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CEO가 'ARM과의 전략적 제휴에 대해 삼성과 이야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는 지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는데요. ARM의 현재 몸값은 85조~100조를 육박하고 있으며, 만약 딜이 성사된다면 세계 반도체 업계 인수합병 역사 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기 위해선, ARM의 기술력과 함께 AI반도체가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하는데요. 관련 내용을 아래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ARM은 뭐하는 회사인가?
1. 모바일의 지배자
ARM Holdings는 직접 CPU나 반도체를 만드는 업체가 아니라, 설계만 하는 펩리스 회사인데요. 이 회사는 펩리스의 펩리스라고도 불리는 CPU제조기술 관련 최강자 중 하나입니다.
모바일 (이른 바 스마트폰) 기기의 95%에 ARM설계 칩이 사용되고 있으며, PC시장은 약 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PC시장 점유율의 90%는 애플 PC에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2. 인텔의 라이벌
CPU시장은 거의 인텔과 AMD가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봐도 되는데요. ARM은 직접 CPU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CPU를 만드는 설계기술을 제공합니다. 이 기술을 이용해 독자적인 CPU를 만들어 PC를 파는 곳이, 위에서 말씀드린 애플입니다. (애플 Mac에 들어가는 CPU는 M1 프로세서라고, 애플이 독자적으로 만드는 CPU입니다.)
왜 ARM 기술이 삼성에게 중요한가?
1. AI반도체의 등장
반도체 개발의 최신 트랜드 중 하나가 'AI반도체'인데요. SK텔레콤에서 AI반도체를 소개하는 내용이 아주 잘 정리되어 있어서, AI반도체에 대한 정의를 가져왔습니다.
AI 반도체는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 초전력으로 실행하는 효율성 측면에서 특화된 비메모리 반도체로, AI의 핵심 두뇌에 해당한다.
최근의 AI기술이 모든 분양에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은 다들 잘 아실겁니다. AI는 결국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빠르게 추론해서 결과를 도출하는 기술인데요.
기존에는 컴퓨터에서 복잡한 연산은 모두 CPU의 몫이었습니다만, CPU는 하나의 계산을 빠르게 하는데 최적화되어 있지, 여러 개의 연산을 한번에 처리하지 못합니다. (하나씩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 빈 자리를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대신해 주었고, AI시대가 도래하면서 뜬 회사가 바로 엔비디아입니다.
하지만, GPU의 본연의 입무가 그래픽을 처리하는 것이다보니, AI연산을 빠르고 적은 전력을 사용해 효율적으로 하는 것은 아무래도 약점이 있는데요. AI반도체는 AI연산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데 최적화된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2. 많은 플레이어들이 AI반도체 생산에 직접 참여
가트너에 따르면, AI반도체 시장은 2023년 약 40조 원 규모에서 2030년에는 전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31.3%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AI반도체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측하다보니, 기존에는 반도체 생산을 삼성전자, TSMC 등에 위탁하던 업체들이 모두 다 직접 설계 및 생산까지 뛰어들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아시는 2020년 머니투데이 기사에서 가져온 자료인데요. 여러분들 아시는 대형 IT회사 뿐 아니라, 테슬라, 알리바바와 같은 회사들도 이 분야에 진출하고 있으며, 크고 작은 벤처업체들도 AI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3.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기술을 가진 ARM이 삼성과 결합한다면?
이미 애플과 같은 업체들은 인텔의 CPU와 칩을 쓰지 않고, 자체적으로 생산한 칩으로 Mac이나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이렇게 독자적인 CPU를 설계할 수 있었던 것은, ARM의 기술 라이센스를 기반으로 자기 제품에 맞게 칩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도 모바일용 CPU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잘 모르시는 '엑시노스'라는 제품입니다. 이 제품도 ARM과 AMD의 기술 라이센스를 기반으로 만든 모바일용 CPU입니다만, 대차게 망했습니다. 제품 성능이 별로였거든요. 몇 번이나 사업을 접는다 만다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 분양에서는 세계 1위입니다만, 반도체 시장은 비메모리 반도체가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합니다. (정확하진 않을 수 있습니다만, 비메모리 시장이 더 큽니다.) 삼성은 계속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먹고 싶은 야망이 있었고, '엑시노스'로 여러 번 시도했습니다만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만약 삼성이 모바일용 비메모리 프로세서 절대 강자인 ARM을 인수한다면, 아마 AI반도체 뿐 아니라, 모바일용 CPU시장에도 다시 새로운 제품라인을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ARM이 모든 반도체 기업이 탐내는 기업인 핵심 이유입니다.
