 오히려 기준금리가 예상 수준으로 일정하게 인상되는 상황은 불확실성이 줄여 환율 영향력이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과 함께 달러의 안정성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은행 연쇄파산 등으로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할 수 있는 상황 중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환율에 영향이 적었던 정책이나 현상들이 민감하게 환율에 반영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정리
어려운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었습니다만, 현재 달러환율은 상승/하락 어느 쪽으로도 방향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제환경을 둘러싼 감각들이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을 기점으로 매우 예민해져 작은 이벤트에도 환율이 크게 변할 수 있습니다. 일단 현재 은행파산 사태가 완전히 정리되었다 보기 어려운 상황인데요. 이 상황이 안정적으로 정리되는 시점과 다이번 주에 있는 연준의 3월 기준금리 인상이 25bp일지 혹은 동결일지에 따라 환율이 크게 변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기준금리가 동결된다면 환율이 크게 떨어지겠지만, 변수들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환율이 요동치는 상황이 전개되리라 생각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