여러 번의 ARM 인수전
1. 현재 주인은 '손정의'
정확히는 손정의 의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ARM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손정의 의장은 2016년에 약 36조원으로 ARM을 인수했는데요. 당시에도 가격이 너무 싸다며 대만족했다고 하죠.
2. 엔비디아의 ARM인수전
엔비디아는 회사설립 시기부터 CPU를 만들고 싶던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설립 시기에는 인텔이 너무 이 분야의 강자였기 때문에, 엔비디아는 경쟁력을 가진 GPU에 집중하게 되었는데요.
2020년 9월 엔비디아는 48조 원에 ARM인수전을 시작합니다. 당시에도 48조 원은 반도체 산업 전체로도 가장 큰 규모의 인수가격이었고, 이후로 2022년 초까지 인수진행은 계속되었습니다만, 아래와 같은 이유로 결국 인수가 무산되었습니다.
- ARM기술은 공공재: 모바일에 들어가는 칩엔 ARM기술이 대부분 사용되며, 퀄컴이나 삼성같은 대기업도 ARM기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만약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한 후, 지적재산권 공급을 중단해 버리면 대체기술조차 없다는 이유로 많은 기업이 ARM을 특정 기업이 인수하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 영국의 반대: ARM은 미국회사가 아니라 영국회사입니다. 최신 기술을 미국에서 대부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입장에선 ARM과 같은 기술선도기업을 미국에 넘기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 미국 FTC제소: 위 2가지는 엔비디아가 어떤 형태로든 극복할 수 있었는데요. 미국 FTC에서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는 것이 '불법적인 수직결합'이라고 규정하면서, 인수 자체를 무산시키는 제소절차를 진행하게 됩니다.
결국 엔비디아는 2022년 2월에 ARM인수를 포기하게 되고,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결국 '기술의 독점'을 미국이 용납하지 않았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손정의는 왜 ARM을 팔려는 걸까?
이것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다들 아실 수 있는 '비전펀드의 역대급 투자손실'이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프트뱅크는 2022년 2분기에만 30조라는 최악의 적자를 맞았는데, 대부분의 손해는 '비전펀드'에서 나왔습니다. (손정의 의장이 주주총회에서 머리숙여 사과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돌기도 했었죠)
결국 자금이 모자란 소프트뱅크는 그동안 최대 투자수익을 냈다고 알려진 알리바바 등의 주식과, 여러가지 투자지분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ARM이 그 중 아주 굵직한 하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이 ARM을 살 수 있을까?
글을 시작하면서 말씀드린 것처럼, 삼성이 ARM을 인수한다고 알려진 가격은 약 85조 원으로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려던 48조 원보다 거의 2배가 많습니다. 아마도 이 가격에 ARM을 인수할 수 있는 단독회사는 세계적으로도 3~4곳도 되지 않을 겁니다.
삼성은 100조 원이 넘는 현금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단순 자금측면에선 ARM을 인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지 못한 이유를 해결해야 할테고, 그 과정도 최소 1년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삼성이 ARM 인수대상에 올랐다는 사실 그 자체는 매우 좋은 뉴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다 진행되려면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과 여전히 기술독점이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시고 삼성의 ARM 인수전을 주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삼성이 ARM을 인수했으면 좋겠습니다. 인수가 가능하다면 장기적(최소 5년 이상)으로, 삼성의 주가가 정말 현재의 2배 이상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봅니다.
상기 내용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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